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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패권 경쟁 축 이동…석유·희토류·반도체가 핵심 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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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패권 경쟁 축 이동…석유·희토류·반도체가 핵심 자원



지난 12일(현지시각) 오만 무스카트에 있는 항구 포트 술탄 카부스에서 유조선 ‘칼리스토’호가 정박해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2일(현지시각) 오만 무스카트에 있는 항구 포트 술탄 카부스에서 유조선 ‘칼리스토’호가 정박해 있다. 사진=로이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고 에너지를 무기로 활용하면서 글로벌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응해 원유 공급을 전략 무기로 활용하며 비대칭 대응에 나섰다. 특히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마비되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에 큰 충격이 발생했다.
이란은 카타르 라스라판 산업단지에 위치한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을 공격하기도 했다. 이 지역은 세계 최대 LNG 생산 거점으로 공격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긴장 완화를 촉구할 정도로 파장이 컸다.

◇유가 50% 급등…“에너지가 다시 권력의 핵심”

전쟁 이후 국제 유가는 약 50% 상승했고 유럽 천연가스 가격도 약 두 배로 급등했다.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글로벌 경제 전반에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권력의 기반이 디지털 기술에서 다시 물리적 자원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앨리스 가워 애저스트래티지 파트너는 “현대 경제와 군대가 의존하는 물리적 자원을 누가 통제하느냐가 핵심 경쟁이 됐다”고 말했다.

에너지뿐 아니라 희토류, 산업 생산능력 등 실물 자원이 전략적 무기로 활용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 희토류 지배력…공급망 ‘무기화’ 현실화

실제로 중국은 희토류 공급망에서 압도적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희토류 자석 공급의 약 90%를 통제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사례도 있다.

자동차와 무기, 전자제품 등에 필수적인 희토류 공급이 차단되자 미국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고 협상 입장이 완화됐다는 분석이다.

에드워드 피시먼 미국외교협회(CFR) 지경학연구센터 소장은 “최근 가장 효과적인 경제전쟁 사례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였다”며 “이란 사례에서도 에너지 공급망이 전략적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자립도 한계”…미국도 충격 못 피해

미국은 셰일혁명을 통해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부상했지만 글로벌 유가 구조상 국제 공급 충격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백악관은 미국이 에너지 자립도를 확보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고 강조했지만 국제 가격 상승은 미국 소비자에게도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전 세계 해상 원유의 약 90%가 주요 해상 요충지를 통과하는 구조도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해 말라카 해협, 바브엘만데브 해협 등 주요 항로가 차단될 경우 대체 경로가 제한적이거나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21세기 패권 경쟁, 다시 자원으로 회귀”

전문가들은 향후 국가 간 경쟁이 반도체, 에너지, 희소 금속 등 핵심 자원을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크리스 밀러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시장경제 국가에서는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의 비용이 빠르게 드러난다”며 “이 점이 향후 경제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광물 확보, 반도체 생산시설 자국 유치, 전략 비축 확대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핵심 광물 비축을 위한 120억달러(약 17조76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볼트’를 발표하고 호주 광산업체 라이너스와 협력도 추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공급망 재편과 인프라 구축에 수년이 걸리는 만큼 단기간 내 구조적 취약성을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