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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안개 속 주행’ 경고…통계 붕괴가 침체 위험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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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안개 속 주행’ 경고…통계 붕괴가 침체 위험 키운다

고용·물가 핵심 지표 공백 확산…연준·기업·가계 의사결정 모두 흔들
BLS 예산·조사율 추락에 정치 개입 논란까지…“데이터 약화가 실업·불황 부른다”
2023년 3월 2일 미국 조지아주 달턴에 있는 큐셀 태양 에너지 제조 공장에서 직원들이 태양 전지판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3월 2일 미국 조지아주 달턴에 있는 큐셀 태양 에너지 제조 공장에서 직원들이 태양 전지판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경제를 떠받쳐 온 방대한 통계 체계가 흔들리면서, 정책 결정과 시장 판단이 점점 불확실한 영역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풍부한 데이터에 기반해 움직이던 미국 경제가 이제는 안개 속에서 방향을 가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온라인 경제 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지난 2월2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가장 과소평가된 변화 중 하나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경제·사회 데이터의 폭발적인 증가였다. 지역별 인구와 소득, 고용 구조부터 기상 예측, 질병 위험 분석까지 데이터는 기업과 소비자, 정부 모두의 의사결정을 정교하게 만들어 왔다.

그러나 최근 1년 사이 이 데이터 혁명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생산하는 핵심 통계가 약화되면서, 수많은 산업과 민간 부문이 의존해온 정보 기반 자체가 붕괴될 위험에 놓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데이터 없는 경제, 감각과 추측의 시대로


데이터가 약화된 미래의 경제에서는 중앙은행과 대형 금융기관, 중소기업과 가계 모두가 충분한 정보 없이 판단을 내려야 한다. 연방준비제도와 월가 은행, 자영업자와 일반 가계까지 정확한 수치를 대신해 분위기와 추측에 의존하게 되면, 정책 오류와 투자 실패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위험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관이 바로 미국 노동통계국이다. 100년 넘게 고용, 물가, 노동시장 구조를 가장 세밀하게 추적해 온 이 기관은 미국 경제 통계의 핵심 축으로 기능해 왔다. 특정 도시의 식료품 가격 변화부터 전국 플로리스트 종사자 수, 미국인이 여가에 쓰는 시간까지 노동통계국 자료는 사실상 모든 경제 분석의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노동통계국은 정체된 예산, 설문 응답률 하락, 조사 방식 현대화 지연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했다. 2025년 12월 미국통계학회는 보고서를 통해 국가의 건전한 정책과 경제 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통계 인프라가 붕괴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사상 초유의 통계 공백, 신뢰를 흔들다


지난해 통계 시스템을 둘러싼 불안은 현실이 됐다. 2025년 7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노동통계국 국장을 해임한 이후, 고용보고서 수정치가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수정은 통상적인 절차였고 조정 폭도 과거 범위 안에 있었지만, 정치 개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
이어 같은 해 10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진 43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은 또 다른 전례 없는 사태를 낳았다. 약 80년 만에 처음으로 고용과 물가에 대한 핵심 설문조사가 실시되지 않았다. 1948년부터 이어진 실업률 통계는 처음으로 공백이 발생했고, 1947년 이후 유지돼 온 소비자물가지수도 발표되지 못했다.

민간 부문이 일부 대체 지표를 내놓았지만, 연방 기관이 축적해 온 접근성과 포괄성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민간 데이터는 특정 이용자나 고객에 한정돼 있어 전체 경제를 반영하기 어렵고, 결국 공공 통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구조적 한계가 다시 드러났다.

미 행정부 노동통계국의 인력은 2024년부터 2026년 초까지 13퍼센트 감소했다. 일부 도시는 소비자물가지수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고, 이는 대도시와 중소도시 간 물가 차이를 정밀하게 포착하는 데 한계를 남겼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통계 약화가 임금 인상이나 사회보장 급여처럼 물가와 연동된 소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연준·기업·가계 모두 안개 속 판단


경제 데이터의 약화는 학술적 문제가 아니다. 기업은 고용과 투자를 결정하기 위해, 가계는 주택 구입과 직업 선택을 위해, 정부는 재정과 복지 정책을 설계하기 위해 정확한 통계에 의존한다. 특히 연방준비제도는 실업과 물가라는 두 목표를 조율하기 위해 노동통계국 자료를 핵심 기준으로 삼는다.

2025년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데이터 공백은 정책 판단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당시 제롬 파월 의장은 상황을 안개 속 운전에 비유하며, 시야가 흐릴수록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경제 현실이 연준의 조심스러운 속도 조절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확한 실업 수치가 없다면 대응은 늦어질 수 있고, 과도한 대응은 물가 급등을 재점화할 수 있다. 기업 역시 불확실한 환경에서 채용과 투자를 미루게 되고, 이는 경기 둔화를 증폭시키는 요인이 된다. 2025년 3월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설문에서 응답자의 90퍼센트는 경제 데이터 품질 저하가 기업의 예측과 계획 능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답했다.

데이터 붕괴가 부르는 침체의 그림자


데이터 약화는 또 다른 악순환을 낳는다. 사람들은 점점 수치보다 체감과 분위기에 의존해 경제를 판단하게 되고, 이는 통계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 2025년 8월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5퍼센트가 연방 경제 통계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실업률이 정확하다고 본 응답자는 21퍼센트에 그쳤다.

데이터가 줄어드는 것이 해법은 아니다. 오히려 정보 공백은 왜곡과 선동이 침투할 여지를 넓힌다. 정교한 자본주의 경제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더 적은 데이터가 아니라, 더 나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것이 비즈니스인사이더가 동 보도를 통해 던지는 결론이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