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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위기] 하루 800만 배럴 구멍 뚫렸다…유가 150달러 '악몽' 현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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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위기] 하루 800만 배럴 구멍 뚫렸다…유가 150달러 '악몽' 현실인가

전쟁 전 글로벌 원유시장, '역대 최대 공급 과잉' 속 60~70달러 구간
전략비축유 역대 최대 방출에도 시장은 '냉소'…IEA "최악의 공급 교란" 공식 선언
봉쇄 장기화 땐 글로벌 경기침체 확률 60% 돌파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즉각 보복에 나서 걸프만 주요 항구 인근의 유조선들을 표적으로 삼았고, 3월 2일부터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적대국 선박 통행금지 구역'으로 선포했다. 400여 척의 유조선이 페르시아만 내에 발이 묶였고, 석유 및 가스 운반선(탱커)의 운항 횟수가 평소보다 90% 넘게 줄어들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즉각 보복에 나서 걸프만 주요 항구 인근의 유조선들을 표적으로 삼았고, 3월 2일부터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적대국 선박 통행금지 구역'으로 선포했다. 400여 척의 유조선이 페르시아만 내에 발이 묶였고, 석유 및 가스 운반선(탱커)의 운항 횟수가 평소보다 90% 넘게 줄어들었다. 사진=로이터
2026228일 미국·이스라엘 연합군의 이란 공습(작전명 '에픽 퓨리') 이전까지, 글로벌 원유시장은 이례적인 공급 과잉 상태였다.

IEA(국제에너지기구)20261월 정례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원유 공급량은 2025년에만 하루 300만 배럴(mb/d) 증가해 1610만 배럴/일에 도달했다. 2026년에는 여기서 하루 250만 배럴을 추가로 늘려 1870만 배럴/일에 이를 전망이었다. ()OPEC+ 진영, 특히 미국·캐나다·브라질·가이아나·아르헨티나 등 아메리카 5개국이 증산의 60%를 주도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전기차 보급 가속과 유럽의 경기 부진이 성장세를 제한했다. IEA2026년 글로벌 수요를 하루 약 1490만 배럴로 예측했는데, 이는 공급 증가 속도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었다. 그 결과 블룸버그가 취합한 IEA 전망치 기준 2026년 공급 초과분은 하루 3815000배럴로, 역대 최대 공급 과잉이 예고된 상황이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60~70달러 구간에 눌려 있었던 것은 바로 이 구조적 과잉을 시장이 냉정하게 반영한 결과였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들은 "OPEC+4월부터 하루 20만 배럴 이상 증산을 예고한 상황에서, 전쟁이 없었다면 2026년 하반기 유가는 50달러대 진입도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었다"고 짚는다.
유가 추이 및 전망 시나리오 요약.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유가 추이 및 전망 시나리오 요약. 도표=글로벌이코노믹

228일 이후, '역사상 최대 공급 교란' 선언


상황은 2026228일 오전 이란에 가해진 미·이스라엘 연합 공습 직후 180도 역전됐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즉각 보복에 나서 걸프만 주요 항구 인근의 유조선들을 표적으로 삼았고, 32일부터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적대국 선박 통행금지 구역'으로 선포했다. 400여 척의 유조선이 페르시아만 내에 발이 묶였고, 석유 및 가스 운반선(탱커)의 운항 횟수가 평소보다 90% 넘게 줄어들었다.

