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FG·양밍차오퉁대 MOU 체결… 일본 자본·대만 기술·인도 인재의 '분업 제국' 가시화
인도 구자라트주 30년 반도체 허브 선언·JBIC 타타 그룹 '거대 자금' 투입 공식화… 삼성·SK하이닉스 중심의 한국 반도체 전략에 새 변수 부상
인도 구자라트주 30년 반도체 허브 선언·JBIC 타타 그룹 '거대 자금' 투입 공식화… 삼성·SK하이닉스 중심의 한국 반도체 전략에 새 변수 부상
이미지 확대보기일본 최대 금융그룹 미쓰비시UFJ(MUFG)은행과 대만 반도체 인재 사관학교인 국립 양밍차오퉁대학교(NYCU)는 지난 24일(현지시각) 신주에서 반도체 산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공식 체결했다. 대만 디지타임즈 보도를 통해 알려진 이 협약은 단순한 양자 협력의 외양을 띠지만, 속내는 전혀 다르다. 일본이 자금줄을 쥐고, 대만이 기술 생태계를 통합하며, 인도가 인력을 공급하는 이른바 'JTI(Japan-Taiwan-India) 삼각동맹'의 제도적 출범 선언이라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 분석이다.
'자본-기술-인재'의 정교한 3분 체계
이날 세미나에서 NYCU의 국제 반도체 인재 양성 전문가인 쳉 YC(Tseng YC) 교수는 3국 역할 분담의 청사진을 명쾌하게 제시했다. 그는 "인도는 대만 산업기술연구원(ITRI)의 성공 공식을 이식해 초기 기술 개발의 위험을 분산하고, 일본은 고도의 금융 역량을 앞세워 첨단 패키징 공정과 교육 인프라에 장기 자금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구도는 빈틈이 거의 없다. 대만이 보유한 세계 최정상급 미세 공정 기술과 제조 관리 노하우를 중심축으로, 일본의 탄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공급망과 인도의 방대한 설계 엔지니어 풀이 맞물리는 방식이다. 각국의 강점이 타국의 약점을 정밀하게 메우는 '보완적 결합'이라는 점에서, 이 동맹은 과거의 어떤 다자 반도체 협력과도 성격이 다르다.
구자라트주, '2030년형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총력
인도 정부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구자라트주 전자경제사절단(GSEM)의 로힛 나익 대표는 이날 "구자라트주는 향후 20~30년을 내다본 장기 로드맵 아래, 대만 신주 과학단지에 필적하는 대규모 반도체 허브를 반드시 완성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구자라트주는 이미 반도체 공장 운영의 생명선인 전력·용수의 24시간 실시간 감시 체계를 가동 중이다. 자본 유치를 위한 금융 혜택도 공격적이다. 나익 대표는 "이자 보조금 정책을 통해 기업이 실감하는 실질 금리를 기존 7%에서 2%대로 끌어내렸다"고 밝혔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현지 투자를 가로막는 자본 비용 장벽을 국가가 직접 허물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그 파괴력은 적지 않다.
일본 국책은행, 타타 반도체 프로젝트에 '천문학적 자금' 투입 예고
일본 정부도 민간 자본에 앞서 국책금융으로 이 동맹의 토대를 다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100% 출자한 국책금융기관인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의 겐키 가토 이사는 "현재 일본 기업의 60%가 인도를 최우선 투자처로 선정한 상태"라며, 인도 최대 복합기업인 타타 그룹의 반도체 사업화 프로젝트에 '거대한 규모'의 생태계 조성 자금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공언했다.
가토 이사가 언급한 숫자는 이 동맹의 무게감을 방증한다. 일본 소재 기업들은 세계 반도체 소재 시장의 50%를, 장비 기업들은 30%를 장악하고 있다. 이 압도적인 공급망이 인도 프로젝트의 핵심 후방 기지로 기능하게 된다
동맹의 결합력, 한국의 포지셔닝 재점검 필요
MUFG은행의 유키 사이토 이사는 "대만에 진출해 있는 일본 기업들은 인도 시장 진입에 앞서 인적 자원·금융·산업 기술의 공백을 채워줄 대만 파트너를 찾기에 매우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도 정부 역시 이 3자 협업 모델을 적극 환영하는 기류다.
업계에서는 JTI 연합이 완성 단계에 진입할 경우 제조 원가 경쟁력과 공급망 내구성 면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본다. 다만 인도 현장의 제조 숙련도 부족과 복잡한 관료적 행정 절차는 여전히 이 구도가 넘어야 할 현실적 관문이다.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된 한국의 구조와 달리,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후공정(OSAT) 전 영역에 걸쳐 3국이 쌓아가는 생태계의 파급력은 국내 업계에서도 예의 주시해야 할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JTI 동맹 대 미국·중국… '반도체 3대 전략'의 강점과 약점
한편 이들의 결합은 중국과 미국의 입장에서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중국은 '화웨이·SMIC 중심의 자급자족 국산화(홍색 공급망)'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 보조금 수조 위안을 쏟아붓고 있지만, 첨단 공정의 기술 장벽(ASML 장비 수출 통제)이 여전한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한다.
미국은 CHIPS법을 통해 TSMC·삼성·인텔을 자국 영토에 끌어들이는 '리쇼어링(reshoring)' 전략을 구사하지만, 막대한 보조금과 지정학적 레버리지가 강점이나, 인건비 경쟁력이 낮고 인재 생태계 구축에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구조적 한계가 뒤따른다.
반면 JTI 동맹은 각국의 비교우위를 수평 분업한다는 점에서 비용 효율성이 돋보인다. 그러나 3개국의 이해관계 충돌, 인도의 제조 경험 부족, 지정학적 중재자 부재는 잠재적 균열 지점이다. 단일 국가 전략보다 유연하지만, 조율 실패 시 공급망 전체가 흔들리는 취약성도 내재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