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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셔 해서웨이 대해부] 아벨의 '4대 영구 종목' 선언…버크셔 3000억 달러 포트폴리오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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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셔 해서웨이 대해부] 아벨의 '4대 영구 종목' 선언…버크셔 3000억 달러 포트폴리오가 바뀐다

애플·아멕스·코카콜라·무디스 '불변 자산' 확정, 뱅오아·셰브론은 '유동 자산'으로 강등
버핏 퇴임 첫해, '집중 투자·현금 확대·보수적 접근' 3대 원칙 공식화…한국 장기투자 전략에도 시사점
그레그 아벨 버크셔 해서웨이 CE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그레그 아벨 버크셔 해서웨이 CEO. 사진=로이터
투자의 성배(聖杯)를 물려받은 사람은 어떻게 그 무게를 증명하는가. 워런 버핏이 2025년 말 경영 일선에서 공식 퇴장한 지 수개월, 그렉 아벨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가 마침내 답을 내놓았다. 그것은 화려한 신규 종목 발굴이 아니었다. '앞으로 수십 년을 함께할 네 가지 자산을 정조준하겠다', 버핏보다 더 버핏다운 선택과 집중이었다.

"아벨의 첫 번째 공식 선언…'4대 영구 자산' 명확히 제시"


아벨 CEO는 지난달 28(현지시각) 발표한 버크셔 연례 보고서에서 애플(Apple),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코카콜라(Coca-Cola), 무디스(Moody's) 네 종목을 '영구 보유 혹은 그에 준하는 핵심 자산'으로 공식 지목했다. 서한에서 "우리는 이 회사들의 사업 구조를 깊이 이해하고 경영진을 높이 평가한다. 향후 수십 년에 걸친 꾸준한 성장을 확신한다"고 적었다.

이는 버핏이 수십 년간 고수해 온 '이해 가능한 비즈니스에 대한 집중 투자' 원칙을 아벨 체제에서도 그대로 계승하겠다는 공개 선언이다. 배런스는 지난 1일 이를 '포스트 버핏 시대의 투자 철학 공식화'라고 평가했다.

수치는 이 철학의 위력을 그대로 보여 준다. 코카콜라의 경우 버크셔가 1980년대 후반 주당 평균 3달러(4300)에 사들인 주식이 현재 81달러(117500)를 넘어섰다. 단순 주가 상승분만 약 27배다. 애플 역시 평균 취득가가 약 27달러(39100)인데, 현재 주가는 264달러(383000) 수준으로 약 10배에 달한다. 버크셔가 애플 지분을 2025년 말 기준 22700만 주로 줄였음에도 추가 매도를 중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금 부담을 감안하면 매도보다 보유가 경제적으로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뱅오아·셰브론, '영구 명단' 탈락…무엇이 달랐나


시장 전문가들이 주목한 것은 포함된 종목이 아니라 빠진 종목이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fA)와 셰브론이다. 버크셔는 지난 18개월 동안 BofA 지분을 절반 수준으로 압축해 현재 51700만 주를 보유 중이다. 셰브론 역시 약 200억 달러(29조 원) 규모의 적지 않은 보유량이지만, '수십 년을 함께할 자산' 목록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아벨 CEO는 이에 대해 "일부 회사는 자본 배분이 더욱 역동적인 범주에 속해 있다"라고 선을 그었다. 경제 전망에 근본적인 변화가 감지되면 언제든 지분을 대폭 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월가에서는 금융주와 에너지주를 기술주·소비재와는 다른 잣대로 관리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탈탄소 전환 가속, 금리 사이클 변동성 확대 등 거시 변수가 복잡하게 얽힌 두 섹터의 특성이 반영된 판단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일본 5대 종합상사(이토추·마루베니·미쓰비시·미쓰이·스미토모) 지분이 약 350억 달러(507800억 원)의 무게로 가세했다. 결국 4대 핵심 종목과 5대 일본 상사, 총 아홉 개 자산이 버크셔 주식 포트폴리오 전체의 약 3분의 2를 구성하는 '뉴 코어(New Core)' 체계를 이뤘다.

'포스트 버핏'의 무게…3000억 달러 운용 체계 어떻게 짜나


버핏이 퇴임한 뒤 약 3000억 달러(4353000억 원)에 달하는 거대 포트폴리오를 누가 어떻게 운용할지는 여전히 투자 시장 최대의 관심사다. 이번 서한에서 아벨은 "자본 배분의 최종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못 박으면서도, 버핏이 주 5일 사무실에 출근하며 자문 역할을 이어갈 것임을 밝혔다.

주목할 대목은 테드 웨슐러 매니저의 역할 축소다. 과거에는 웨슐러와 토드 콤스 두 매니저가 포트폴리오 전반을 관리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아벨은 이번 서한에서 웨슐러가 전체 투자 자산의 6%만을 담당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이는 버핏식 '극도의 집중 투자' 기조를 유지하되, 새 종목 발굴보다는 기존 핵심 자산의 가치 방어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버크셔 전략'이 한국 장기투자자에게 던지는 질문


버크셔의 '4대 영구 자산' 전략이 한국 투자 시장에 던지는 파장은 생각보다 적지 않다.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분기 실적 발표 때마다 포트폴리오를 뒤집는 '회전율 경쟁'을 벌이는 현실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코카콜라를 40년 가까이, 애플을 취득가의 10배가 될 때까지 보유한다는 원칙은 단기 수익률 압박에 시달리는 국내 기관 투자자들에게 구조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전략이지만, 개인 투자자 차원에서는 충분히 참고할 만한 모델이다.

특히 아벨이 BofA와 셰브론에 부여한 '역동적 자본 배분' 라벨은 국내 투자자에게도 유효한 프레임이다. 금리 환경이 급변하는 금융주, 국제 유가와 탈탄소 규제가 교차하는 에너지주는 '사두고 잊는' 전략보다 능동적 비중 조절이 요구된다는 논리는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시각과도 일치한다. 업계 관계자는 "버크셔의 이분법적 포트폴리오 분류는 국내 투자자들이 섹터별 리스크를 다르게 관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새삼 확인시켜 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벨의 선언이 '버핏의 복사본'에 그치지 않으려면 한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다음 '코카콜라''애플'을 그가 직접 발굴할 수 있느냐다. 현재 버크셔의 전략은 수성(守城) 중심이다. 3000억 달러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쌓아두고도 뚜렷한 대형 인수·합병(M&A)이나 신규 대량 매수가 보이지 않는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아벨 체제의 버크셔는 공격적 투자 회사라기보다 정교한 지주회사로 진화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투자의 성배는 넘겨받았다. 이제 그 안을 채울 이야기가 남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