IEA20263월 정례 보고서에서 이번 사태를 "글로벌 원유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교란"으로 공식 규정했다. 라피단 에너지그룹의 밥 맥날리 사장도 "컨설팅 업계 어느 사무실에서도 이 규모의 공급 충격을 상정한 시나리오를 준비해 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일일 원유 부족분 해소 가능량 분석.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일일 원유 부족분 해소 가능량 분석. 도표=글로벌이코노믹


수급 붕괴의 해부, 하루 20mb/d가 묶이면 실제 부족분은 얼마인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 및 석유제품은 하루 평균 2000만 배럴(20mb/d)이다. 이는 전 세계 일일 석유 소비량의 약 20%, 전 세계 해상 원유 교역량의 27%에 해당한다. 특히 이 물량의 84%가 아시아로 향한다. 중국은 자국 원유 수입의 3분의 1, 일본은 수입량의 약 70%, 한국은 약 72%를 이 34km짜리 해협에 의존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폭이 고작 34킬로미터인 좁은 뱃길이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하루에 소비되는 석유 5통 중 1통이 이 길목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하루 2000만 배럴, 우리나라 전체 하루 소비량의 약 72배에 달하는 양이다.

이란이 이 길을 막아버린 지금, 세계는 급히 '대안'을 총동원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반대편 항구(얀부)로 연결된 파이프라인을 최대로 가동해 하루 450만 배럴을 우회시키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32개국은 창고에 쌓아둔 비상용 석유 4억 배럴을 시장에 풀기로 했는데, 이를 날마다 나눠 방출하면 하루 약 140만 배럴 수준이다. 중국·인도·터키 선박은 이란의 허가를 받아 일부 통과하고 있어 하루 최대 200만 배럴을 보탤 수 있다.

이 모든 대책을 합쳐도 하루 9~12mb/d를 채우는 데 그친다. 막힌 물량 2000만 배럴에서 9~12mb/d를 빼면 여전히 하루 800~1100만 배럴이 부족하다. 쉽게 말해, 구멍의 절반도 못 막고 있는 셈이다.

사우디 파이프라인의 구조적 한계


사우디아람코 CEO 아민 나세르는 동-서 파이프라인(Petroline)을 수일 내 최대 용량인 700만 배럴/일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CNBC에 따르면 아람코는 이미 이 목표를 향해 가동률을 높이고 있으며, 75척 이상의 초대형 유조선(VLCC)이 홍해 얀부 항을 향해 집결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에너지 컨설팅사 라이스타드 에너지의 판카즈 스리바스타바 수석 부사장은 "얀부 항만의 실제 원유 수출 처리 용량은 450만 배럴/일이 상한선"이라며, 파이프라인 용량과 항만 수출 능력 사이에 구조적 병목이 존재함을 지적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중 활용 불가능 구조다. 이 파이프라인이 원유 수송에 전용되면 천연가스 액화물(NGL)과 정제유는 함께 처리할 수 없다. 미들이스트아이(Middle East Eye)"얀부로 이동한 원유가 아시아로 향하려면 결국 예멘 후티군의 드론 위협이 상존하는 바브 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고 짚었다. 호르무즈를 피했다 바브 엘-만데브에서 발이 묶이는 이중 봉쇄 리스크가 존재한다.

'역대 최대' 비축유 방출이 왜 불발탄이 됐나


311, IEA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32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4억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창설 52년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그런데 발표 직후 브렌트유는 오히려 17% 더 뛰어오르며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CNBC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 맡은 방출 물량 17200만 배럴을 120일에 걸쳐 분산 방출할 경우, 일일 공급 증가분은 고작 140만 배럴에 그친다. 이는 호르무즈 봉쇄로 인한 순 공급 손실 추정치의 15%에 불과하다. 투자자들은 물리적 공급 구멍을 메울 수 없다는 사실을 즉각 간파했다.

버스타인 리서치 애널리스트들은 고객 노트에서 "탱커가 여전히 공격받고 있고 해협은 닫혀 있으며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는 봉쇄 유지를 선언했다""비축유 방출 발표가 유가 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단언했다.

알자지라(Al Jazeera)4억 배럴 방출이 IEA 회원국 총 비축분 12억 배럴의 3분의 1에 해당한다는 점도 경고 신호로 부각했다. 이미 보유량이 소진된 상태에서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재방출 여력이 급감하는 구조다.

