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PC 거물 델·HP도 ‘차이나 칩’ 채택… 공급망 판도 급변
메모리 시장 2215억 달러 사상 최대… 부품값 폭등에 노트북 가격 33% 인상 예고
메모리 시장 2215억 달러 사상 최대… 부품값 폭등에 노트북 가격 33% 인상 예고
이미지 확대보기아이지웨이(集微网)가 지난 15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1년 넘게 이어진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설 연휴를 기점으로 미묘한 변화를 보이는 가운데 중국 CXMT와 YMTC가 생산량을 대폭 늘리며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델(Dell)과 HP 등 글로벌 PC 제조사들이 처음으로 중국산 메모리를 채택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분석은 2025년 시장 통계와 현장 실사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이미지 확대보기화강베이의 경고… "메모리값 금값인데 노트북 가격은 더 뛴다"
최근 중국 선전 화강베이 시장의 메모리 현물 가격은 소폭 하락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업계에 따르면 주력 제품인 DDR4 메모리 가격은 지난 2025년 고점 대비 10~20%가량 하락했다. 그러나 현장 상인들은 "지난해 말부터 가격이 5~6배 폭등했던 터라 하락 폭은 미미하다"며 "일부 모델은 여전히 1800위안(약 37만 원)에 거래돼 금값보다 비싼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반면 낸드플래시(NAND Flash) 시장은 여전히 강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제조사의 가격 인상 정책으로 eMMC 등 저장장치 가격이 급등했다. 이러한 부품값 상승은 완제품 가격으로 전이됐다. 주요 PC 업체들은 중저가 노트북 가격을 5~10% 올린 데 이어,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은 연휴 이후 최대 33%까지 인상할 계획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노트북 한 대당 100만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할 처지다.
'3강' 체제 균열… 중국 기업들, 글로벌 4위권 안착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성장은 이제 단순한 추격을 넘어 시장의 판도를 흔드는 변수로 자리 잡았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와 카운터포인트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 등에 따르면, 중국 DRAM 제조사인 CXMT는 점유율을 4~5%대까지 끌어올리며 대만 난야(Nanya)를 제치고 세계 4위권에 안착했다. 비록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상위 3사의 점유율 합계가 90%를 상회해 격차는 여전히 크지만, ‘3강’ 체제였던 시장에서 유의미한 플레이어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낸드플래시 분야의 YMTC는 출하량 측면에서 더욱 위협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YMTC의 세계 출하량(Bit Growth) 비중은 지난해 1분기 처음으로 10%를 돌파한 데 이어, 3분기에는 13%에 육박하는 기염을 토했다. 매출 기준 점유율은 여전히 5~7% 수준에 머물러 있으나, 저가 공세를 바탕으로 물량 기준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확대한 점이 주효했다.
이 같은 중국세의 확장 속에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지난해 최악의 불황을 딛고 폭발적으로 반등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와 가트너(Gartner) 자료를 종합하면, 지난해 메모리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32.7% 급증하며 2215억 9100만 달러(약 319조 원)를 기록했다. 이는 메모리 업황 회복과 AI 수요 폭증이 맞물린 결과로, 시장 규모가 사상 처음 2000억 달러(약 288조 원) 고지를 넘어서며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거물들의 변심… '차이나 인사이드' 본격화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글로벌 고객사들의 태도 변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HP, 델, 에이수스(ASUS), 에이서(Acer) 등 세계적인 소비가전 대기업들이 처음으로 중국 본토 메모리칩을 구매 목록에 포함했다.
그동안 중국산 반도체는 성능이나 안정성 면에서 저평가받았으나, 이제는 국제표준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글로벌 제조사들이 공급망 안정과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산 제품으로 눈을 돌리면서 산업 격변이 일어나는 모양새다.
국산화 바람은 장비 산업에도 훈풍을 불어넣었다. 중국 반도체 식각장비 업체인 중미반도체(AMEC)는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최대 34.9% 증가한 21억 8000만 위안(약 456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테스트 장비업체인 창촨테크놀로지 역시 이익이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2026년에도 주요 원천 제조사들의 공급 조절과 국산 제품의 물량 공세가 맞물리며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급망 흔드는 ‘차이나 칩’… 글로벌 빅테크, 국산화 파고에 투항
중국 저장장치 산업의 부상은 단순한 양적 팽창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닛케이아시아 등 외신에 따르면 델, HP, 에이수스, 에이서 등 세계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을 호령하는 거물 기업들이 최근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를 자사 제품에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중국산 반도체가 품질과 신뢰성이라는 높은 문턱을 넘어서며 국제 무대에서 ‘대안’이 아닌 ‘주류’로 인정받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강자 YMTC는 지난해 3분기 세계 출하량 비중을 13%까지 끌어올렸다. CXMT 역시 DRAM 시장 점유율 3.97%를 기록하며 대만 기업을 제치고 세계 4위권에 안착했다. 이러한 국산화 물결은 상류 부문인 장비 산업으로 전이되어, 중미반도체(AMEC)의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최대 34.9% 급증하는 등 생태계 전반의 자급체제를 완성해가고 있다.
중국 메모리 업계의 점유율 확대는 한국 반도체의 '텃밭'이었던 범용 제품 시장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CXMT와 YMTC가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하며 세를 불림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저가형 시장에서 출혈경쟁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글로벌 PC 제조사들이 중국산 칩을 채택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지배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차세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반도체 전문가는 "중국이 기술 격차를 1~2년 내로 좁힌 만큼, 초격차 기술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가 한국 반도체의 생존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확보한 가격 경쟁력과 거대 내수 시장을 발판 삼아 향후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더욱 강력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