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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의 뒷마당 외교와 아시아를 덮친 10조 달러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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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의 뒷마당 외교와 아시아를 덮친 10조 달러의 그림자

미 해군력이 중동과 카리브해 늪에 갇힌 사이 무너지는 아시아 억제력과 경제 안보
트럼프식 먼로주의가 낳은 전략적 실책과 중국에 넘어가는 55조 달러 거대 시장의 주도권
2025년 5월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국과 중국의 양자 회담 날에 미국과 중국 국기가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5월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국과 중국의 양자 회담 날에 미국과 중국 국기가 보인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카리브해와 중동 지역에 군사력을 집중하는 함대 외교에 몰두하면서 세계 경제의 중심축인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이 자국의 앞마당과 중동 분쟁에 자원을 쏟아붓는 사이 중국은 아시아라는 거대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할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핵심 이익이 걸린 아시아를 소홀히 할 경우 글로벌 경제 안보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 글로벌 경제 뉴스 매체인 블룸버그가 지난 2월 10일 심층 분석한 바에 따르면 아시아의 국내총생산 규모는 2025년 38조 달러에서 2035년 55조 달러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유럽이나 미국을 제외한 미주 대륙을 압도하는 규모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먼로주의를 계승한 자국 중심의 세력권 구축에만 열을 올리며 일본 한국 인도 등 아시아 주요 동맹국에 관세 폭탄과 방위비 분담금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강압적인 외교 방식은 오랜 동맹 관계에 균열을 일으키며 우방국들이 미국 대신 중국이나 유럽과 독자적인 관계 개선에 나서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의 화약고 대만 해협과 공급망 붕괴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위협은 대만 해협에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다. 블룸버그의 분석에 따르면 대만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세계 경제가 입을 타격은 10조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나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또한 매년 4조 달러 규모의 국제 교역이 이루어지는 남중국해의 물류 마비는 글로벌 공급망의 완전한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중국이 해군력을 증강하며 대만 통일 의지를 굽히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의 억제력 약화는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전략적 선택의 오류가 초래한 자원 분산과 감시 공백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의 전쟁 위협을 높이고 베네수엘라 쿠바 등 미주 대륙 내 반미 정권 축출에 군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보는 아시아라는 거대한 전략적 요충지로부터 미국의 관심을 분산시키는 주의 분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특히 이란과의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세계 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상대적인 국력 쇠퇴기를 겪는 미국이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한 채 여러 전선에서 갈등을 키우는 것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동맹의 각자도생과 요새화되는 글로벌 규칙 기반 질서


미국의 예측 불가능한 외교 정책과 관세 위협은 우방국들의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미 2026년 들어 캐나다와 영국 총리가 잇따라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모색하는 등 미국의 불확실성에 대비한 위험회피 전략을 취하고 있다. 마크 카니 전 영란은행 총재는 현재의 상황을 전환이 아닌 단절로 규정하며 과거의 규칙 기반 질서가 무너지고 각국이 요새를 쌓는 요새의 세계가 도래했다고 진단했다. 이는 결국 글로벌 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성장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해상 패권의 위기와 미국 국가 안보의 모순


중국은 이미 미국을 능가하는 규모의 함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잠수함 전력에서도 역전을 시도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방위 산업 기반은 여러 지역의 분쟁 개입으로 과부하 상태에 빠져 아시아에서의 억제력이 점차 잠식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 전략을 통해 아시아를 핵심 격전지로 규정하면서도 실제 행동은 미주 대륙의 단기적 이익에 치중하는 모순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2035년 아시아의 거대 시장은 고스란히 중국의 영향권 아래 놓이게 될 것이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