러시아 그림자 선단, 실질 기여는 얼마인가


클린에어에너지연구소(CREA)20262월 러시아 화석 연료 수출 월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원유 수출의 56%는 이미 제재 대상 '그림자 선단'으로 운반되고 있다. G7+ 탱커 비중은 33%에 불과했다. , 러시아의 그림자 선단은 전쟁 이전부터 이미 구조화돼 시장에 반영된 공급원이다. 전쟁으로 인해 '신규 증분'을 만들어낼 여지는 협소하다.

다만 미국 재무부가 이미 선적된 러시아 원유 해상 운송분 약 1억 배럴에 대해 30일 구매 제재 면제를 허용한 것은 단기적 임시 수혈 효과를 노린 조치다. 시장에서는 이를 "응급 수혈"로 평가하되, 봉쇄 장기화의 대안은 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가 3대 시나리오, 수치로 보는 브렌트유 행방


먼저 낙관적 시나리오다. 브렌트 80~95달러(4~6주 내 부분 완화)에서 안정되는 그림이다.

전제는 미 해군 에스코트 작전 성공, 외교 협상 진전으로 1주 내 부분 통항이 재개되어야 한다. EIA310일 단기에너지전망(STEO)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통항이 재개되면 글로벌 원유 생산은 소비를 다시 상회하는 공급 과잉 구조로 복귀하며, 2026년 재고가 일평균 19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브렌트는 20264분기 평균 70달러, 2027년에는 64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추산했다.

JP모건은 "전쟁 이전의 공급 과잉이 워낙 컸기 때문에 분쟁 조기 종결 시 수급 재균형은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IE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원유 및 정제유 재고는 82억 배럴로 20212월 이후 최고 수준이어서, 단기 공급 충격을 완충하는 버퍼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시나리오의 경로는 미 해군 호위 함대 본격 가동(3~4척 호위) → 전쟁위험 구역 재분류로 선박보험 복원 → 하루 500~700만 배럴 통항 재개 → 브렌트 90달러대 안착 → 4분기 70달러대 복귀 수순이다.

두 번째는 중립적 시나리오다. 브렌트유가 95~120달러가 되는 그림으로 2~3개월 부분 봉쇄 상황을 가정한다. 전제는 이란이 중국·인도·트뤼키예 등 우호국 선박 선택적 통과를 유지하면서 미국·이스라엘·서방 동맹 선박은 계속 차단하는 구도이다.

IEA와 야후 파이낸스가 인용한 오일앤가스360 분석을 종합하면, 사우디·UAE 파이프라인으로 우회할 수 있는 실질 용량은 3.5~5.5mb/d에 그친다. 이란의 선택적 통과 허용(200만 배럴/), IEA 방출(140만 배럴/), 수요 파괴 효과(100만 배럴/)를 모두 합산해도 일 순 부족분은 700~800만 배럴 수준으로 압축되는 데 그친다.

IEA 3월 보고서는 중동발 항공편 대규모 취소로 글로벌 제트연료 수요가 줄고, LPG·나프타 공급 급감이 석유화학 플랜트 가동 축소를 강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제 수요 파괴'가 어느 정도 시장을 자동 조절하겠지만, 브렌트 100달러 이상에서 형성된 가격 압력이 빠르게 해소되기는 어려운 구조다.

이 시나리오의 경로는 선택적 통과 정착 → 파이프라인 최대 가동 + IEA 방출 병행 → 부족분 700~800만 배럴로 압축 → 브렌트 95~110달러 구간 안착이다.

끝으로 비관적 시나리오는 브렌트유가 120~150달러 이상으로 치솟는 그림으로, 3개월 이상 완전 봉쇄 상황을 가정한다. 그 전제는 이란의 기뢰 부설 확대와 핵심 인프라 피격, 미 해군 에스코트 작전 실패가 발생할 때다.

