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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전쟁 3주…전비 17조·유가 100달러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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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전쟁 3주…전비 17조·유가 100달러 돌파

트럼프, 전쟁 목표 3번 바꿔…의회 "갈 곳 모르는 전쟁"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시 유가 150달러…한국 원유 95% 통과하는 길목 막혔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한 지 세 주째인 지금, 전비가 120억 달러(약 17조9000억 원), 국제유가가 4년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한 지 세 주째인 지금, 전비가 120억 달러(약 17조9000억 원), 국제유가가 4년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한 지 세 주째인 지금, 백악관 수석 경제보좌관이 지난 15일(현지시각) CBS 방송에서 전비가 이미 120억 달러(약 17조9000억 원)에 달한다고 공식 확인한 가운데, 세계 원유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국제유가가 4년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알자지라는 지난 15일(현지시각)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전쟁의 명분이 수시로 바뀌는 '임무 확장' 논란과 함께 글로벌 에너지 충격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CNBC, CNN도 같은 날 유가 급등과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2023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중동에서 들여오는 원유의 95%가 이 해협을 거치는 구조적 약점을 안고 있어, 지구 반대편의 전쟁이 국내 에너지 안보를 정면으로 위협하는 상황이다.

전비 17조 원에 갈피 잃은 전쟁 목표…"날마다 다른 이유 댄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각) CBS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지금까지 쌓인 전비가 120억 달러라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 이 수치를 전쟁 전체 예상 비용처럼 말했다가 인터뷰 도중 '지금까지의 누계'라고 정정했다. CBS 앵커 마거릿 브레넌이 개전 첫 주에만 탄약 비용으로 50억 달러 이상이 투입됐다는 사실을 들어 추궁했지만, 해싯 위원장은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같은 날 "이란 공습이 곧 대폭 강화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청구서가 한 방향으로만 향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전비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쟁 목표가 개전 이후 세 번이나 바뀌었다는 것이다. 출발점은 이란 핵 프로그램 해체였다. 이후 미사일 전력 약화로 옮겨갔다가, 이제는 호르무즈 통항 방해를 이유로 이란 석유 인프라 타격까지 거론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세 주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초 상원 기밀 브리핑을 마친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는 "임무 확장(mission creep)이 정말 걱정된다"며 "행정부가 날마다 다른 이유를 댄다"고 직격했다.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도 알자지라에 "판도라의 상자 뚜껑을 열어놓고 어디로 갈지 전혀 감을 못 잡고 있다"고 말했다.

JP모건 글로벌 원자재 전략 책임자 나타샤 카네바도 최근 메모를 통해 "미군의 카르그섬 타격은 이란을 호르무즈나 역내 에너지 시설 직접 타격으로 몰아붙이는 심각한 확전 조치"라고 경고했다.

개전 이후 이란에서는 민간인을 포함해 1444명이 목숨을 잃었고, 미군 사망자 13명·부상자 140여 명이 나왔다. 전선은 레바논으로 번졌고, 카타르는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두 차례 막아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동부 지역을 향한 이란 드론 35대를 격추했다.

유가 100달러 돌파, 보름 만에 운임 3.3배 폭등…시장이 먼저 비명을 질렀다


트럼프 행정부가 "시장은 조기 종전을 예상하고 있다"고 낙관론을 펴는 동안, 시장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CNN에 따르면 미국 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3.72달러로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개전 이후 갤런당 74센트(약 1100원)가 올랐다. 한 달 사이 26.9% 상승한 것으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단일 월 기준으로 가장 가파른 오름폭이다.

국제 에너지 시장의 충격은 더 극적이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선물은 전쟁 전 배럴당 70달러 선에서 110달러를 웃돌며 4년 만의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뉴스트리 등 국내 경제 매체들에 따르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부설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날, 브렌트유는 하루 만에 9.2% 급등해 배럴당 100.46달러로 마감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미국·이스라엘과 동맹국에 연계된 선박은 모두 합법적 공격 목표"라며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압박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32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전략 비축유 4억 배럴을 방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IEA 자체 추산으로 호르무즈 봉쇄 여파가 3월 한 달 세계 석유 공급을 하루 800만 배럴 줄이는 상황에서, 비축유 방출만으로 공급 구멍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돌파하는 순간 세계 경제는 사실상 성장을 멈추는 브레이크 포인트에 진입한다"고 분석했다.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봉쇄가 한 달 이상 지속될 경우 유가가 15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한국 원유 95%의 길목이 막혔다…정부 비축유 200일분·100조 원 대응


이 전쟁이 한국에 남다른 무게로 다가오는 이유는 숫자가 설명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원유의 70.7%, 액화천연가스(LNG)의 20.4%를 중동에서 들여온다.

그런데 이 중동산 원유 가운데 95% 이상이 반드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 해협이 막힌다는 것은 한국 원유 공급망의 심장부가 직접 타격을 받는다는 뜻이다.

당장의 수송 비용도 급격히 올라가고 있다. 서울신문과 한국무역협회 분석을 종합하면, 호르무즈 우회 항로를 이용할 경우 해상운임이 기존 대비 최대 80% 뛰고 운송 기간도 3~5일 늘어난다.

개전 이후 유조선 운임은 보름 만에 3.3배 폭등했다. 과거 분쟁 시기에는 해상 보험료가 최대 7배까지 할증된 전례도 있다.

학계에서는 "물류에 어려움이 생기면 수출입 물류 일정 전반에 지장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에너지 수급 차질에는 비축유 방출과 대체 물량 도입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비축유와 민간 재고를 합산해 200일 이상 버틸 수 있는 공급 능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여수·거제 등 전국 9개 비축기지에서 비축유 방출이 가능하며, 기획재정부는 극심한 시장 변동성에 대응해 100조 원 규모의 시장 안정화 프로그램 가동을 준비 중이다.

스팀슨센터 한국 프로그램의 제임스 김 국장은 "단기적 분쟁은 비축분으로 버틸 수 있지만, 봉쇄가 수개월 이상 이어지면 한국의 제조·수출 역량에 심각한 훼손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에너지부 크리스 라이트 장관은 호르무즈 유조선 호송 작전이 이달 말 이전에는 시작되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이란이 물러서거나 미군이 제압하거나, 그 어느 쪽도 이번 주 안에 결판나기 어렵다는 것만이 지금 확실하다.

전쟁의 목표는 흔들리고, 전비는 불어나고,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95%가 지나는 길목은 계속 막혀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