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력 확보가 곧 국력”... 미국, ‘핵에너지 르네상스’ 위해 규제 대수술
60년대 대비 건설비 1500달러→9000달러 급증, ‘햇빛보다 엄격한’ 방사능 기준이 발목
트럼프 행정부·빅테크 주도 인허가 간소화 가속… 600조 원 SMR 시장 선점 승부처
60년대 대비 건설비 1500달러→9000달러 급증, ‘햇빛보다 엄격한’ 방사능 기준이 발목
트럼프 행정부·빅테크 주도 인허가 간소화 가속… 600조 원 SMR 시장 선점 승부처
이미지 확대보기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수십 년간 원전 산업의 발목을 잡아온 과도한 규제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미지 확대보기건설비 6배 뛰고 기간은 10년… ‘규제 덫’에 갇힌 미 원전
현재 미국의 원전 산업은 고비용과 공기 지연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1960년대만 해도 원전 건설에는 약 4년이 소요됐으며, 건설 비용은 발전 용량 1킬로와트(kW)당 현재 가치로 약 1500달러(약 216만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에서 10년 안에 원전을 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건설 비용은 1kW당 약 9000달러(약 1300만 원)로 60년대보다 6배나 치솟았다.
이러한 비용 상승의 주범으로는 연방 기관의 중복적인 환경 영향 평가와 과도한 보안 요구사항이 꼽힌다.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강화된 규제가 현재의 기술 수준을 반영하지 못한 채 비대해졌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009년 조지아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원전 건설 당시, 규제 당국이 공사 중간에 ‘항공기 충돌 견딜 수 있는 격납 건물’로 설계를 변경하도록 강제하면서 공사 기간과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미지 확대보기“햇빛보다 엄격한 방사능 기준”... 과학적 근거 부족한 ‘LNT 모델’ 논란
특히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의 지나치게 엄격한 방사능 노출 기준인 ‘ALARA(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 합리적으로 가능한 한 낮게)’ 원칙을 혁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수십 년 된 규칙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개편을 예고했다.
현행 규정은 원전 종사자와 인근 주민의 방사능 노출을 자연계(태양광 등) 노출량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제한하도록 강제한다. 이는 “고선량 방사선이 위험하면 저선량도 위험할 것”이라는 ‘선형 무임계(LNT)’ 가설에 기반하고 있으나, 학계에서는 저선량 방사선의 유해성을 두고 여전히 논쟁이 치열하다. 이러한 규제 탓에 원전 운영사들은 불필요하게 두꺼운 콘크리트 차폐벽을 설치해야 하며, 이는 건설 단가 상승과 작업 효율 저하로 이어진다. 반면 석탄 화력 발전소는 원전보다 더 많은 방사성 물질을 배출함에도 관련 규제가 거의 없다는 점도 형평성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빅테크 자본 쏟아지는데… ‘규제 혁신’이 최후의 보루
미국 에너지부(DOE)는 이달부터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등을 대상으로 중복적인 환경 검토를 면제하기로 했다. 규제 완화 흐름에 맞춰 메타(Meta),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아마존(Amazon) 등 거대 기술 기업(빅테크)들도 원전 산업에 수조 원대의 자본을 쏟아붓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소유한 워싱턴포스트조차 자국 원전 산업의 ‘과잉 규제’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규제 기관의 태도 변화 없이는 수십억 달러의 신규 투자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내부에서도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방대한 행정 서류 작업을 간소화하고, 규제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의 AI 패권 유지 여부는 낡은 규제의 틀을 얼마나 빨리 깨부술 수 있느냐에 달렸다. 미국 정부가 방사능 기준을 현실화하고 차세대 원전에 대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한다면, 정체됐던 핵에너지 생태계가 부활하며 AI 데이터센터를 지탱할 강력한 동력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환경론자들과 인근 지역 주민(NIMBY)들의 반대를 극복하지 못하고 규제 완화가 좌초될 경우, 미국의 AI 인프라 경쟁력은 전력 부족이라는 물리적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미 에너지 정책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 개혁이 단순히 원전 산업을 살리는 것을 넘어, 미래 국가 경쟁력의 핵심인 '에너지 주권'을 확보하는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