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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노트북 CPU] 내 노트북 CPU가 가짜였다…중국 '츄위', 구형 라이젠 5500U를 최신 7430U로 위장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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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노트북 CPU] 내 노트북 CPU가 가짜였다…중국 '츄위', 구형 라이젠 5500U를 최신 7430U로 위장 판매

바이오스·윈도우·CPU-Z까지 정밀 조작…직구 소비자, 성능 차이 최대 20% '깜깜이'
두 모델 연속 적발에도 제조사는 기사 삭제 압박…국내 직구족 각별한 주의 요망
중국의 가성비 노트북 브랜드 '츄위(Chuwi)'가 판매한 노트북 2종에서 실제 탑재된 중앙처리장치(CPU)가 광고 사양과 전혀 다른 구형 부품이었다는 사실이 잇따라 확인됐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가성비 노트북 브랜드 '츄위(Chuwi)'가 판매한 노트북 2종에서 실제 탑재된 중앙처리장치(CPU)가 광고 사양과 전혀 다른 구형 부품이었다는 사실이 잇따라 확인됐다. 이미지=제미나이3
소비자가 돈을 내고 산 노트북 안에 다른 칩이 들어 있다면? 그것도 운영체제와 바이오스 화면까지 조작해 구형 부품을 신형으로 위장한 채로. 생각할 수 없는 일이 실제 발생했다.

중국의 가성비 노트북 브랜드 '츄위(Chuwi)'가 판매한 노트북 2종에서 실제 탑재된 중앙처리장치(CPU)가 광고 사양과 전혀 다른 구형 부품이었다는 사실이 잇따라 확인됐다. IT 전문 매체 톰스 하드웨어(Tom's Hardware)14(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단순 표기 실수가 아닌 펌웨어 수준의 계획적 조작"이라고 규정했다.
츄위(Chuwi) 노트북 CPU 사양 조작 실태.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츄위(Chuwi) 노트북 CPU 사양 조작 실태. 도표=글로벌이코노믹


분해 순간 드러난 진실…'코어북 X'에 이어 '코어북 플러스'도 가짜


이번 사태의 출발점은 독일 IT 매체 노트북체크(Notebookcheck)의 실물 분해 검증이었다. 취재진이 츄위의 '코어북 X(CoreBook X)'를 분해하자 AMD 라이젠 5 7430U가 탑재돼 있어야 할 자리에 전혀 다른 칩이 나타났다. 칩셋 표면에 각인된 OPN(주문 부품 번호)'100-000000375', 라이젠 5 5500U에 해당하는 번호였다. 정품 라이젠 5 7430U의 번호는 '100-000000943'으로, 둘은 명백히 다른 제품이다.
"재고 활용 과정에서 발생한 일시적 혼선"이라는 해명을 내놓은 츄위 측의 주장은 두 번째 검증에서 무너졌다. 노트북체크가 동일한 사양으로 광고된 다른 모델 '코어북 플러스(CoreBook Plus)'를 별도로 구입해 분해한 결과, 동일한 조작이 반복 적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서로 다른 메인보드를 채택한 두 모델에서 같은 수법이 발견된 것은 공급망 전반에 걸친 조직적 개입을 시사한다.

바이오스부터 윈도우까지 완벽하게 속인 '4중 위장'


이번 조작이 특히 심각한 이유는 그 수법의 정밀함에 있다. 문제의 노트북들은 △바이오스(BIOS) 설정 화면 △윈도우 시스템 정보 △CPU 전문 모니터링 프로그램 CPU-Z △제품 외관 및 포장 박스 등 네 가지 경로에서 모두 '라이젠 5 7430U'로 표시되도록 설정돼 있었다.

일반 소비자가 통상적인 방법으로 이 위장을 식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반도체 유통 전문가는 "펌웨어 단계에서 하드웨어 정보를 위·변조(스푸핑)하면 운영체제조차 속일 수 있다""부품 표면의 고유 번호를 직접 육안으로 확인하지 않는 한 일반 소비자가 진위를 가릴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두 제품은 CPU 아키텍처 세대 자체가 다르다. 라이젠 5 7430U는 젠 3 기반의 최신 설계를 채택한 반면, 5500U는 전 세대인 젠 2 구조다. L3 캐시 용량도 절반에 불과해, 동영상 편집이나 대용량 데이터 처리 등 고부하 작업에서는 체감 성능 차가 20%에 달할 수 있다.

폭로 매체에 '삭제 협박'…소비자 대신 변호사 선임

사과와 리콜 대신 법적 압박을 선택한 츄위의 대응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노트북체크에 따르면 츄위 측은 관련 기사 삭제를 요구하며, 응하지 않을 경우 평판 훼손에 따른 민사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서한을 발송했다. 피해 소비자 보호보다 불리한 정보 차단에 먼저 나선 셈이다.

PC 하드웨어 업계 관계자는 "단가가 낮은 구형 칩을 신형으로 위장한 행위는 사기죄 구성 요건에 해당할 수 있다""이익 극대화를 위해 글로벌 공급망 신뢰를 훼손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현재 코어북 플러스 7430U 모델의 판매가는 약 535달러(한화 약 80만 원). 미국 시장에서 동급 사양 노트북이 450~550달러(67-82만 원) 선에 유통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제품을 선택한 소비자들은 '가성비'가 아닌 '사기'에 노출된 것이다.

국내 직구족도 안심 못 한다…"구매 후 반드시 벤치마크 확인"


국내에서도 해외 직구나 오픈마켓을 통해 중국산 저가 노트북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가격 대비 사양만 믿고 구입했다가는 이번 사례처럼 전혀 다른 부품을 받고도 모를 수 있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현행 수입 통관 과정에서 노트북 내부 부품의 진위를 시스템적으로 검증하는 절차는 없다"고 지적하며, 구매자 스스로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어책을 세가지 제시했다. 첫째, 구매 직후 'Cinebench', 'Geekbench' 등 무료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실행해 광고된 성능 수치가 실제로 구현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둘째는 CPU-Z의 결과만 믿지 말고, 본체를 직접 열어 칩셋의 OPN 번호를 육안으로 대조하는 것이다. 셋째는 공인 수입업체를 통한 구매 시 A/S 및 환불 정책을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다.

가성비는 더 이상 안전의 동의어가 아니다. 이번 츄위 사태는 소비자가 가격표 너머 '부품의 진실'을 직접 검증해야 하는 시대가 왔음을 경고한다. 중국 테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쌓으려면 원가 절감보다 품질 투명성을 먼저 증명해야 한다. 사과 한 마디 없이 기사를 지우려 했던 츄위의 선택은, 결국 그 스스로가 가장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