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 튜브와 자기부상의 결합, 시속 4000km 시대 열어… 베이징~상하이 90분 주파
5만km 고속철망 구축한 중국의 물량 공세, 차세대 모빌리티 주도권 확보 전략으로 진화
5만km 고속철망 구축한 중국의 물량 공세, 차세대 모빌리티 주도권 확보 전략으로 진화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15일(현지시각) 폴란드 매체 오네트(Onet)가 보도한 중국의 초고속 열차 프로젝트 ‘T-플라이트(T-Flight)’는 단순한 기술 과시를 넘어 항공 산업이 독점해온 장거리 이동 시장에 강력한 하방 압력을 가하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음속의 3배가 넘는 시속 4000km를 목표로 삼은 이 기술은 국가 간 거리를 분 단위로 좁히며 글로벌 경제 지형을 재편하겠다는 중국의 야심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진공과 자기부상의 융합, 육상 교통의 한계를 돌파하다
중국 항공우주과학공업그룹(CASIC)이 추진 중인 ‘T-플라이트’는 자기부상(Maglev) 기술로 마찰을 제거하고, 저압 진공 튜브(Hyperloop)로 공기 저항을 극소화한 것이 핵심이다.
최근 진행된 무인 테스트에서 시속 800km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확인한 데 이어, 베이징과 상하이를 잇는 구간을 상정한 가상 주행에서는 시속 623km에 도달했다.
이 수치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상용 열차인 일본 신칸센이나 프랑스 TGV의 운행 속도를 두 배 가까이 상회하는 수준이다.
CASIC가 제시한 로드맵에 따르면, 향후 2단계 테스트에서는 시속 1000km를 돌파하고, 최종적으로는 시속 4000km라는 초월적인 속도에 도달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초속으로 환산할 경우 1111m에 달하며, 소리의 속도(약 343m/s)보다 3.2배 빠르다.
이러한 속도가 실현되면 1150km에 달하는 베이징~상하이 구간을 단 90분 만에 주파하게 된다. 공항 대기 시간과 도심 접근성을 고려하면 사실상 항공기보다 우월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셈이다.
인프라 굴기에서 모빌리티 주권으로… 압도적 투자의 경제학
여기에 세계 최대 규모인 120만㎡ 부지의 ‘충칭 동역’ 건설에만 78억 달러(약 11 조6000억 원)를 쏟아붓는 등 물량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이 과거 19세기 미국의 대륙횡단철도 건설과 맞먹는 경제적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물류 효율성의 극대화는 곧 제조 원가 절감과 내수 시장 통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서구권의 하이퍼루프 프로젝트가 자금난과 규제로 주춤한 사이, 중국은 국가 주도의 강력한 자본 투입과 규제 완화를 통해 차세대 모빌리티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론 머스크의 하이퍼루프 원이 지난해 사업을 종료한 것과 대조적으로, 중국은 국영 기업 중심의 기술 결집을 통해 ‘퍼스트 무버’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초고속 기술의 이면, 안전성과 자본 효율성의 딜레마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속 4000km라는 초고속 주행을 위해서는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진공 튜브 내부의 기압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극도로 난해한 과제가 남겨져 있다.
미세한 균열이나 외부 충격으로 인한 진공 상태 해제는 곧장 열차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는 탓이다.
실제로 국내 철도 전문가들과 학계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의 유지보수 비용이 초기 건설 비용을 상회할 수 있다는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다.
유럽 하이퍼루프 개발 프로그램(HDP) 역시 2050년까지 2만5000km의 망을 구축하는 데 약 9810억 유로(약 1670조 원)라는 천문학적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중국이 기술적 성공을 거두더라도, 이를 운영하며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중국의 ‘T-플라이트’가 선포한 속도전은 단순한 교통수단의 진화가 아닌, 전 세계 항공 및 물류 패러다임을 강제로 전환하려는 거대한 실험이다.
인프라 구축의 속도와 기술적 안정성 사이의 균형을 중국이 어떻게 맞춰 나갈지가 향후 10년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