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비중 30%로 축소… 신규 원전 최대 14기 건설 추진
‘신재생 올인’ 유럽 기조 이탈, 원전+전기차로 실리 챙기는 ‘프랑스 퍼스트’
탄소배출권 가격 하락 압박… ‘에너지 각자도생’에 유럽 기후 연대 균열
‘신재생 올인’ 유럽 기조 이탈, 원전+전기차로 실리 챙기는 ‘프랑스 퍼스트’
탄소배출권 가격 하락 압박… ‘에너지 각자도생’에 유럽 기후 연대 균열
이미지 확대보기프랑스 정부가 2035년까지 화석연료 의존도를 현재의 절반 수준인 30%로 낮추기 위해 신규 원전 6기 건설을 법제화하고 전기차 보급을 대폭 늘리는 파격적인 에너지 전략을 확정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프랑스가 신재생에너지 목표치를 오히려 낮추면서까지 원전 생태계 복원에 사활을 걸었다고 전했다. 이는 탄소 중립을 위해 풍력과 태양광에 집중해온 유럽연합(EU)의 기존 정책 기조를 뒤흔드는 '실리주의적 반란'으로 풀이된다.
이미지 확대보기'원전 중심' 에너지 믹스 재편… 신재생은 '속도 조절’
프랑스 정부가 공개한 에너지 전략 개정안에 따르면,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을 지난해 60%에서 2030년 40%, 2035년 30%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한다. 핵심 동력은 원자력이다. 프랑스 정부는 신규 원전 6기 건설을 확정했으며, 에마뉘엘 마크론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인 내년에 추가로 8기를 더 건설할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반면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목표치는 오히려 줄었다. 당초 초안에서 45기가와트(GW)로 설정했던 2035년 육상 풍력 발전 목표 용량은 35~40GW로 낮아졌다. 태양광 발전 역시 기존 75~100GW 목표에서 55~80GW로 하향 조정됐다. 이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비용 분담 문제와 원전 우선 지원 정책 사이에서 벌어진 치열한 내부 논쟁의 결과다.
모니크 바르뷔 환경부 장관은 "2026년까지 판매되는 차량 3대 중 1대를 전기차(EV)로 채우겠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인 20%를 1년 만에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프랑스 정부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며 화석연료 탈피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정치적 갈등에 '법안 강행'… 분열되는 유럽 기후 전선
프랑스의 이번 결정은 거센 내부 정치적 저항에 직면해 있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총리는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한 극우 및 보수 세력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부가 각종 로비 단체에 굴복하고 있다"라며 특히 풍력 발전에 대해 날을 세웠다. 환경단체인 그린피스 프랑스 역시 "이번 계획은 비전 면에서 최소 10년은 뒤처진 처사"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정치적 교착 상태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해당 법안을 의회 표결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통과시키기로 했다. 이는 풍력 발전기가 경관을 해친다며 반대하는 농촌 민심과 극우 세력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동시에 산업적으로는 '전기차 강국'으로의 도약을 노린 포석이다. 원전에서 나오는 값싼 전기를 전기차에 공급해 국민의 유류비 부담을 줄이고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프랑스는 "이미 원자력이라는 깨끗하고 싼 전기가 있는데, 왜 굳이 비싼 비용을 들여가며 풍력·태양광에만 매달려야 하나"라며 독자 노선으로 선회했다. 프랑스가 저렴한 원전 전기를 대량 생산하면, 비싼 비용을 들여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중인 독일 등 주변국 기업들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게 된다. 결국 "다 같이 신재생으로 가자"는 약속이 깨지고, 나라마다 자국에 유리한 에너지를 쓰겠다며 각자도생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이 주도하는 탄소배출권거래제(ETS)에 대해 독일과 프랑스, 그리고 주요 산업계는 비용 부담을 이유로 일제히 공세를 퍼붓고 있다.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입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선 상황에서, 유럽 국가들은 탄소 감축과 에너지 비용 억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각자도생의 길을 걷는 모양새다.
프랑스의 이번 전략은 '탄소 중립'이라는 명분보다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이라는 실리에 무게를 둔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 내 탄소 정책을 둘러싼 국가 간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프랑스의 원전 회귀가 다른 유럽 국가들의 에너지 정책에 어떤 연쇄 반응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프랑스의 이번 결정은 결국 이상적인 재생에너지 확대보다 안정적인 원전 공급이 경제 안보에 더 유리하다는 현실적 판단을 내린 결과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