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트럼프 관세 위법 판결에도 보호무역 지속 전망…WSJ “美 무역정책, 예전으로 안 돌아가”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트럼프 관세 위법 판결에도 보호무역 지속 전망…WSJ “美 무역정책, 예전으로 안 돌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제동이 걸렸지만 미국 무역정책이 과거의 자유무역 기조로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SJ의 그레그 입 칼럼니스트는 이날 낸 칼럼에서 “트럼프는 관세에서 졌지만 무역은 결코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의 무역 정책은 앞으로 더 질서 있고 덜 충동적이겠지만 2025년 이전이나 트럼프 1기 출범 당시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기 ‘정밀 타격’에서 2기 ‘전면 살포’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시절 국가안보를 이유로 철강 등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무역확장법 제232조와 불공정 무역 관행을 문제 삼는 무역법 제301조를 활용해 중국 등에 표적 관세를 부과했다. 이 관세들은 법원 판단을 거쳐 유지됐고 일본·한국·멕시코·캐나다와의 새 무역협정 체결로 이어졌다.

그러나 2기 들어서는 전면적 관세 부과에 나섰다. 멕시코·캐나다·중국에 10~25%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지난해 4월에는 전 세계를 상대로 최대 125%에 달하는 관세를 매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비상사태를 선언하면 국가·사유·기간 제한 없이 관세를 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연방대법원은 전날 IEEPA가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회가 관세 권한을 위임할 때는 명시적이고 엄격한 제한을 둬 왔다”고 밝혔다.

다만 WSJ는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제232조와 무역법 제301조, 무역법 제122조 등 다른 법률을 활용해 관세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제122조는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최대 15% 관세를 150일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지낸 마이크 프로먼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이번 판결로 관세를 외교·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남용하는 행태는 제약을 받겠지만 관세 정책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일시적”…그러나 고율 관세는 구조화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자유무역에서 점차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를 유지했고, 친환경 제조업 보조금 정책으로 유럽과 일본의 반발을 샀다.

개혁성향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최근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무역이 부유층에 유리하게 작동했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분위기가 달라졌다. 2018년에는 팻 투미 당시 상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를 제한하는 법안에 다수 공화당 의원의 지지를 모았지만 지난해 10월 유사 결의안에는 공화당 상원의원 4명만 찬성했다.

조시 립스키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관세를 경제철학의 중심에 둔 것은 트럼프 대통령만의 특징이지만,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이전보다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관세가 연간 수천억달러의 재정을 창출하고 일부 제조업 일자리와 공장을 유치하는 효과를 낼 경우 이를 방어하려는 이해집단이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철강·자동차 산업과 미시간·펜실베이니아 같은 경합주가 대표적이다.

◇세계는 이미 ‘탈의존’ 가속

국제사회도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을 기다리기보다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뮌헨에서 “중국이나 미국 같은 강대국은 타국의 의존을 활용하고 필요하면 이를 이용한다”며 “우리는 의존도와 취약성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WSJ는 “미국 무역정책은 앞으로 더 예측 가능해질 수 있지만, 고상한 자유무역 원칙을 추구하던 시대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관세와 거래 중심의 타협이 공존하는 새로운 균형 상태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