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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버핏' 아벨, 500조 현금 실탄 장전 선언...기술주 조정·에너지 집중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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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버핏' 아벨, 500조 현금 실탄 장전 선언...기술주 조정·에너지 집중 승부수

버크셔 4분기 실적 쇼크에도 '철성(鐵城) 재무' 고수... 애플 1000만 주 던졌다
보험 업황 둔화 직면한 '아벨 호', 옥시덴탈·셰브런 등 '올드 이코노미' 귀환 가속화
그렉 아벨 CEO를 중심으로 양옆에 기술주 비중 축소, 에너지 및 보험 집중 등 주요 전략 변화를 시각화하고 버크셔 해서웨이의 견고한 재무 건전성(3733억 달러 보유)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그렉 아벨 CEO를 중심으로 양옆에 기술주 비중 축소, 에너지 및 보험 집중 등 주요 전략 변화를 시각화하고 버크셔 해서웨이의 견고한 재무 건전성(3733억 달러 보유)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워런 버핏의 60년 경영 철학을 물려받은 그렉 아벨(Greg Abel) 시대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기술주 비우기'와 '현금 요새 구축'이라는 명확한 색깔을 드러냈다.

지난 1일(현지시각) 경제 전문 매체 더스트리트(TheStreet) 보도에 따르면, 아벨 CEO의 첫 주주 서한을 본지가 정밀 분석한 결과, 버크셔는 역대급 현금 실탄을 장전한 채 시장의 하방 압력에 대비하는 '수비형 공격' 태세로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벽형 대차대조표'로 회귀... 500조 원대 현금 실탄의 의미


아벨 CEO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서한에서 "버크셔의 근간을 결코 타협하지 않는 '성벽 같은 대차대조표(fortress-like balance sheet)'를 유지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는 버핏이 강조해온 보수적 재무 운영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실제로 버크셔가 보유한 현금 및 단기 국채 규모는 3733억 달러(약 544조 원)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시장의 고점 신호를 감지한 버크셔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기다림의 미학'을 실천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아벨 CEO는 이 막대한 자금을 '드라이 파우더(투자 대기 자금)'라고 지칭하며,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극한 상황에서 오히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음을 시사했다.

애플·아마존 '익절'과 에너지주의 역설... "성장보다 현금흐름“


포트폴리오 재편 방향은 더욱 정교해졌다. 버크셔는 지난해 4분기 애플(AAPL) 주식 1030만 주를 매각하며 비중을 덜어냈다. 한때 포트폴리오의 절반에 육박했던 애플 비중을 조절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선 셈이다.

특히 아마존(AMZN) 지분은 77% 이상 대거 정리하며 기술주에 대한 차익 실현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반면 셰브런(CVX) 주식을 800만 주 추가 매입하고 에너지 기업 옥시덴탈 페트롤리움(OXY)의 지배력을 높이는 등 '올드 이코노미'로의 회귀는 뚜렷하다.

국내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버크셔의 이러한 행보는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기술주 거품 논란 속에서 실질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에너지와 보험 등 기초 산업의 가치를 재평가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하이리스크' 기피하는 실용주의... 보험 엔진과 에너지 인프라 결합


아벨 CEO가 이끄는 버크셔는 보험 업황 둔화라는 단기 악재 속에서도 '플로트(Float, 보험 가용자금)'를 활용한 장기 복리 효과에 집중하고 있다.

4분기 보험 인수 이익이 19.5% 하락하며 수익성은 주춤했으나, 오히려 무리한 계약 수주를 지양하며 자산 건전성을 확보했다. 동시에 매각 대금은 처브(CB)와 같은 우량 보험사와 셰브런 등 탄탄한 현금 흐름을 보장하는 섹터로 이동했다.

이는 아벨 CEO가 성장성 위주의 모험보다는 확실한 수익원이 뒷받침되는 실용주의적 투자를 우선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전략의 정점은 저평가된 대형 자산을 통째로 사들이는 '메가 딜(Mega Deal)'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 증권가에서는 버크셔가 500조 원에 육박하는 유동성을 확보한 것을 두고, 향후 시장의 변동성이 극대화되는 시점에 에너지 인프라나 기간산업 분야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노리는 승부수라고 분석한다.

버핏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보다 정교한 리스크 관리를 더한 '아벨 호'의 행보에 전 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아벨 CEO의 첫 행보는 '혁신'보다는 '보존'에 방점이 찍혔다. 버핏이 회장직에 머물며 매일 사무실로 출근하는 상황에서, 아벨은 관리자로서의 역량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역대급 유동성을 언제, 어느 분야에 투입하느냐가 '포스트 버핏' 시대의 진정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