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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배터리, 세계 시장 점유율 70% 돌파… ‘美 올인’ 韓 기업들 사상 초유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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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배터리, 세계 시장 점유율 70% 돌파… ‘美 올인’ 韓 기업들 사상 초유의 위기

CATL·비야디 등 중국계 합산 점유율 70.4%로 압승… 순이익 100배 격차
트럼프 행정부 ‘EV 정책 폐지’에 직격탄… LG엔솔·SK온, 공장 매각 및 인력 감축
중국의 CATL은 세계 최대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이다. 사진=CATL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CATL은 세계 최대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이다. 사진=CATL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전 세계 시장 점유율 70%를 넘어서며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반면, 미국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던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지원 정책 폐지와 수요 둔화라는 이중고를 맞으며 점유율이 반토막 났다.

18일(현지시각) SNE리서치와 닛케이 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중국의 ‘규모의 경제’가 한국의 ‘미국 중심 전략’을 압도한 한 해로 기록됐다.

◇ CATL·BYD ‘질주’… 중국계 6개 사가 상위권 싹쓸이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내수 시장의 탄탄한 보조금과 유럽 시장 공략 성공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2025년 글로벌 배터리 설치량 상위 10개 기업 중 6개가 중국계이며, 이들의 합산 점유율은 70.4%에 달한다. 2021년 50% 미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성장이다.

점유율 39.2%를 기록한 CATL은 지난해 순이익이 42% 성장한 722억 위안(약 105억 달러)을 기록했다. 저가형부터 프리미엄 제품까지 아우르는 풀 라인업으로 폭스바겐, 벤츠 등 유럽 완성차 업체를 장악했다.

BYD는 자사 전기차는 물론 스텔란티스, 샤오미 등에 공급을 늘리며 2위 자리를 굳혔다. CALB(4위), 고션(5위) 등 후발 주자들도 출하량을 늘리며 한국 기업들을 밀어내고 있다.

◇ ‘미국발 쇼크’에 흔들리는 K-배터리… 이익 규모 1% 미만 추락


미국 시장에 사활을 걸었던 한국 기업들은 현지 정치 지형 변화와 전기차 캐즘(Chasm)의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 3사의 합산 점유율은 15.3%로, 2021년(30% 이상) 대비 반토막 수준이다.
세계 3위 LG에너지솔루션의 2025년 순이익은 808억 원(약 5430만 달러)으로 전년 대비 76% 급감했다. 이는 같은 기간 CATL 순이익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SK온과 삼성SDI는 아예 순손실을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전 정부의 EV 친화 정책을 폐지하면서 한국 기업들은 공장 가동과 투자 계획을 전면 재수정하고 있다.

SK온은 미국 조지아 공장 인력의 40%(약 1000명)를 감원했으며, LG엔솔은 혼다와 함께 짓던 오하이오 합작 공장 자산을 혼다 측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창실 LG엔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기차 수요 감소로 배터리 시장의 일시적인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며 위기 상황임을 시인했다.

◇ 헝가리·동남아로 뻗어나가는 중국… "탈중국 규제도 무색"


중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의 높은 장벽을 피해 유럽과 동남아시아에 생산 기지를 구축하며 포위망을 넓히고 있다.

CATL은 2025년 말 헝가리 첫 공장을 완공하고 가동을 시작했다. CALB 역시 유럽과 동남아 지역에서 생산 설비를 확충하며 "현지 시장 요구에 맞춘 꾸준한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중국 정부가 2026년부터 신에너지차 보조금을 개정하면서 올해 초 중국 내 판매량이 28% 감소한 점은 중국 업체들에게도 잠재적 위험 요소로 꼽힌다.

◇ 한국 배터리 산업에 주는 시사점


한국 배터리 산업이 고사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는 특정 시장(미국)에 편중된 의존도를 낮추고 근본적인 경쟁력을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중국이 장악한 LFP(리튬인산철)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가격 경쟁력 있는 제품군을 빠르게 양산하여 유럽 및 신흥 시장 점유율을 회복해야 한다.

또한, 미국 정책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않도록 동남아, 인도 등 신규 시장으로 거점을 분산하고, 무리한 증설보다는 수익성 중심의 질적 성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전고체 배터리 등 중국이 아직 따라오지 못한 차세대 배터리 기술의 상용화 시점을 앞당겨 기술적 우위를 점하는 것만이 유일한 생존책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