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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패션 브랜드 ‘게스(Guess)’, 中 시장서 전면 철수… 외국 브랜드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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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패션 브랜드 ‘게스(Guess)’, 中 시장서 전면 철수… 외국 브랜드의 ‘굴욕’

3월 말까지 온·오프라인 매장 모두 폐쇄… 2019년 250개 정점 찍고 몰락
“현지화 실패와 의사결정 지연이 화근”… 자라·올드네이비 이어 이탈 행렬 가속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 '미국식 데님' 열풍을 일으켰던 패션 브랜드 게스(Guess)가 중국 시장 진출 19년 만에 모든 매장의 문을 닫는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 '미국식 데님' 열풍을 일으켰던 패션 브랜드 게스(Guess)가 중국 시장 진출 19년 만에 모든 매장의 문을 닫는다. 사진=로이터
한때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 선풍적 열기를 일으켰던 패션 브랜드 게스(Guess)가 중국 시장 진출 19년 만에 모든 매장의 문을 닫는다.

최근 올드 네이비, 톱샵, 인디텍스 산하 브랜드들이 줄줄이 짐을 싼 데 이어 게스마저 전면 철수를 결정하면서,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의 '중국 잔혹사'가 깊어지는 모양새다.

16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게스는 고객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3월 말까지 본토 내 모든 매장을 폐쇄하겠다고 공지했다.

◇ 전성기 250개 매장 운영… ‘티몰’에서도 이미 자취 감춰


게스는 지난 2007년 상하이 1호점을 시작으로 중국 시장에 발을 들였다. 특유의 관능적인 스타일과 데님을 앞세워 2019년에는 매장 수가 약 250개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으나, 현재는 온라인 플랫폼에서조차 상품이 사라진 상태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몰(Tmall)의 게스 플래그십 스토어는 이미 모든 상품을 판매 목록에서 제외했다.

게스 측은 이번 폐쇄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하의 재포지셔닝을 위한 과정"이라고 밝혔으나, 업계에서는 사실상의 시장 패배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결정은 지난 1월 어센틱 브랜드 그룹(ABG)이 게스의 과반수 지분을 인수한 직후 내려졌다. 브랜드 지적 재산권 관리 전문 기업인 ABG의 운영 방식에 따라 기존 소매 중심 전략이 전면 수정된 것으로 보인다.

◇ "어제의 성공 방정식은 잊어라"... 변화에 무뎠던 글로벌 브랜드


전문가들은 게스의 몰락이 단순히 한 브랜드의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 소비자들의 급변하는 트렌드와 디지털 환경을 따라잡지 못한 외국 브랜드들의 공통된 한계라는 지적이다.
리드레오 연구소의 왕톈시 애널리스트는 "외국 브랜드들은 중국 중심의 전략이 부족하고 의사결정이 너무 느리다"며 "본토의 빠른 트렌드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다 보니 결국 도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쇼핑몰 기반의 전통적인 오프라인 모델은 라이브 스트리밍과 소셜 커머스로 무장한 중국 국내 브랜드들과의 경쟁에서 경쟁력을 상실했다.

전문가들은 세계 공통 사양의 제품을 그대로 들여오는 방식 대신, 중국 현지 시장이나 틈새시장의 취향에 맞춘 '외과 수술 수준'의 현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 생존 위해 ‘디지털·대형화’로 갈아타는 생존자들


게스와 달리 일부 브랜드들은 매장을 줄이는 대신 질적 혁신을 꾀하며 버티기에 돌입했다.

인디텍스의 자라는 성과가 저조한 매장 10여 곳을 폐쇄하는 동시에, 상하이에 2,400㎡ 규모의 초대형 플래그십 매장을 여는 등 '체험형 공간'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셀프 계산대 등 디지털 혁신도 도입 중이다.

2019년 파산 신청 후 철수했던 포에버 21은 핀두오두오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중국 사업을 재출범하며 오프라인 대신 전자상거래에 집중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 한국 패션 기업과 유통업계에 주는 시사점


중국 시장을 공략 중인 한국 브랜드들에게도 게스의 사례는 뼈아픈 교훈을 남긴다.

단순히 매장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매장을 온라인과 연결된 '체험 센터'로 전환하는 능력이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되었다.

주간 단위로 바뀌는 중국 소비자들의 선호를 제품에 즉각 반영할 수 있는 '초패스트(Ultra-fast)' 공급망을 갖출 필요가 있다.

전 세계 공통 디자인보다는 중국 본토의 특정 지역색이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맞춤형 상품'으로 경쟁력을 차별화해야 할 것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