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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에너지 쇼크에 ‘원전 르네상스’ 귀환… 석유·가스 공백 메울 핵심 열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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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에너지 쇼크에 ‘원전 르네상스’ 귀환… 석유·가스 공백 메울 핵심 열쇠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원전 외면은 전략적 실수” 시인… 한·일·프 중심 확장 가속
카타르 가스 중단 사태로 ‘에너지 주권’ 부각… 기존 원전 수명 연장 및 SMR 투자 확대
냉각탑이 2024년 8월 13일 미국 조지아주 웨인즈버러에 위치한 보글틀 원자력 발전소에서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냉각탑이 2024년 8월 13일 미국 조지아주 웨인즈버러에 위치한 보글틀 원자력 발전소에서 보인다. 사진=로이터
중동 전쟁으로 인한 석유와 가스 공급망 붕괴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저탄소 기저 부하(Base-load) 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 발전이 다시 무대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화석 연료의 무기화와 수급 불안정성이 심화됨에 따라, 한때 원전 폐쇄를 추진하던 국가들조차 에너지 안보와 탄소 중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원자력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각) 에너지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에너지 위기는 원전의 수명 연장과 신규 건설을 가속화하는 강력한 촉매제가 되고 있다.

◇ 유럽의 참회: “원전 단계적 폐지는 전략적 실수였다”


유럽연합(EU) 내에서는 과거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뼈아픈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최근 프랑스에서 열린 원자력 정상회의에서 “유럽이 신뢰할 수 있고 저렴한 저배출 전력원을 외면한 것은 전략적 실수였다”고 공식 시인했다.

과거 독일에서 원전 폐쇄에 찬성했던 그녀는 이제 입장을 바꿔 혁신적 핵기술 개발에 2억 유로(약 2900억 원)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또한, 회원국 정상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을 권고하는 등 원전 가동 중단이 가져올 전력난을 경계하고 나섰다.

이는 90년대 동유럽 국가들에 요구했던 소련산 원자로 정지 조치가 결과적으로 석탄 의존도를 높였다는 전문가들의 지적과 일맥상통한다.

◇ 한·일·프의 ‘에너지 주권’ 선언… “원전은 독립의 핵심”


중동 발 위기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아시아와 유럽의 주요국들은 이미 원전 비중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본은 2022년 이후 5기의 원자로를 재가동하며 수입 원자재 없이 4.6GW의 기저 전력을 확보했다. 우드 매켄지는 이번 위기가 일본의 원자력 확장을 장기적으로 견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2030년 설계 수명이 종료될 예정인 7.8GW 규모의 원전 시설에 대해 수명 연장을 확정했다. 원자력은 이미 한국 발전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과거 정부의 탈원전 시도가 안정적 전력 공급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 속에 현 정부의 원전 강화 정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원자력은 에너지 주권과 탄소 중립을 조화시키는 핵심”이라며 유럽 전역에 더 많은 원전 건설을 촉구하고 있다.

◇ 재생에너지의 한계와 IEA의 지지… 가스 공백의 유일한 대안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주요 기관들도 원자력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은 배터리 저장 장치가 있어도 전력 수요 급증을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IEA는 전 세계 413GW 규모의 원전 용량이 연간 1.5기가톤(Gt)의 탄소 배출과 1800억 입방미터(bcm)의 가스 수요를 회피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했다.

특히 카타르의 라스 라판 시설 피격으로 인한 가스 생산 중단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전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비록 원자력이 비료 생산 등에 쓰이는 천연가스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국가의 전력 공급망을 현지화하고 안정화하는 데 있어서는 대체 불가능한 수단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 한국 산업에 주는 시사점


에너지 자립이 국가 생존과 직결된 상황에서 한국 원전 산업의 행보는 향후 경제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유럽과 중동에서 원전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한국의 뛰어난 원전 건설 및 운영 능력을 바탕으로 한 대형 원전 및 소형 모듈 원자로(SMR) 수출 기회가 확대될 것이다.

우드 매켄지의 분석처럼 전력 안보를 위해 노후 원전 수명 연장과 함께 석탄 발전의 퇴역 속도를 조절하는 유연한 에너지 믹스 전략이 요구된다.

현지에서 조달 가능한 원전 전력 비중을 높임으로써 중동발 유가 및 가스가 폭등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압박을 최소화하고 국내 제조업의 원가 경쟁력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