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스크 정부 행정 지연에 EPC 계약 미체결… 2038년 완공 목표 불투명
에너지부 장관 "현지화 참여가 최종 파트너 선정 기준"… 한·러·중·캐 4국 경쟁
원전 수주 성패, 가격 경쟁보다 G2G 금융 설계·기술이전 패키지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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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폴란드, 투스크 정부 출범 후 착공 2년 연기… EPC 계약 미체결이 핵심 걸림돌
폴란드 독립 언론 니에잘레즈나(Niezalezna.pl)는 지난 21일(현지시각)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 정부가 당초 2026년으로 잡혔던 제1원전 착공 시점을 사실상 2028년으로 2년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2023년 총선을 계기로 정권이 바뀐 이후 사업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진 결과다.
지연의 핵심은 미국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와의 설계·조달·시공(EPC) 계약이 끝내 체결되지 않은 데 있다. 현재 양측의 협력은 설계와 공학 분석을 진행하는 'EDA+(공학설계계약)'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실제 시공 착수의 전제 조건인 EPC 계약은 여전히 협상 중이다.
야당 법과정의당(PiS)의 야누시 코발스키 의원은 니에잘레즈나와의 인터뷰에서 "투스크 정부가 원전 건설에 진정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현 속도라면 2038년 완공 일정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직격했다.
폴란드 원전 건설에 대한 국민 지지율은 92%에 달한다. 그럼에도 사업이 표류하는 배경에는 부지 선정지인 코체보(Choczewo)를 둘러싼 행정 소송이 진행 중이고, 정부 내 각 부처 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점이 자리한다. 원전 업계에서는 "민심보다 무서운 것이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지 재검토나 계약 조건 재협상이 반복될 경우, 수조 원 규모 사업도 순식간에 수년씩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튀르키예, 시노프·트라키아에 8기 신규 건설… 한국 포함 4개국과 경쟁 협상
폴란드가 주춤하는 사이 튀르키예는 대형 원전 확장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에너지 전문 매체 사이트라인U3O8(SightlineU3O8)은 지난 20일 알파르슬란 바이락타르 튀르키예 에너지부 장관 인터뷰를 인용해, 튀르키예 정부가 8기의 신규 원자로 건설 계획을 공식화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는 북부 시노프(Sinop) 주에 4기, 북서부 이스턴 트라키아(East Thrace)에 4기를 각각 건설하는 구상이다. 튀르키예는 이 대규모 프로젝트의 협력국으로 한국·캐나다·중국·러시아 4개국을 상대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바이락타르 장관은 최종 파트너 선정의 양대 기준으로 '금융 조건'과 '현지화(Localization)'를 명시했다. 그는 "단순히 원전을 짓는 것이 아니라, 튀르키예 기업과 인력이 설계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에 얼마나 깊이 참여할 수 있느냐가 파트너 선정의 최종 잣대"라고 강조했다.
튀르키예는 현재 러시아와 협력해 건설 중인 아쿠유(Akkuyu) 원전 1호기가 조만간 상업 운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아쿠유 협력 경험을 발판 삼아 8기를 추가 건설해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원전 수출 업계에서는 "튀르키예가 러시아와의 협력 경험을 레버리지로 활용하면서, 복수의 국가를 동시에 경쟁시키는 전형적인 협상 주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에의 시사점: G2G 금융 지원과 현지화 패키지가 수주의 열쇠
두 국가의 명암은 원전 수출을 추진 중인 한국에 중요한 과제를 제시한다.
폴란드 사례는 수입국의 정치적 변수를 미리 관리하는 '정부 간(G2G) 협력 체계' 구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준다. 정권이 바뀐 이후 계약 조건 재협상이나 부지 재검토가 이어지면 한국 기업의 참여 기회도 함께 사라질 수 있다. 단순한 기업 간 계약을 넘어 양국 정부 차원에서 사업 연속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안전망을 선제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튀르키예 사례는 신흥 원전시장에서 '기술 이전'이 얼마나 강력한 협상 카드로 쓰이는지를 확인해 준다. 단순한 가격경쟁력보다는 현지 인력 육성과 기술 이전을 패키지로 묶은 맞춤형 협력 모델을 제시하는 방식이 수주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동유럽과 중동의 원전시장은 탄소 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두 축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팽창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폴란드처럼 정치 리스크가 돌발 변수로 등장하고, 튀르키예처럼 기술 이전 요구가 계약의 전제 조건으로 굳어지는 흐름 속에서, 한국이 원전 수출 강국으로 자리 잡으려면 이제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금융을 설계하고 현지 산업을 키우는 종합 패키지 전략을 내세울 때만이 치열해지는 글로벌 원전 수주전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