라피단 에너지그룹의 맥날리 사장은 CNBC"IEA 방출은 호르무즈 완전 봉쇄로 인한 순 공급 손실 1500만 배럴/일의 극히 일부만을 상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먼웰스뱅크 오스트레일리아의 비벡 다르 에너지 상품 리서치 이사는 "이 위기가 수주가 아닌 수개월 지속될 경우, 개발도상국의 강제 수요 파괴를 위해 브렌트는 배럴당 120~150달러로 뛰어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들이스트아이에 따르면 사우디 최대 해상 터미널 라스 타누라 또는 UAE 제벨 알리가 직접 타격을 받을 경우 충격은 즉각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증폭된다. 313일 현재 사우디는 이미 해상 유전 2곳을 포함한 생산시설 타격으로 산유량을 20% 감산하기 시작했다.

이 시나리오의 경로는 이란 기뢰 부설 확대 → 에스코트 작전 무력화 → 핵심 인프라 피격 → 일 생산 손실 12~15mb/d 상시화 → 브렌트 120~150달러 강제 수요 파괴 → 인도·방글라데시 등 수입 의존 개발도상국 연료 배급제 가능성이다.

한국, 냉정하고 선제적으로 '3차 오일쇼크' 진단하고 대비해야


한국은 이 위기에서 가장 취약한 선진국 중 하나다. 한국석유공사 데이터 기준 국내 원유 수입의 약 72%가 중동산이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를 통과한다. 국내 에너지 업계 관계자들은 "2023~2024년 홍해 위기 때는 정제유 운임이 급등하는 수준에서 봉합됐지만, 이번은 원유 공급 자체가 차단되는 구조라 차원이 다르다"고 평가한다.

한국은 약 200일 정도 비축유를 보유 중이며, IEA 회원국 자격으로 이번 방출 조치에 참여했다. 그러나 봉쇄가 3개월 이상 이어질 경우 정부 비축분마저 소진될 우려가 현실화된다. 19731차 오일쇼크 당시 정유소 배급제와 차량 2부제가 시행됐던 기억이 업계에서 조용히 소환되고 있다.

핵심 변수, '봉쇄의 시계(時計)'가 결정한다


IEA 3월 보고서는 결론부에서 이렇게 못 박았다. "비축유 방출은 중요하고 환영할 만한 완충재다. 하지만 갈등이 신속히 해소되지 않는 한 임시방편에 그친다. 궁극적으로 유조선 운항이 재개되어야만 안정적 석유·가스 공급이 복원된다."

현재 중동의 전쟁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수치가 뒷받침하는 물리적 현실이다. 전략비축유 4억 배럴은 하루 900만 배럴 결손 기준으로 44일치에 불과하고, 파이프라인 우회 최대 용량 5.5mb/d는 봉쇄 규모의 27%에 그친다. 모든 대응 수단을 총동원해도 하루 8~11mb/d의 구멍은 메워지지 않는다.

이 위기의 열쇠는 외교관 손이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 위를 비행하는 드론과 기뢰 제거 함정이 쥐고 있다. 봉쇄가 60일을 넘어서는 순간, 세계는 1973년 오일쇼크와 2008년 금융위기를 동시에 경험하는 전례 없는 복합 위기와 마주하게 된다.

물론 섣불리 최악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EIA는 해협 통항이 재개될 경우 전쟁 이전의 공급 과잉 구조가 빠르게 복원되면서 브렌트유가 연말께 70달러대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JP모건 역시 "전쟁 발발 이전에 쌓인 구조적 공급 과잉이 오히려 강력한 가격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며 조기 완화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로 이란은 이미 중국·인도·터키 선박에 선택적 통과를 허용하고 있으며, 역대 중동 분쟁 대부분이 수개월 내 실용적 타협으로 귀결됐다는 역사적 경험도 낙관론의 근거로 거론된다. 이 위기는 최악과 최선 사이의 어딘가에서 결말을 맞이할 것이다. 그 결말의 시간표를 앞당길 수 있는 건 시장의 기대가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 위의 군사적·외교적 행동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