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간의 해상 셧다운, 글로벌 원유 공급망 '동맥경화' 심화
쿠웨이트·이라크 등 산유국 감산 도미노… 사우디, 홍해 우회 '비상'
국제 유가 상방 압력 가중, 국내 정유·화학 업계 수급 불확실성 증폭
쿠웨이트·이라크 등 산유국 감산 도미노… 사우디, 홍해 우회 '비상'
국제 유가 상방 압력 가중, 국내 정유·화학 업계 수급 불확실성 증폭
이미지 확대보기민간 상업용 선박들의 통행이 전면 중단된 가운데 산유국들의 저장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며 감산이 현실화하는 등 실물 경제에 가해지는 타격이 본격화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Bloomberg)이 7일(현지시각) 보도한 선박 추적 데이터와 현지 분석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 해협을 통과한 대형 선박은 미국의 제재를 받는 이란 연계 유조선과 가스 운반선 단 두 척뿐이며 일반 선사들의 운항은 완전히 멈춰 섰다.
정상 물류의 붕괴… 제재 선박만 오가는 ‘무법 해역’
현재 호르무즈 해협의 물리적 흐름은 사실상 ‘사망 판정’을 받은 상태다. 지난 24시간 동안 이 좁은 수로를 통과한 대형 선박은 이란과 연계된 초대형 유조선(VLCC) 한 척과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한 척이 전부인 것으로 파악됐다.
공교롭게도 이 두 선박은 모두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오른 기명 선박들이다.
반면,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책임지는 일반 상업용 유조선들은 미사일과 드론 공격 위험을 피해 일제히 운항을 중단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호르무즈는 보험 적용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이란과 특수 관계가 없는 선사들에게 이 해협은 거대한 장벽과 같다"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선박 추적 데이터상으로도 위기는 명확히 드러난다. 통상 걸프만 안쪽에는 원유를 싣기 위해 대기하는 빈 유조선들이 수십 척에 달하지만, 지난 6일 기준 대기 중인 빈 초대형 유조선은 단 9척에 불과했다. 해협을 뚫고 들어오는 배 자체가 사라졌다는 의미다.
산유국 감산 도미노와 ‘스텔스 항해’의 등장
이로 인해 이라크는 이미 원유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기 시작했으며, 쿠웨이트 역시 생산 규모 축소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호르무즈를 거치지 않고 홍해 연안 터미널로 수출 경로를 급히 변경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특히 최근 해상에서는 위치 정보를 숨기는 ‘스텔스 항해’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이란 연계 유조선들은 선박 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이동하다가 안전지대에 도달해서야 신호를 켜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반 선박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전략이 확산하면서 해상 물류의 투명성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여기에 전파 방해를 통해 가짜 위치를 송출하는 ‘스푸핑(Spoofing)’ 행위까지 기승을 부려, 국제 해상 기구들의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마저 위협받는 실정이다.
글로벌 에너지 인플레이션과 한국 경제의 하방 압력
이번 사태는 단순한 지역적 긴장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가격의 상방 압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중동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치명적이다.
국내 정유업계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대체 노선 확보를 위한 물류비 상승은 물론 원유 수급 불균형에 따른 국내 석유제품 가격 폭등이 불가피하다"라고 분석했다.
과거 1980년대 '유조선 전쟁' 당시와 비교했을 때, 현재의 공급망은 정교하게 연결되어 있어 작은 차질만으로도 정유 시설의 가동 중단과 화학 제품 생산 감소라는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가 고물가 기조를 유지 중인 세계 경제에 다시 한번 '에너지 쇼크'를 던지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해상 안보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중동발 원유 공급망의 마비는 글로벌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는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와 관련 기업들 역시 원유 도입선 다변화와 비상 비축유 점검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정교한 대응책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