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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인공지능 ‘종말 시나리오’ 보고서 확산에 美 증시 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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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인공지능 ‘종말 시나리오’ 보고서 확산에 美 증시 출렁

시트리니 리서치의 보고서. 사진=시트리니 리서치이미지 확대보기
시트리니 리서치의 보고서. 사진=시트리니 리서치

인공지능(AI)이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대체해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가상의 보고서가 확산되면서 미국 증시가 급락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전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22포인트(1.7%) 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 나스닥종합지수는 1.1% 각각 내렸다. 기술주 비중이 높은 시장 구조와 AI 관련 불안 심리가 겹치며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WSJ에 따르면 투자 리서치업체 시트리니 리서치가 공개한 가상 시나리오가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이 보고서는 오는 2028년 6월을 가정한 ‘사고 실험’ 형식으로 AI가 화이트칼라 지식 노동의 희소성을 무너뜨리면서 대규모 실업과 금융 전염을 촉발할 수 있다는 암울한 미래상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근대 경제사 전체에서 인간의 지능은 희소한 투입 요소였다”며 “우리는 이제 그 프리미엄이 해체되는 과정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AI가 경제에 매우 낙관적이라면, 오히려 주식시장에는 비관적일 수 있다”는 질문을 던졌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일부 종목 급락으로 이어졌다. 데이터도그,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지스케일러 등 소프트웨어 업체는 9% 넘게 떨어졌다. IBM은 13% 급락해 2000년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보고서에 이름이 언급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KKR, 블랙스톤도 동반 하락했다.

최근 몇 주간 소프트웨어, 사모신용, 보험, 자산관리 업종을 중심으로 AI로 인한 구조 변화 우려가 확산됐다는 설명이다. 이달 초에는 한 업체가 트럭 운송을 자동화하는 AI 도구를 홍보한 뒤 운송주가 급락하는 등 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조던 리주토 감마로드 캐피털 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AI 관련 구조 변화의 가격 반영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가속하는 기술의 특성상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필수소비재 등 방어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지만 이들 업종의 지수 내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증시에 부담을 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법원이 일부 수입 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한 뒤 이를 대체하기 위한 글로벌 관세를 15%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아메리칸이글, 랄프로렌, 예티홀딩스 등 무역 민감주가 하락했고 다우존스운송지수는 2.8% 떨어졌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 속에 채권과 금 가격은 상승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4.026%로 마감해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 선물은 온스당 5204.70달러(약 751만2000원)로 2.9% 올랐고 은 선물은 온스당 86.52달러(약 12만5000원)로 5.2% 상승했다.

보고서는 소프트웨어 업체와 결제업체 등이 “화이트칼라 생산성 성장에 대한 하나의 긴 데이지 체인형 베팅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AI가 이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모신용업체 블루아울은 3.4%,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는 5% 각각 하락했다.

UBS는 최근 보고서에서 “신용 관점에서 핵심 위험은 변화의 존재 자체보다 속도”라며 “12개월 이내 급격한 충격은 계약상 보호 장치를 압도할 수 있지만 수년에 걸친 조정이 더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도어대시 주가는 6.6% 하락했다. 보고서가 이 회사를 ‘대인 마찰을 수익화하는 기업의 전형’으로 지목하며 AI 에이전트가 배송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앤디 팽 도어대시 공동창업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AI 기반 상거래 시대에 맞춰 회사도 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이번 급락은 AI가 경제에 미칠 장기적 영향에 대한 월가의 깊은 불안을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헤드라인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말라”는 신중론도 나오지만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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