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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술 자립 위해 ‘적자 기업’ 자금줄 텄다… 재융자 대기 시간 1/3로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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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술 자립 위해 ‘적자 기업’ 자금줄 텄다… 재융자 대기 시간 1/3로 단축

상하이·선전·베이징 거래소, 첨단 기술 기업 대상 재융자 공백기 18개월서 6개월로 완화
공모가 하회 기업도 자금 조달 허용… 무어 스레드 등 토종 칩 제조사 상장 붐 가속
중국 상하이 푸둥 금융가의 상하이 증권거래소 간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상하이 푸둥 금융가의 상하이 증권거래소 간판. 사진=로이터
중국 당국이 미국의 기술 압박에 대응해 ‘기술 자립’을 가속화하기 위해 본토 증시의 자금 조달 문턱을 파격적으로 낮췄다.

수익이 나지 않는 적자 기업이라도 첨단 기술력을 보유했다면 상장 후 재융자를 받기 위해 기다려야 했던 기간이 기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10일(현지시각) 상하이, 선전, 베이징 등 중국 본토 3대 증권거래소는 첨단 기술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신속히 지원하기 위한 일련의 규제 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기술 자급자족을 국가적 과제로 내건 베이징의 의지를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 "적자라도 괜찮다"… 재융자 공백기 18개월 → 6개월 파격 단축


이번 개혁의 핵심은 상장된 기술 기업들이 추가 자금을 조달할 때 적용받던 엄격한 시간 제한을 대폭 완화한 것이다.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기술 기업의 경우, 기존에는 재융자나 IPO 이후 추가 자금 조달을 위해 18개월을 기다려야 했으나, 이제는 최대 6개월만 지나면 자금 활동이 가능해졌다.

현재 주가가 기업공개(IPO) 당시 가격보다 낮더라도, 조달된 자금을 핵심 사업에 투자한다는 조건 하에 전환사채(CB)나 사모 주식 매칭(SPA) 등을 통한 자본 확충이 허용된다.

조달 자금의 연구개발(R&D) 투입 한도 역시 완화되어, 우수한 거버넌스를 갖춘 기업은 핵심 사업과 연계된 R&D에 더 많은 자금을 쏟아부을 수 있게 됐다.

◇ 우칭 CSRC 회장의 ‘심층 변혁’… 기술 스타트업의 ‘안식처’ 자처


이번 조치는 우칭 중국증권관리위원회(CSRC) 회장이 추진해온 자본시장 개혁의 연장선에 있다. 우 회장은 지난해 6월 루자쭈이 포럼에서 적자 기술 기업의 상장 동결을 종료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자본시장의 "포용성과 적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지난해 중국 본토 3개 거래소에서 115개 기업이 IPO를 통해 총 1280억 위안(약 184억 달러)을 조달했다. 이는 2024년 조달액(674억 위안)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꼽히는 그래픽 처리 장치(GPU) 제조사 무어 스레드(Moore Threads)가 11억3000만 달러를 조달하며 본토 내 역대 두 번째 규모의 IPO를 기록했고, 메타X(MetaX) 역시 5억9630만 달러를 확보하며 기술 자립의 선봉에 섰다.

◇ 홍콩과의 시너지… 바이오테크·산업 기술주 ‘부흥기’


본토뿐만 아니라 홍콩 증시 역시 기술주 유치를 위한 제도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익이 나지 않는 바이오테크 기업의 상장을 허용하는 ‘챕터 18A’ 규정 등에 힘입어 홍콩은 지난해 총 64억3000만 달러 규모의 바이오 상장을 유치했다.

모건스탠리의 캐시 장 아시아태평양 주식시장 책임자는 “기술, 의료, 산업 분야 기업들이 홍콩 IPO 파이프라인을 주도하고 있다”며, 현재 약 450건에 달하는 대기 물량이 대기 중이라고 전했다.

◇ 중국 정부의 메시지: "과학 혁신 기업에 무한 지원"


신화통신은 이번 거래소들의 조치가 "강력한 거버넌스와 공시 기록을 가진 우수한 기업"에 대한 심사를 간소화하여 베이징이 과학 혁신을 적극 지지한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자본시장을 통해 민간 자본이 국가 전략 기술 분야로 흘러 들어가도록 유도하는 ‘금융의 도구화’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의 금융 제재와 기술 차단 속에서 중국 증시가 기술 기업들의 든든한 ‘자금 저수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