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QD-OLED 출하량 38% 폭증·중국 RGB LED 저가 공세…LG, 글로벌 4위로 밀려
G6 OLED 오는 18일 호주 첫 공개…'마지막 반격'이냐, '마지막 방어선'이냐
G6 OLED 오는 18일 호주 첫 공개…'마지막 반격'이냐, '마지막 방어선'이냐
이미지 확대보기호주 IT 전문 매체 채널뉴스(ChannelNews)가 13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을 토대로, 2026년 글로벌 TV 시장의 역학 구도를 짚는다.
숫자가 말하는 LG의 위기
2025년 글로벌 프리미엄 TV 출하량 순위에서 LG전자는 2위에서 4위로 두 계단 내려앉았다. 단순한 등수 이동이 아니다. LG가 10년 넘게 독점적으로 키워온 OLED 생태계의 수익 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삼성전자는 퀀텀닷(QD)-OLED를 앞세워 2025년 OLED TV 출하량을 전년 대비 38% 넘게 끌어올렸다. QD-OLED는 기존 OLED 패널에 퀀텀닷 필름을 결합해 휘도와 색 재현율을 동시에 끌어올린 기술로, 삼성이 고가 시장에서도 LG와 직접 맞붙을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이제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LG'라는 공식은 더 이상 자명한 전제가 아니다.
주요 시장별 지표도 심상치 않다. LG전자의 핵심 수출 시장 중 하나인 호주에서는 TV 판매량이 20% 이상 급락했다. 소비자들이 TV 대신 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PC로 미디어 소비 방식을 바꾸면서 TV 교체 주기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수요 위축은 비단 호주만의 현상이 아니라 선진국 TV 시장 전반에서 관찰되는 구조적 흐름이다.
중국의 '2단계 진격', Mini-LED에서 RGB LED로
TCL과 하이센스로 대표되는 중국 TV 제조사들의 전략은 단순히 '싸게 많이 파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들은 현재 Mini-LED 기반 고화질 제품군으로 OLED의 화질 우위를 빠르게 좁혀가는 동시에,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인 RGB LED를 이른바 '2차 파상공세'의 핵심 무기로 준비하고 있다.
RGB LED는 기존 Mini-LED의 한계를 넘어 개별 픽셀 수준의 발광 제어를 가능하게 해, 이론적으로는 OLED에 근접한 명암비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중국 제조사들은 자동화 공정과 저원가 생산 체계를 기반으로, 이 기술을 탑재한 제품을 OLED 대비 현저히 낮은 가격에 호주 등 주요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LCD 물량 공세에 머물렀다면, 지금은 기술 개발 주기 자체를 단축하면서 프리미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며 "이 속도라면 OLED의 기술적 해자가 예상보다 빨리 좁혀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수익성·기술주권 두 마리 토끼 잃을 수도
LG전자 TV 사업을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 부문은 최근 수 분기 연속으로 매출 감소와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가격 인하와 판촉비 증가가 수익성을 잠식하는 전형적인 악순환에 빠진 양상이다.
생산 구조의 변화도 주목된다. LG전자는 원가 절감을 위해 일부 TV 모델의 위탁생산 비중을 높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LG디스플레이의 LCD 생산 설비 일부를 TCL에 매각한 이후, '순수 LG 제조'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공급망 효율화가 단기 비용을 줄여주는 건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 경쟁사에 기술 노하우가 유출될 수 있다는 리스크를 함께 안게 된다는 의미다.
LG디스플레이는 이런 위기 인식을 반영해 올해 설비 투자 규모를 지난해(9억 4700만 달러, 약 1조 4100억 원) 대비 5억 달러(약 7490억 원) 이상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투자 방향은 노트북과 차량용 OLED 패널 생산 역량 강화에 집중된다. TV OLED에서 벌어진 경쟁의 무게를 IT·차량이라는 새로운 전선으로 분산하겠다는 전략이지만, TV 부문의 기술 리더십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이와 관련해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시장조사 전문가는 "한국 기업들이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거둬온 수익은 디스플레이 소재·장비 국내 생태계 전반을 먹여 살리는 구조였다"며 "LG의 TV OLED 경쟁력 약화는 단순히 한 기업의 실적 문제가 아니라, 관련 협력사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 전체에 파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G6 OLED, 18일 호주서 '반격의 서막' 열다
LG전자는 오는 18일 호주에서 2026년형 신제품 라인업을 처음 선보인다. 프리미엄 라인의 기함(旗艦)인 'LG G6 OLED'는 전작 G5 대비 최대 휘도를 끌어올리고, 화면에 줄무늬처럼 보이는 이른바 '밴딩 현상'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핵심 기술로는 자체 개발한 '알파 11 듀얼 AI 엔진' 프로세서와 고휘도 구현 기술인 '하이퍼 래디언트(Hyper Radiant)'가 탑재됐다. 이 두 기술은 AI 기반 화질 최적화와 밝은 환경에서의 시인성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LG전자는 이를 통해 삼성 QD-OLED와의 화질 우열 논쟁에서 다시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시장의 관심은 이미 그 다음 단계를 향하고 있다. TCL과 하이센스가 RGB LED 탑재 제품을 호주 등 주요 시장에 출시할 채비를 마치면서, LG전자는 G6로 OLED 진영의 현재를 지켜내면서 동시에 RGB LED 시대의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
2013년 OLED의 승리, 2026년엔 재현될까
LG전자가 OLED TV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한 건 2013년이다. 당시에도 플라즈마 디스플레이(PDP)의 쇠퇴와 LCD의 맹렬한 추격이라는 이중 위협이 존재했다. LG는 그 틈새를 OLED라는 고위험·고수익 기술 베팅으로 뚫어냈다. 지금의 위기는 그 베팅이 성공한 대가로, 더 많은 경쟁자들이 같은 판에 뛰어들면서 발생한 '성공의 역설'이기도 하다.
핵심 변수는 속도다. 과거 LG가 OLED로 LCD 진영을 따돌리는 데 5~7년이 걸렸다면, 지금 중국이 RGB LED로 OLED를 추격하는 속도는 그보다 빠르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기술 격차가 좁혀지는 속도와 LG가 다음 기술 혁신을 선보이는 속도 중 어느 쪽이 더 빠를지가 이번 10년의 프리미엄 TV 시장 패권을 결정할 것이다.
오는 18일 호주에서 열리는 신제품 발표회는 단순한 제품 공개 행사가 아니다. LG전자가 글로벌 TV 시장의 '기술 주도권'을 아직 쥐고 있다는 것을 시장에 증명해야 하는 자리다. 그 시험의 결과는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 전체의 미래와도 맞닿아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