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 경제 위기] 이란 전쟁·고용 쇼크·AI 규제 철폐… '아메리카 퍼스트'가 흔들린다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 경제 위기] 이란 전쟁·고용 쇼크·AI 규제 철폐… '아메리카 퍼스트'가 흔들린다

전쟁 비용 100시간에 37억 달러, 2월 일자리 9만 2000개 축소… 11월 중간선거 '생존 기로'
고용이 무너지고, 기름값이 치솟고, 전쟁은 길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 들어 내세운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경제 노선이 동시다발적인 악재에 직격당하며 심각한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고용이 무너지고, 기름값이 치솟고, 전쟁은 길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 들어 내세운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경제 노선이 동시다발적인 악재에 직격당하며 심각한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고용이 무너지고, 기름값이 치솟고, 전쟁은 길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 들어 내세운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경제 노선이 동시다발적인 악재에 직격당하며 심각한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핵심 지표로 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하이리스크' 시험대.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핵심 지표로 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하이리스크' 시험대. 도표=글로벌이코노믹


전선은 넓고, 전비는 무겁다… 이란 전쟁 100시간에 54900억 원


지난달 28일 개시된 이란과의 군사 충돌은 트럼프 행정부가 스스로 선택한 가장 큰 도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대선 유세 당시 이란과의 전쟁이 "재앙적이고 비용만 막대한 선택"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집권 후 행보는 정반대다.

악시오스(Axios)가 지난 7(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전쟁 개시 이후 단 100시간 동안 투입된 전비만 약 37억 달러(54900억 원)에 달하며, 이 과정에서 미군 6명이 전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타임(TIME)과의 인터뷰에서 본토 보복 공격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전쟁을 하면 누구나 희생이 따른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지만, 이 발언은 오히려 국내 여론을 더욱 냉각시켰다.

여론조사 전문가 G. 엘리엇 모리스가 주요 고품질 설문조사를 종합 분석한 결과, 현재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지지하는 미국인은 38%에 그쳤다. 이는 2014년을 기준으로 사후 재평가된 이라크 전쟁 지지율보다도 낮은 수치다. 전통적으로 국가 위기 국면에서 나타나는 '결집 효과'조차 이번에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가 충격은 더 직접적이다. 전쟁 개시 이후 국제 유가는 25% 이상 급등해 배럴당 90달러 선을 돌파했다. 골드만삭스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배럴당 1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1기와 2기 모두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에너지 물가 안정'을 정면으로 위협하는 변수다.

2월 일자리 92000개 소멸… 관세 정책이 제조업을 죽이고 있다


경제 전선도 무너지고 있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6(현지 시각) 발표한 2월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전달 대비 92000개 감소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6만 개 증가를 예상했으나, 결과는 그와 정반대였다. 실업률도 4.4%로 올라섰다.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의 올루 소노라 미국 경제 부문 책임자는 "노동 시장이 안정되는 듯 보였던 기대감을 이번 수치가 완전히 뒤집어버렸다"고 평가했다. 최근 5개월 사이 고용이 위축된 달은 이번을 포함해 세 차례에 달한다.
무역 관세 정책이 부메랑이 됐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수입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제조업 고용은 지난 15개월 중 14개월간 감소세를 이어갔다. '제조업 부흥'을 내걸고 추진된 정책이 정작 제조 현장의 일자리를 갉아먹는 역설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레이먼드 제임스(Raymond James)의 유지니오 알레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잡을 것인지, 내려서 고용을 살릴 것인지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최악의 딜레마에 빠져들었다"고 진단했다.

AI 일자리 공포와 11월 중간선거… '운명의 가을'


트럼프 행정부는 동시에 인공지능(AI) 규제 완화에도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AI 가속주의'를 공식 노선으로 채택한 행정부는 각 주 정부에 안전 규제 철폐를 압박하고 있다. AI가 산업 전반을 이끌어 경제를 비약적으로 성장시킬 것이라는 청사진이다.

그러나 대다수 미국인이 AI를 경제 성장의 엔진이 아닌 일자리를 위협하는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이미 고용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AI 일자리 대체가 가시화될 경우, 규제 철폐는 오히려 반()트럼프 정서를 증폭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이 모든 변수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로 수렴된다. 현재 예비선거 투표율과 정당 지지율 흐름은 공화당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마리스트(Marist) 여론조사에서 이란 공격 지지율이 38%에 그쳤다는 사실은 의회 다수당 지위를 지켜야 하는 공화당 입장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수치다.

악시오스는 "이란에서 신속하고 확실한 군사적 성과를 거두는 것만이 트럼프의 지지율을 회복시킬 유일한 출구지만, 9300만 인구를 거느린 이란이 내전 상태에 빠진다면 제2의 이라크 수렁으로 빠져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의 쿠시 데사이 부대변인은 악시오스 측에 보낸 성명을 통해 "진정한 리스크는 '아메리카 퍼스트' 의제에서 후퇴하는 것이며, 비관론자들은 매번 틀렸음이 입증됐다"고 반박했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 수출·에너지·반도체 '삼중 압박'


미국발 경제 불안의 파고는 한국에도 밀려오고 있다. 국제 유가 급등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비용 부담을 안긴다. 배럴당 90달러 돌파는 무역수지 악화와 기업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고용 쇼크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 수요 역시 타격을 받게 된다.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주력 수출 품목이 모두 미국 소비 경기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AI 규제 완화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사이클을 가속화할 경우, 반도체 수요 측면에서는 단기적으로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상반된 시각도 존재한다.

관건은 중동 리스크의 지속 기간이다. 전문가들은 이란 사태가 3개월 이상 장기화할 경우 유가 100달러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 재점화는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 운용에도 새로운 제약 조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2기 경제 실험의 성패는 이제 여론이 아닌 숫자로 판가름 날 국면에 접어들었다. 3월 고용 보고서와 연준의 5월 정책 결정이 그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