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2.7조원 예산 투입해 韓·日서 이지스함·호위함 건조 전격 추진
"美 조선소 납기 지연 심각, 더는 못 기다려"…의회 반발 속 '핀란드 모델' 강행 예고
"美 조선소 납기 지연 심각, 더는 못 기다려"…의회 반발 속 '핀란드 모델' 강행 예고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이 의회의 예산 조정(Reconciliation) 절차를 활용해 18억 5000만 달러(약 2조 7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해외 함정 조달 및 건조에 전격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미 해군의 고질적인 건조 지연과 비용 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세계적인 조선 역량을 직접 수혈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실상 미 해군 전투함의 '한국·일본향(向) 외주 제작'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29일(현지 시각) 군사 전문 매체 브레이킹디펜스가 입수한 백악관·국방부 내부 조달 계획과 미 워싱턴 안보 소식통에 따르면, 미 해군 연구개발(R&D) 명목으로 책정된 18억 5000만 달러의 '의무 편성 예산'이 단순한 타당성 연구를 넘어 한국과 일본 조선소에서 차세대 호위함 및 이지스 구축함의 초도함을 직접 구매(Procurement)하는 자금으로 전용된다.
백악관 OMB 고위 관계자는 브레이킹디펜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느 누구도 단순 연구·조사(Study)에 18억 5000만 달러라는 거액을 쓰지 않는다"라며 "이 자금은 자산(함정)을 조기에 직접 매입하기 위해 편성된 것이며, 백악관 예산국장 역시 이 점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예산이면 제조사에 따라 최신형 호위함 한 척을 통째로 사거나, 한국과 일본이 국내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 건조하는 최첨단 이지스 구축함의 초도 건조 비용을 대고도 남는 액수"라고 덧붙였다.
건조 지연 미(美) 조선소에 경고장…'핀란드 모델'로 韓 유치
현재 미 해군 함정 건조는 헌팅턴잉걸스(HII)와 제너럴다이내믹스 등 8개 자국 조선소가 독점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미 해군 조선 예산은 두 배 가까이 증액됐으나, 고령화된 인프라와 숙련공 부족, 공급망 붕괴로 인해 주력함인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건조가 최소 14개월에서 최대 42개월까지 지연되는 등 심각한 '작전적 불능 상태'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러셀 보우트 OMB 국장은 지난달 해군 콘퍼런스에서 미 조선업계를 향해 "약속된 비용과 기한을 맞추지 못하면 해외 조선소에서 배를 가져올 것"이라며 "조선사들의 수주 잔고 적체는 경영 무능의 증거"라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백악관은 이 같은 교착 상태를 깨기 위해 이른바 '핀란드 모델'을 한국과 일본에 적용할 방침이다. 미 대형 방산선박을 해외(핀란드)에서 임시 건조하는 동안, 해당 해외 조선업체가 미국 내 쇠락한 조선소(브라운필드)를 인수하거나 신규 조선소(그린필드)를 설립하도록 계약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미 행정부는 한국의 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및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 등과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 중이다. 백악관 구상은 함정의 선체·기계·의장(HM&E) 등 기본 구조물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화·로봇 기술을 갖춘 한국 등에서 건조하고, 핵심 전투시스템(Aegis 등) 통합은 미국 방산 기업에 맡기는 구조다. 한국의 한화오션이 지난해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전격 인수한 것도 이 같은 미 정부의 움직임을 겨냥한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미(美) 의회 "도입 법 금지" 거센 반발
의회 안보 세력들은 백악관이 의회 감시를 우회하기 위해 유연성이 높은 '예산 조정 절차'를 꼼꼼히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앵거스 킹 의원(무소속)은 청문회에서 "미국 군함을 한국과 일본에서 짓겠다는 발상은 보스턴 레드삭스가 홈런왕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한 것 이후 역사상 최악의 아이디어"라며 "동맹국일지라도 미 해군의 핵심 기술력을 해외에 통째로 넘겨주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하원에서도 민주당 자레드 골든 의원 등이 '해외 함정 건조 자금 지출 금지' 명문화 법안을 발의하며 정면충돌을 예고했다.
그럼에도 백악관은 '국가안보적 비상 상황'을 이유로 대통령의 특별 면제권(Waiver)을 발동해서라도 강행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대릴 코드 미 해군 참모총장 역시 "지금 당장 함정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방식에만 머무를 수 없는 '올 핸즈 온 덱(All hands on deck·총동원)' 상황"이라며 해외 조선소 활용 가능성을 전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 해군 전투함의 해외 발주가 성사될 경우, 대한민국 방산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념비적 수주가 될 것"이라며 "다만 미 정치권의 자국 우선주의 반발을 무마하고, 미국 내 생산 기지를 조기 안착시키는 것이 최종 계약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라고 진단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