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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스타머·中 시진핑, 베이징서 대면… ‘빙하기’ 끝내고 ‘실용주의’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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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스타머·中 시진핑, 베이징서 대면… ‘빙하기’ 끝내고 ‘실용주의’ 시대로

8년 만의 영국 총리 방중… 위스키 관세·무비자 입국 등 ‘구체적 성과’ 도출
시진핑 “정글의 법칙 경고” vs 스타머 “인권·안보 현안 가감 없이 제기”
영국 스타머 총리가 1월 2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영국 스타머 총리가 1월 2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다. 사진=로이터
영국과 중국이 수년간의 갈등을 뒤로하고 관계 정상화를 위한 중대한 발걸음을 뗐다.

스타머 영국 총리는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며, 양국 관계를 ‘빙하기’에서 벗어나 상호 이익을 중시하는 ‘정교한 동반자 관계’로 재설정하겠다고 선언했다.

29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기후 변화, 글로벌 안정, 경제 협력 등 폭넓은 분야에서 대화의 물꼬를 텄다.

이번 방문은 2018년 테리사 메이 전 총리 이후 8년 만에 이루어진 영국 정상의 공식 방중이다.

◇ ‘실질적 성과’에 집중… 불법 이민 차단 및 경제 협력 강화


스타머 총리는 이번 방문을 통해 영국 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비즈니스 중심 외교’를 펼쳤다.

양국은 영국 해협을 건너는 밀입국 조직에 공급되는 중국산 소형 보트 엔진과 장비를 차단하기 위해 사상 최초의 합동 법권 집행에 합의했다. 이는 스타머 정부의 핵심 과제인 ‘보트 차단(Stop the Boats)’을 위한 전략적 성과다.

중국은 영국 시민에 대한 무비자 여행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으며, 영국산 위스키 관세 등 무역 장벽 완화에도 진전을 보였다. 이번 방문에는 HSBC, GSK 등 50여 명의 영국 대기업 대표단이 동행해 금융, AI, 바이오 분야의 투자 기회를 모색했다.

◇ 시진핑의 경고: “보호무역주의는 정글의 법칙”


시진핑 주석은 스타머 총리와의 만남에서 미국을 겨냥한 듯한 ‘은유적 비판’을 쏟아냈다.
시 주석은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현 상황을 ‘정글의 법칙’이라 비난하며, 영국과 중국이 힘을 합쳐 자유무역을 수호하고 평등한 다극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최근 양국 관계가 겪은 우여곡절은 누구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았다”며 차이를 존중하고 협력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 인권과 안보… “할 말은 하는 외교”


실리적 협력 중에도 스타머 총리는 민감한 현안을 피하지 않았다.

스타머 총리는 영국 시민권자이자 홍콩 민주화 운동가인 지미 라이(Jimmy Lai)의 구금 문제와 건강 악화에 대한 우려를 직접 제기했다.

신장 위구르족 탄압 등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영국의 원칙적인 입장을 전달하며, 경제 협력이 안보나 가치에 대한 타협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 지정학적 줄타기: 미국과 중국 사이의 ‘영국식 실용주의’


스타머 총리의 이번 방중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 관세 위협 속에서 유럽 국가들이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하는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캐나다, 아일랜드, 핀란드 정상에 이어 스타머 총리까지 베이징을 찾으면서 서방 국가들이 미국 외 무역 파트너를 확보하려는 ‘Recalibration(재조정)’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의 대중 밀착을 관세 보복의 근거로 삼을 위험이 있어 런던은 워싱턴과의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의 시장을 활용해야 하는 고난도의 외교적 숙제를 안게 되었다.

2026년 초 영국의 외교는 ‘빙하기’의 차가운 안보 우려와 ‘황금기’의 뜨거운 경제적 유혹 사이에서 중용을 찾는 ‘전략적 인내와 실용’의 시험대에 올랐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