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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0일 만의 '핵폭발적' 귀환... 일 가시와자키 6호기 재가동이 부른 에너지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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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0일 만의 '핵폭발적' 귀환... 일 가시와자키 6호기 재가동이 부른 에너지 쇼크

도쿄전력, 세계 최대 '7965MW' 원전 단지 심폐소생 성공... 18일 상업 운전 전격 복귀
연간 LNG 130만 톤 대체 효과... 수입 의존도 높은 한국·일본 에너지 공급망에 '초강력 변수'
TEPCO 주가 150% 폭등 속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 가속... 한·중·일 '원자력 골든트라이앵글' 형성
14년 만에 재가동한 일본 혼슈 중부 니가타현 가시와자키·카리와 원자력발전소 6호기.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14년 만에 재가동한 일본 혼슈 중부 니가타현 가시와자키·카리와 원자력발전소 6호기.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의 시선이 일본 니가타현의 해안가로 쏠리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침묵의 거인'으로 불리던 세계 최대 원자력 발전소 가시와자키-카리와(Kashiwazaki-Kariwa) 원전이 약 14년(5100여 일)의 긴 잠에서 깨어나 전력 계통 복귀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 매체 뱅키에르(Bankier.pl)의 6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가시와자키-카리와 6호기는 지난달 9일 임계 상태 도달에 성공했으며 오는 18일 본격적인 상업 운전 노릇을 시작할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단순한 원전 한 기의 복구가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수급 지형을 뒤흔들 대형 이벤트로 평가받는다.

에너지 수입 구조의 '게임 체인저'... 620억 입방피트 LNG 수요 증발


가시와자키-카리와 6호기의 부활은 일본의 고질적인 에너지 수입 의존도에 강력한 하방 압력을 가할 핵심 변수다. 이번에 재가동되는 6호기는 1315메가와트(MW)급 개량형 비등수형 경수로(ABWR)로, 연간 약 9.5테라와트시(TWh)의 전력을 생산할 전망이다.

이는 폴란드 최대 화력 발전 단지인 벨하투프 생산량의 절반을 웃도는 규모로, 일본 내 전력 수급 안정에 결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파급력은 더욱 직접적이다. 시장에서는 6호기 가동만으로 연간 약 130만 톤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대체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천연가스 부피로 환산하면 약 620억 입방피트에 이르는 막대한 양이다.

특히 2025년 기준 세계 2위 LNG 수입국인 일본이 수입 물량을 이처럼 대폭 줄일 경우, 국제 LNG 가격의 안정화는 물론 동북아시아 전체의 에너지 구매 협상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도쿄전력(TEPCO)은 6호기와 7호기(1356MW)가 완전가동될 경우 연간 수익이 약 1000억 엔(약 93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러한 실적 개선 기대감에 힘입어 주가는 지난해 연료 장전 시점 대비 약 150% 폭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안전 신뢰'의 가시밭길 넘다... 7호기 연동과 지역 사회의 시선


재가동 과정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직접 피해는 면했지만, 후쿠시마 사고의 여파로 전면 가동 중단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가 2017년에 이미 6호기와 7호기의 안전 승인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가동까지 7년이 더 소요된 배경에는 지자체의 완고한 승인 절차와 주민 신뢰 회복이라는 높은 벽이 있었다.

실제로 지난 1월 21일 실시된 제어봉 작동 시험 도중 시스템 경보가 발생하며 한 차례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정밀 재점검을 통해 지난달 9일 재가동에 성공했으며, 원자로가 안정적인 연쇄 반응을 유지하는 '임계' 상태에 도달하는 데 단 80분이 소요되며 기술적 건전성을 입증했다.

다만 쌍둥이 노형인 7호기는 안전 보강과 지역 사회와의 추가 협의를 이유로 가동 시점이 2029년에서 2030년 사이로 조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내 원전 반대 여론이 여전한 상황에서 6호기의 안정적인 초기 운영 성과가 향후 7호기 및 다른 원전들의 재가동 속도를 결정짓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동북아 '핵심 에너지 벨트' 재편... 한·중·일 원전 패권 경쟁 가속


가시와자키-카리와 원전의 귀환은 아시아 국가들이 주도하는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의 정점이다.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원전 단지들은 한국과 일본, 중국에 집중적으로 포진해 있다.

단일 부지 용량 기준으로는 일본의 가시와자키-카리와(7965MW)가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한국의 고리 원전(7489MW)이 턱밑까지 추격 중이다. 특히 고리 원전은 현재 모든 설비가 가동 중인 '실질적 운영 단지' 중에서는 세계 1위의 위용을 자랑한다.

국가별 전체 원전 발전 용량을 보면 미국이 약 97기가와트(GW)로 독보적 1위이나, 중국(약 62GW)과 프랑스(약 61GW)가 뒤를 잇고 있다. 일본 역시 이번 재가동을 포함해 총 15기의 원자로(약 33GW)를 운영하며 에너지 자립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에너지 정책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 중립과 고물가 시대의 저렴한 전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원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 또한 신한울 3·4호기 건설과 폴란드 루비아투프 원전 수출(3750MW 규모) 등을 통해 이 시장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 정조준하고 있다. 일본의 원전 거인이 깨어난 지금, 동북아시아의 에너지 공급망은 더욱 견고하고 입체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