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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옥시아 시총 15배 돌파… 낸드 AI 특수 본격화 [메모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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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옥시아 시총 15배 돌파… 낸드 AI 특수 본격화 [메모리 전쟁]

베인캐피탈 구조개혁·SSD 인수 전략 적중, 2027년 순이익 4배 전망
외장 SSD 3배 폭등·애플스토어 품절… 스마트폰 출고가 인상 압박
반도체 침체기에 상장 직후 시가총액이 투자 원금의 절반에도 못 미쳤던 일본 키옥시아(Kioxia)가 4개월 만에 기업가치를 15배 가까이 끌어올리는 이례적인 반등에 성공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반도체 침체기에 상장 직후 시가총액이 투자 원금의 절반에도 못 미쳤던 일본 키옥시아(Kioxia)가 4개월 만에 기업가치를 15배 가까이 끌어올리는 이례적인 반등에 성공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예상을 뛰어넘는 지각변동이 진행 중이다. 반도체 침체기에 상장 직후 시가총액이 투자 원금의 절반에도 못 미쳤던 일본 키옥시아(Kioxia)4개월 만에 기업가치를 15배 가까이 끌어올리는 이례적인 반등에 성공했다. 낸드 공급 부족의 충격파는 AI 데이터센터를 넘어 애플스토어의 외장 SSD 품절 사태로까지 번지고 있다.

23(현지시각) 닛케이(NIKKEI) 보도에 따르면, 키옥시아홀딩스의 시가총액은 이달 18일 종가 기준 127000억 엔(1193200억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12월 도쿄증권거래소 입성 당시 시가총액이 8630억 엔(81000억 원)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4개월 새 주가가 14.7배 수직 상승한 셈이다.

상장 4개월 만에 15배 '퀀텀 점프', 키옥시아 시가총액 추이.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상장 4개월 만에 15배 '퀀텀 점프', 키옥시아 시가총액 추이. 도표=글로벌이코노믹


AI 데이터센터, 낸드 수요를 폭발시키다


주가 급등의 핵심 동력은 AI 데이터센터용 낸드플래시 수요의 폭발적 확대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요구되는 저장 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고성능 낸드 기반 SSD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키옥시아의 20273월 결산 순이익이 20263월 결산 대비 4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키옥시아가 이 기회를 선점할 수 있었던 토대는 2020년 단행한 선제적 인수합병에서 비롯됐다. 당시 대만 라이트온(光寶科技)SSD 사업 부문을 약 170억 엔(1590억 원)에 사들이면서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에 직접 납품하는 공급망을 확보했다.

베인캐피탈의 '현금흐름 경영'… 침체기를 발판 삼다


대주주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은 2018년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할 당시 약 2조 엔(187900억 원)을 투자했지만, 상장 초기 시가총액이 투자 원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베인캐피탈이 택한 돌파구는 자산 효율화와 공격적 설비투자를 병행하는 이중 전략이었다. 지난해 4월 주력 생산기지인 미에현 요카이치 공장 부지를 매각한 뒤 다시 임차하는 리스백(Lease-back) 방식으로 전환해 설비투자 재원을 확보했다. 이렇게 마련한 자금은 이와테현 기타카미 신공장 건설로 이어졌고, 해당 공장은 지난해 9월 가동에 들어갔다. 올 상반기 중 최첨단 낸드 메모리 양산 체계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베인캐피탈의 리스백 전략은 업황 침체기에도 투자를 멈추지 않기 위한 현금흐름 우선 경영의 전형적 사례"라며 "AI 특수가 도래했을 때 즉각적인 생산 확대로 연결될 수 있었던 결정적 배경"이라고 평가한다.
베인캐피탈은 기업가치가 정점에 달했다고 판단하고 지분 매각을 본격화하고 있다. 보유 지분은 지난달 말 50% 수준에서 최근 29%로 낮아진 상태다. 임직원들도 이 성과를 함께 나눴다. 상장 전 스톡옵션을 받은 600여 명 중 과장급 직원 한 명당 최대 1~2억 엔(93900~187900만 원)의 차익이 예상된다.

SSD 가격 3배 폭등… 소비자 가전 전방위 충격


낸드플래시 공급 부족의 충격파는 이미 소비자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씨넷(CNET)23일 보도에 따르면, 애플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샌디스크(SanDisk)와 라씨(LaCie) 등 주요 브랜드의 외장형 SSD가 잇따라 품절되거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샌디스크 익스트림 1TB SSD는 기존 120달러(178600)에서 360달러(535800)로 세 배 가까이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부 애플 전용 메모리 업그레이드 제품을 제외하면 재고가 사실상 바닥난 상태라고 전했다.

수급 불균형을 더욱 악화시키는 변수도 가세했다. AI 데이터센터 외에도 자율주행 전기차 시장이 새로운 낸드 수요처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Micron)은 자율주행차 한 대당 최대 300GB 이상의 저장 용량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수급 불균형이 향후 2년 내 스마트폰을 비롯한 소비자 가전 출고가 인상으로 직결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삼성·SK하이닉스에는 호재인가, 경쟁 심화인가


키옥시아의 부활은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중요한 신호로 읽힌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글로벌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핵심 플레이어다. 낸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이들 기업의 수익성 개선에도 직접적인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이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어, AI향 고용량·고성능 낸드 부문에서 차별화된 기술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범용 낸드 시장에서 가격 경쟁 심화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키옥시아의 '4개월 15' 신화는 단순한 한 기업의 이야기가 아니다. AI가 반도체 산업의 판도를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얼마나 넓게 뒤흔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압축적인 증거다. 낸드 가격 폭등이 올 하반기 스마트폰 신제품 출고가에 얼마나 전가될지, 그리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낸드 부문 이익이 어떻게 바뀔지가 올해 반도체 시장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