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여력 급격히 축소, 에너지 보조금·고금리 부담 겹쳐…AI는 ‘유일한 변수’
이미지 확대보기국제통화기금(IMF)이 미국의 막대한 국가부채 문제를 단일 국가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 재정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위기로 진단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IMF가 발표한 재정점검 보고서를 인용해 특히 각국의 재정 여력이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인공지능(AI)이 유일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며 17일(이하 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로드리고 발데스 IMF 재정국장은 지난 1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춘계회의에서 “세계 경제는 다시 시험대에 올랐고 많은 국가에서 재정 여력이 크게 줄어든 상태”라고 밝혔다.
◇ 미국 부채 ‘눈덩이’…GDP 대비 142% 전망
IMF에 따르면 미국 재정적자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8% 수준에서 7% 이하로 소폭 줄었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향후 적자 비율은 다시 7.5% 수준으로 올라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IMF의 분석이다.
미국 국가부채는 올해 GDP 대비 125%를 넘어서고, 2031년에는 142%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부채 증가세를 단순히 ‘안정화’하기 위해서만도 GDP 대비 약 4% 수준의 재정 긴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발데스 국장은 “이는 결코 작은 조정이 아니다”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의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 국채의 안전자산 프리미엄이 점차 축소되는 등 금융시장에서 경고 신호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 세계 부채, GDP 100% 돌파 임박
문제는 미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IMF는 전 세계 공공부채가 2028년까지 세계 GDP의 99%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 예상보다 빠른 속도다.
특히 극단적 시나리오에서는 3년 내 121%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발데스 국장은 “이 문제는 경기 순환이 아니라 정책 선택의 결과”라며 “지출은 늘고 세수는 줄어드는 구조가 고착됐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금리 상승까지 겹치면서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질금리는 팬데믹 이전보다 약 6%포인트 상승해 기존 부채의 이자 부담을 빠르게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중동발 에너지 정책 ‘부메랑’ 우려
중동 지역 갈등은 재정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변수로 지목됐다.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상승에 대응해 각국 정부가 보조금 확대나 세금 인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IMF는 이같은 정책이 가격 신호를 왜곡하고 재정 부담을 키우며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에 더 유리한 ‘역진적 효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국가가 가격 상승을 인위적으로 억제할 경우 그 부담이 다른 국가로 전가되면서 글로벌 가격 변동성이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고 IMF는 경고했다.
에라 다블라-노리스 IMF 부국장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선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AI, 재정 위기 ‘변수’로 부상
이처럼 비관적인 전망 속에서도 AI는 유일한 변수로 꼽혔다.
IMF는 AI가 생산성 향상, 세수 관리 개선, 공공서비스 효율화 등을 통해 정부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동시에 AI가 노동시장 충격과 소득 불평등 확대를 유발하고, 기존 소득세·급여세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다블라-노리스 부국장은 “현재의 조세·사회보장 체계가 이런 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결국 각국이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한 구조 개혁을 미루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