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트 스트리트 CEO “에너지 노출 방치 않겠다” 선언, 제2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서막
중동 분쟁발 에너지 대충격에 전 세계 기업 ‘자력갱갱’ 체제로 급격한 전환
K-전력기기·조선·배터리, 글로벌 ‘에너지 자립’ 열풍에 수출 20%↑… 단기 비용 상승은 변수
중동 분쟁발 에너지 대충격에 전 세계 기업 ‘자력갱갱’ 체제로 급격한 전환
K-전력기기·조선·배터리, 글로벌 ‘에너지 자립’ 열풍에 수출 20%↑… 단기 비용 상승은 변수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12일(현지시간) 글로벌 금융 서비스 그룹인 스테이트 스트리트(State Street)의 론 오한리(Ron O’Hanley)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의 에너지 위기를 “공급망의 근본적 붕괴를 초래한 ‘코로나 모멘텀’”이라고 정의했다. 과거 팬데믹이 물류의 마비를 가져왔다면, 현재의 중동 분쟁은 기업의 생명선인 에너지 혈관을 직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 이상 노출은 없다"… 효율에서 '안보'로 이동하는 자본
오한리 CEO는 "이란과 걸프 지역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더 이상 자신의 약점을 노출된 채로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는 단순히 비용의 문제를 넘어 경영의 근간을 바꾸는 거대한 흐름이다.
영국 국왕 찰스 3세가 후원하는 '지속 가능한 시장 이니셔티브(SMI)'에 모인 글로벌 리더들의 시각도 일치했다. 자산운용사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Federated Hermes)의 세이커 누세이베(Saker Nusseibeh) 국제 부문 CEO는 유럽의 사례를 들어 "또 다른 전쟁이 터졌을 때 가스 의존도가 높은 공장을 백업 장치 없이 돌릴 배짱 있는 경영자는 이제 없다"라고 일갈했다.
'할증료' 지불해도 재생에너지… 단기 금리가 변수
존 케리(John Kerry) 전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 위기가 역설적으로 재생에너지 시대를 앞당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갈바나이즈 클라이메이트 솔루션즈(Galvanize Climate Solutions) 공동 의장의 신분으로 FT에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부족에 따른 이른바 '희소성 할증료'를 내야 하겠지만, 결국 재생에너지가 가장 경제적이고 빠른 자립 수단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인도 재생에너지 대기업 리뉴(ReNew)의 수만트 신하 CEO는 "장기 방향성은 명확하나, 분쟁 여파로 금리가 오를 경우 신규 재생에너지 사업의 자본 비용이 상승해 단기적으로는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재고 확충과 공급망 재편이 한국 경제에 던지는 파장은
글로벌 기업들이 '재고 확충'과 '설비 현지화'로 정조준하면서 한국의 주력 산업은 새로운 기회와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우선 반도체·배터리의 경우, '안전 재고'가 만드는 슈퍼 사이클을 기대할 수 있다. 고객사들이 공급 중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재고 수준을 상향 조정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사양 제품 수요는 더 견조한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업계 또한 북미 중심 공급망 현지화 전략이 에너지 안보 흐름과 맞물려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조선·전력기기 역시 에너지 독립의 최대 수혜주가 될 수 있다. 가장 즉각적인 반응은 인프라 산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 수송 경로 다변화로 LNG 운반선 수요가 폭증하며 HD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잔고는 이미 수년 치를 채웠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노후 전력망 교체와 신재생에너지 연결 수요가 맞물리며 LS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등 전력기기 업체들은 전례 없는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이 발표한 최근 수출 동향(2026년 1~2월 기준)을 보면, 전력기기 부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며 한국 수출의 새로운 효자로 등극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에너지 독립을 향한 세계적 흐름이 꺾이지 않는 한, 한국 전력기기 산업의 장기 호황은 지속될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에너지 쇼크는 단순한 가격 변동을 넘어 전 세계 산업 지도를 '자립'과 '안보' 중심으로 다시 그리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이 거대한 재편 과정에서 확보한 기술 우위를 공급망의 핵심 고리로 고착화하는 노련한 처지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