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선물, 이란 전쟁 확전 속 주간 3% 넘게 하락… 안전자산 공식 정면 돌파
유가 100달러 돌파가 부른 '고금리 장기화' 공포, 무이자 자산 금의 매력 급감
투자자들, 수익 난 금 팔아 증거금 충당… "현금이 최고" 심리 시장 지배
유가 100달러 돌파가 부른 '고금리 장기화' 공포, 무이자 자산 금의 매력 급감
투자자들, 수익 난 금 팔아 증거금 충당… "현금이 최고" 심리 시장 지배
이미지 확대보기전쟁 2주째, 금값은 오히려 5000달러 선 위협받아
배런스는 지난 6일·9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이란 전쟁 확전 국면에서도 금 선물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 가격은 9일 온스당 5091달러(약 750만 원) 선에서 마감했다. 같은 날 로이터(Reuters)에 따르면 현물 금값은 온스당 5042달러(약 742만 원)까지 밀리며 한 주간 낙폭을 키웠고,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 기준 선물 종가도 5105달러(약 752만 원) 수준에 그쳤다.
지난날 28일 미국·이스라엘 연합의 이란 공습 직후 한때 5400달러(약 795만 원)를 돌파했던 금값은 불과 열흘 만에 300달러(약 44만 원) 이상 급락한 셈이다. 전쟁 발발 전 대비 하락률은 소스에 따라 3~5%에 이른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최고조에 달했는데도 금이 피난처 구실을 하지 못하는, 교과서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또 다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3월 9일 99.5 안팎까지 치솟으며 3개월래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TradingEconomics)에 따르면 한 주간 상승률은 1.3~1.7%에 달했다.
"여전히 달러가 왕"… 공포의 순간, 세계는 달러를 선택했다
금과 달러는 통상 위기 상황에서 함께 오르는 경향이 있지만, 이번에는 방향이 완전히 갈렸다. 불리온볼트(BullionVault)의 에이드리언 애쉬(Adrian Ash) 연구원은 배런스 인터뷰에서 "여전히 달러가 왕(King)"이라며 "전 세계 무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화폐인 만큼, 공포가 시장을 덮칠 때 투자자들은 자산을 정리해 가장 먼저 달러를 확보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CNBC도 지난 3일 보도에서 RJO퓨처스의 밥 하버콘(Bob Haberkorn) 수석 전략가를 인용해 "금의 하락은 유동성 확보 움직임, 즉 현금 선호 현상이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강한 달러와 채권 수익률 동반 상승이 달러 표시 자산인 금의 매력을 동시에 깎아내리는 구조다.
실제로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이라는 점에서 에너지 위기의 직격탄을 비교적 덜 받는다.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경제'에 자금을 집중시키면서 달러 수요가 치솟은 것이다. 이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70%를 넘는 한국 경제에는 이중의 타격으로 작용한다. 원화 약세와 유가 상승이 겹치면서 수입 물가 압력이 가중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유가 100달러 돌파가 부른 인플레이션 공포, 금에는 '독'
금이 외면받는 가장 큰 배경은 역설적으로 전쟁이 불러온 에너지 가격 폭등에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세계 원유 공급의 20%가 차단됐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최근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다 하향세를 보인다. 브렌트유 역시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곧바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전이됐고,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더 오래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졌다. 금은 보유해도 이자가 붙지 않는 자산이다. 금리가 높게 유지되면 채권이나 예금 등 이자 수익을 주는 대안 자산의 매력이 커지고, 상대적으로 금을 쥐고 있을 이유가 줄어든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의 3월 18일 회의에서 금리를 현행 3.50~3.75%로 동결할 확률은 94%에 달한다. 전쟁 이전만 해도 6월 인하 가능성을 48%까지 점쳤던 시장은, 이제 올해 금리 인하 횟수를 한 차례(9월)로 줄여 잡는 쪽으로 급선회했다.
