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TCO 50% 절감 파격 제안…삼성·SK하이닉스 '국내 클러스터 집중' 위해 거절
보조금 유혹보다 무서운 기술 유출·고용 이탈…'K-반도체 안보' 지키기 전략적 선택
TSMC식 '밀월'보다는 소부장 협력 중심의 '투트랙' 기조 강화될 듯
보조금 유혹보다 무서운 기술 유출·고용 이탈…'K-반도체 안보' 지키기 전략적 선택
TSMC식 '밀월'보다는 소부장 협력 중심의 '투트랙' 기조 강화될 듯
이미지 확대보기기술 전문매체 'Wccftech'가 지난 23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일본 행정부는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완성을 위해 한국 기업에 천문학적인 보조금과 물류 인프라 패키지를 제안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와 국내 반도체 생태계 보호라는 명분을 우선순위에 두며 일본 내 신규 메모리 생산 시설(팹) 건설에 선을 그었다.
이미지 확대보기'총소유비용 50% 절감' 카드 던진 일본…왜 삼성·SK하이닉스인가?
일본이 제시한 혜택의 핵심은 단순히 건설비 일부를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부지 무상 제공, 전력·용수 등 기초 인프라의 국가 주도 구축, 그리고 일본 특유의 강력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공급망을 직접 연결해 총소유비용(TCO)을 한국 대비 50%까지 낮춰주겠다는 계산이다. 통상 첨단 반도체 팹 한 기를 짓는 데 20조 원 안팎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수조 원의 현금을 손에 쥐는 것과 다름없는 제안이다.
일본이 이처럼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대만 TSMC와의 성공적인 협업 모델을 메모리 분야로 확장하기 위함이다. 구마모토에 안착한 TSMC가 최근 3나노(nm) 공정 도입까지 확정하며 일본을 파운드리 거점으로 삼자, 일본 정부는 세계 메모리 시장을 장악한 한국 기업까지 끌어들여 '반도체 완전 자립'을 이루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경제성보다 무거운 '기술 안보'와 '국내 고용'의 가치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판단은 냉철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기술 안보다. 첨단 메모리 공정은 국가 핵심 기술로 분류되며, 일본 내 생산 시설 구축은 의도치 않은 기술 전수나 인력 유출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또한, 국내 투자 계획과의 충돌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본지 취재와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에 2042년까지 360조 원을, SK하이닉스는 용인 원삼면에 600조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는 당초 120조 원 규모를 투입하기로 했으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으로 용적률이 상향(350%→490%)되면서 팹의 층수가 높아지고, 최첨단 설비 도입 및 물가 상승분이 반영되면서 투자를 늘렸다.
증권가 관계자는 "파운드리는 고객사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숙명이지만, 메모리는 제조 효율성과 보안이 생명"이라며 "일본의 보조금이 일시적인 수익성을 높여줄 순 있어도, 장기적으로 국내 고용 위축과 공급망 주도권 상실이라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영진이 깊이 고려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의 '반도체 부활' 전략, 실현 가능성은?
일본의 '반값 팹' 구상이 완전히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TSMC라는 대어를 낚는 데는 성공했으나, 메모리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확답을 얻지 못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일본의 '반도체 부활' 전략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우선 자금력의 한계가 있다. 매년 조 단위의 보조금을 쏟아붓는 일본의 재정적 부담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상존한다.
K-반도체의 결집도 부담이다. 한국 정부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통해 규제 완화와 인프라 지원을 강화하면서, 굳이 리스크를 안고 일본으로 향할 유인이 줄어들었다.
더욱이 지정학적 역설도 작용한다. 미·중 갈등 속에서 일본이 안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는 있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국내 제조 역량을 고수하는 것이 '반도체 안보'의 핵심이라는 인식이 확고하다.
물론 일본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신 미국 마이크론과 손을 잡을 가능성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일본 정부로부터 총 7745억 엔(약 7조1700억 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확보하며 히로시마를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거점으로 낙점했다. 2026년 5월 착공 예정인 히로시마 신규 팹에만 1조5000억 엔(약 13조8800억 원)이 투입되며, 이는 일본의 소부장 공급망과 미국 기술력의 결합을 의미한다. 한국 기업이 국내 클러스터에 집중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사이, 일본은 마이크론을 통해 메모리 자립의 빈틈을 메우며 K-반도체의 강력한 대안 세력을 키워내고 있다는 분석도 업계에서는 나온다.
다만, 일본의 전략은 한국과 협력에서 첨단 공정 유치보다는 기존 소부장 강점을 활용한 '공동 R&D'나 '패키징 협력'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과 SK가 일본의 유혹을 뿌리친 것은 단순한 '거절'이 아니라, 한국 반도체의 미래를 국내 생태계에 내재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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