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본지출 80조 원 가운데 80%를 한꺼번에 승인, 1나노 공정 책임자 승진도
미국, 아마존·구글·MS에 TSMC산 AI 칩 관세 면제 검토…대만 공급망 30곳 미국행
미국, 아마존·구글·MS에 TSMC산 AI 칩 관세 면제 검토…대만 공급망 30곳 미국행
이미지 확대보기대만 TSMC 이사회가 10일(현지시간) 신규 공장 건설과 기존 생산라인 증설에 449억6200만 달러(약 65조5500억 원)를 투입하는 안건을 승인했다고 미국 IT 전문매체 톰스하드웨어가 보도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도 10일 미국 정부가 TSMC산 AI 칩에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의 관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니케이아시아는 11일 엔비디아 공급망을 이루는 대만 기업들이 미국에 수십억 달러 규모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세 가지 움직임은 하나의 흐름을 가리킨다. AI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축이 미국 본토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분기에 65조 원…창사 이래 첫 '초대형 승인'
TSMC는 올해 전체 자본지출(CapEx)을 520억~560억 달러(약 75조8100억~81조6400억 원)로 계획했다. 이번 이사회 승인 금액은 그 가운데 80%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분기별 승인 규모를 보면 1분기 171억4100만 달러(약 24조9900억 원), 2분기 152억4700만 달러(약 22조2300억 원), 3분기 206억5700만 달러(약 30조1100억 원), 4분기 149억8100만 달러(약 21조8400억 원)였다. 한 분기에 450억 달러(약 65조6100억 원)에 가까운 금액이 승인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자본 예산 승인은 실제 집행과 다르다. 경영진이 특정 프로젝트에 돈을 쓸 수 있는 '권한'을 뜻하며, 해당 회계연도에 전부 집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톰스하드웨어는 "이번 기록은 TSMC가 확장에 더 공세로 나서고 있으며, 반도체 공장 건설 비용 자체가 올라가는 산업 추세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올해 자본지출의 70~80%는 첨단 공정에, 10~20%는 첨단 패키징과 마스크 제작에, 나머지 약 10%는 특수 공정에 쓸 계획이다. TSMC는 앞서 "첨단 노드 생산능력이 AI 수요의 약 3분의 1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대규모 투자는 삼성파운드리, 인텔 파운드리와의 생산능력 격차를 '추격 불가' 수준으로 벌려놓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사회에서는 1nm급 공정인 A10 플랫폼 개발을 맡은 S.S. 린 수석이사가 부사장으로 승진한 사실도 눈길을 끌었다. 톰스하드웨어는 "이번 승진은 A10 개발 성과에 고위 경영진이 만족하고 있다는 신호이며, 연구개발 단계에서 고객 확보와 양산 전환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더 큰 권한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만 공급망 3분의 1, "미국에 공장 안 지으면 주문 잃는다"
TSMC만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니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엔비디아 핵심 공급망을 구성하는 대만 기업 25곳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사상 최대 규모로 미국 현지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다.
폭스콘 류영웨이(Young Liu) 회장은 니케이아시아에 "2026~2027년 미국 투자 규모는 올해보다 더 클 것"이라고 밝혔다. 위스트론 린셴밍(Simon Lin) 회장은 "글로벌 AI 고객의 80% 이상이 미국에 있다. 시장과 가까이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타이베이에서 대만 공급망 CEO 40여 명을 초청한 만찬에서 "대만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엔비디아도 없다"고 말했다. 황 CEO는 니케이아시아에 "AI 시대에는 세 종류 공장이 필요하다. 칩 공장, 서버 공장, 그리고 AI 공장(데이터센터)이다. 지금은 역사상 가장 큰 인프라 건설의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브래디 왕(Brady Wang) 부소장은 "AI 서버는 랙이 훨씬 무겁고 액체냉각 시스템의 누수 위험까지 고려하면 장거리 운송 부담이 크다"며 "AI가 국가 전략 자산이 된 만큼 미국이 현지 생산을 늘려 해외 유출 가능성을 줄이려는 것은 전략으로 합리 판단이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당근과 채찍'…빅테크 관세 면제 카드 꺼내다
트렌드포스가 파이낸셜타임스(FT)와 대만 공상시보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TSMC의 미국 투자 약속을 조건으로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하이퍼스케일러에 관세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AMD와 엔비디아의 특정 AI 칩에 25% 부과금을 매겼다. 이번 면제 검토는 자국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투자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TSMC의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이끌어내려는 '당근' 전략이다.
FT에 따르면 이 계획은 미국과 대만이 최근 타결한 무역 합의와 연계된다. 백악관은 대만산 수입품 관세를 당초 20%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대만 기업의 미국 반도체 분야 투자 2500억 달러(약 364조5000억 원)를 약속받았다. TSMC는 이 가운데 미국 내 생산능력 확장에 1650억 달러(약 240조 5700억 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미국 내 새 공장을 짓는 대만 기업은 건설 기간 동안 신설 시설 계획 생산량의 최대 2.5배까지 무관세로 칩을 수입할 수 있다. 기존 미국 공장을 보유한 기업은 현재 생산량의 1.5배까지 허용된다. 대만 공상시보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이아(Maia) 200, 구글의 TPU v7e·v8p, 아마존의 트레이니엄(Trainium) 3, 메타의 MTIA v3 등 빅테크 자체 설계 AI 칩은 모두 TSMC 3nm 공정에서 생산된다. 관세 면제가 현실화하면 이들 빅테크의 비용 부담이 줄어 데이터센터 투자가 더 가속할 수 있다.
대만 경제 8.63% 성장 뒤의 불안…한국에도 울리는 경보
대만 경제는 AI 공급망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8.63%를 기록했다. 15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대만 정부는 올해 GDP 목표를 4.56%로 잡았고, 이 가운데 0.52%포인트는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의 설비투자 확대 효과로 추산했다. PwC타이완이 대만 기업 경영자 21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40%가 "올해 최우선 투자처는 미국"이라고 답했다. 1년 전보다 12%포인트 오른 수치다.
그러나 대규모 해외 투자가 장기로 대만의 하이테크 거점 지위를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TSMC 이사를 겸하는 대만 국가발전위원회 예춘시엔(Yeh Chun-Hsien) 위원장은 "TSMC가 해외에 공장 1개를 세우면 대만에는 3개를 짓는다. 전체 시장 파이가 커지는 것"이라며 산업 공동화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올해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의 투자 규모가 6000억 달러(약 874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반도체 업계도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미국이 TSMC와 대만 공급망에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면서 '미국에 공장을 짓는 기업에 관세 혜택을 준다'는 공식이 굳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미 미국 반도체 투자를 진행 중이지만, 대만 기업들의 투자 속도와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경쟁 압력은 한층 거세질 수밖에 없다. 메모리 슈퍼사이클로 과거 어느 때보다 곳간이 채워지고 있지만, 그만큼 투자처도 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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