시티인덱스(City Index)의 파와드 라자크자다(Fawad Razaqzada) 분석가도 로이터에 "에너지 인프라 피해와 호르무즈 유조선 통행 중단이 원유·가스 가격의 구조적 강세 위험을 높였고, 이것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해 금리 인하 기대를 후퇴시키면서 금에 지지대를 허물었다"고 분석했다.
'이익 실현 러시'… 올해 19% 오른 금, 현금 마련의 1순위 표적이 되다
금값 하락에는 투자자들의 기계적인 포지션 청산도 한몫하고 있다. 애쉬 연구원은 배런스에 "거래 장부가 전쟁 같은 충격을 받으면, 손실이 난 종목의 증거금을 채우기 위해 수익이 나 있는 자산을 파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금은 올해에만 현물 기준 약 19%(블룸버그 3월 3일 자 보도 기준) 올랐고, 2025년에는 64%나 급등했다. 투자자들에게 금은 이익을 실현해 현금을 마련하기에 가장 '잘 익은 과일'이었던 셈이다.
파이낸셜뉴스(3월 7일)에 따르면 한국 시장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주요 금 ETF인 'TIGER 골드선물'과 'KODEX 골드선물'은 오히려 가격이 빠졌다. 국내 금 시세가 국제 시세보다 오히려 0.5%가량 싸게 거래되는 이례적인 현상까지 나타났다. 통상 국내 금값은 환율 등의 영향으로 국제 시세보다 비싸게 형성되지만(이른바 '김치프리미엄'), 이번에는 반대로 할인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그만큼 국내 투자자들이 금을 사기보다 이미 오른 금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뜻이다.
5000달러 지지선 사수 여부가 관건… 전쟁 장기화 시 반등 변수도
지정학적 긴장은 갈수록 팽팽해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6일 이란을 향한 '다음 단계' 작전에 돌입했다고 발표했으며,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 미국 국방장관은 영국이 자국 기지 사용을 허용함에 따라 중동 지역의 화력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10일 블룸버그(Bloomberg)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이 "곧 해결될 것(very soon)"이라고 발언하면서 금값이 소폭 반등하고 유가는 10% 이상 급락하는 등 시장 분위기가 급변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는 전쟁의 전개 양상에 따라 금값이 어느 방향으로든 급격히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은 이제 금값이 온스당 5000달러(약 737만 원) 아래로 무너질지 주목하고 있다. 애쉬 연구원은 배런스에 "지금까지 전쟁 상황은 금 매수 세력의 예상을 빗나갔다"면서도 "위기가 지속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금값이 다시 방향을 틀어 상승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한국 투자자, '금=안전'이라는 등식을 재점검할 때인가
지금의 금값 하락은 안전자산으로서의 본질적 가치가 소멸한 것이 아니라, 달러 초강세와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일시적으로 금의 매력을 압도한 결과로 풀이된다. 과거 1990년 걸프전이나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금값은 초기 조정을 거친 뒤 6개월 내 평균 7.5% 상승한 바 있다(세계금협회·WGC 자료).
그러나 이번 국면은 기존 전쟁과 성격이 다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전례 없는 에너지 공급 차단이 물가와 금리라는 연쇄 고리를 건드리며 금의 기회비용 구조 자체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투자자들은 원화 약세·유가 급등·코스피 급락이라는 '삼중 충격' 속에서, 금을 무조건적인 안전 피난처로 간주하기보다 달러 자산 비중과 금리 방향성을 함께 살피는 복합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쟁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금값의 행방은 총성이 아니라 연준의 한마디에 달려 있을 공산이 크다. 오는 18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전장(戰場)보다 더 뜨거운 시장의 전장이 될 전망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단독] 삼성전자, 60년대생 가고 80년대생 온다...임원진 ‘에이...](https://nimage.g-enews.com/phpwas/restmb_setimgmake.php?w=80&h=60&m=1&simg=2026031117463002901edf69f862c144721434.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