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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패권전쟁] 엔비디아 독점 정조준한 EU의 칼끝…'페인만' 1나노 초격차가 삼성·SK하이닉스에 던지는 기회와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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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패권전쟁] 엔비디아 독점 정조준한 EU의 칼끝…'페인만' 1나노 초격차가 삼성·SK하이닉스에 던지는 기회와 경고

EU 집행위, GPU 시장 80% 장악 엔비디아 반독점 조사 착수…연간 매출 10% 천문학적 벌금 예고
2028년 TSMC A16 기반 차세대 GPU '페인만' 공개 임박…HBM4·첨단 패키징이 한국 반도체 실질 승부처
세계 최대 단일 경제블록 유럽연합(EU)이 마침내 행동에 나섰고, 그 표적은 엔비디아(NVIDIA)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규제의 압박 앞에서도 오히려 더 높은 기술 장벽을 쌓아 올리는 초격차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최대 단일 경제블록 유럽연합(EU)이 마침내 행동에 나섰고, 그 표적은 엔비디아(NVIDIA)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규제의 압박 앞에서도 오히려 더 높은 기술 장벽을 쌓아 올리는 초격차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AI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기업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 세계 최대 단일 경제블록 유럽연합(EU)이 마침내 행동에 나섰고, 그 표적은 엔비디아(NVIDIA). 그러나 엔비디아는 규제의 압박 앞에서도 오히려 더 높은 기술 장벽을 쌓아 올리는 초격차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2028년 출시를 예고한 1나노급 차세대 GPU '페인만(Feynman)'이 그 정점이다. 규제와 혁신이 정면충돌하는 이 지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회의 창이 열릴지 아니면 또 다른 종속 구조에 편입될지 기로에 서 있다.

엔비디아 AI GPU 세대별 주요 사양 비교.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엔비디아 AI GPU 세대별 주요 사양 비교. 도표=글로벌이코노믹


EU의 반독점 칼날, 빅테크 너머 AI 칩 생태계로 확산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2(현지시간) 엔비디아를 상대로 반독점 조사를 공식화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핵심 쟁점은 엔비디아가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 과정에서 특정 기업을 우대하거나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의도적으로 막아 AI 인프라 구축에 병목을 만들었는지 여부다.

시장조사 기관들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현재 AI 가속기 전용 GPU 시장에서 80%를 웃도는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시장 우위를 넘어 AI 산업 전체가 하나의 공급원에 종속된 구조를 의미한다. 규제 당국이 "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제재 수위는 결코 가볍지 않다. EU 반독점 규정에 따르면 위반 기업에는 전 세계 연간 매출의 최대 10%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엔비디아의 2025 회계연도 매출이 1305억 달러(195조 원)를 넘어선 점을 고려하면 최대 130억 달러(19조 원)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더해 비즈니스 구조 자체의 변경까지 강제될 수 있다. 구글과 메타가 잇따라 경험한 빅테크 규제의 흐름이 AI 칩 생태계로까지 확산된 것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전문 애널리스트는 "EU 조사의 진짜 무게는 벌금 규모보다 엔비디아의 폐쇄적 소프트웨어 생태계인 쿠다(CUDA)를 강제 개방하게 만들 수 있다는 데 있다""쿠다 생태계가 열리면 AMD, 인텔 등 경쟁 칩 업체들이 AI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동등한 출발선에 설 수 있게 되는 구조적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28'페인만', TSMC A16 공정으로 1나노 시대 열다


엔비디아는 규제 압박에도 기술 개발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오는 GTC 2026에서 차세대 AI 반도체 아키텍처 '페인만'을 처음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페인만은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의 이름을 딴 코드명으로, 현행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의 뒤를 이을 차세대 플랫폼이다.

기술적 핵심은 제조 공정의 진화에 있다. 페인만은 TSMC1.6나노급 공정인 A16을 적용한 업계 최초의 양산 AI 가속기가 될 전망이다. TSMCA16 양산을 2026년 하반기에 시작할 계획이며, 엔비디아는 이를 기반으로 2028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예상 소비 전력이 1000W를 넘어선다는 점은 기술 혁신과 함께 새로운 도전 과제를 예고한다.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와 냉각 시스템에 대한 요구 수준이 현재보다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만 공급망 전방위 수혜…냉각·기판·후공정까지 파급


페인만의 등장은 대만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광범위한 파급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TSMCA16 생산능력 확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후공정과 부품 업체까지 수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반도체 후공정 위탁(OSAT) 분야에서는 ASE(일월광), SPIL, KYEC 등이 주요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기판 분야에서는 난야 PCB ABF 기판 공급사들이 물량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1000W 이상의 전력 소모가 예상되는 페인만의 발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우라스 테크놀로지, 델타 일렉트로닉스 등 냉각 솔루션·전력 장치 전문 기업들의 입지가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텔 파운드리 협력 가능성…공급망 다변화 전략의 속내


엔비디아가 TSMC 중심의 제조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공급망 이원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기술 전문 매체 WCCFTech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핵심 GPU 코어는 TSMC에 맡기되 상대적으로 복잡도가 낮은 입출력(I/O) 다이 생산이나 EMIB(임베디드 멀티다이 인터커넥트 브릿지) 첨단 패키징 공정 일부를 인텔 파운드리의 14A 또는 18A 공정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대만 집중 리스크를 분산하고 지정학적 불안 요인에 선제 대응하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저지연 연산 기술을 보유한 그로크(Groq)의 언어처리장치(LPU) 하드웨어 스택이 페인만에 통합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어, 설계와 제조 양면에서 복잡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삼성·SK하이닉스, 기회의 창인가 동반 리스크인가


엔비디아발 공급망 재편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복합적인 신호를 보낸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최대 공급사로서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가 강화될수록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는 구조다. 그러나 EU 규제로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이 흔들릴 경우, 공급망 전반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양면성을 안고 있다.

삼성전자에게는 오히려 엔비디아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 자체가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엔비디아가 인텔 파운드리와의 협력을 검토하듯, 삼성 파운드리가 1~2나노 공정에서 충분한 수율을 입증한다면 물량 일부를 유치할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1000W를 넘는 전력 밀도를 견뎌낼 차세대 패키징 기술과 저전력 HBM4의 적기 공급 여부야말로 한국 기업들의 실적에 직결되는 실질적인 승부처"라며 "기술 완성도 없이는 공급망 다변화 수혜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이 격변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는 1나노급 초미세 공정에서의 수율 안정화, 둘째는 페인만 수준의 고전력 환경을 감당할 차세대 패키징 역량의 확보다. GTC 2026에서 공개될 페인만의 구체적인 연산 성능 수치와 전력 효율 지표, 그리고 EU의 반독점 조사가 쿠다 생태계에 어떤 제약을 가할지가 다음 국면을 가를 핵심 변수다. 2028년 페인만이 양산에 돌입하는 그 시점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어느 위치에 서 있느냐가 다음 10AI 반도체 생태계에서 한국의 좌표를 결정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