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수비대 "암살 1건당 기업 1곳 파괴"…오늘 오후 8시 시한부 최후통첩
엔비디아·테슬라·JP모건까지 표적…K-반도체 원자재 공급망도 직격탄 우려
엔비디아·테슬라·JP모건까지 표적…K-반도체 원자재 공급망도 직격탄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AFP 통신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보도하고 인도 일간지 더힌두(The Hindu)가 게재한 내용에 따르면, 혁명수비대는 공식 매체 세파 뉴스(Sepah News)를 통해 이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단순한 경고 수위를 넘어 시한과 대상 기업 명단을 명시한 사실상의 최후통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태는 미·이란 전쟁이 군사 충돌에서 글로벌 기술 인프라를 겨냥한 '인프라 전쟁'으로 성격을 바꾸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암살 한 건당 기업 한 곳 파괴"…18개사 명단과 시한부 최후통첩
혁명수비대가 공개한 표적 명단은 정보기술(IT) 업계의 간판 기업들로 가득하다.
애플·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인텔·엔비디아·IBM·델·시스코·HP·팔란티어가 이름을 올렸고, 전기차 기업 테슬라와 금융사 JP모건체이스, 방산업체 보잉, 산업 대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까지 포함됐다.
미국 기업이 아닌 곳은 아랍에미리트(UAE)의 인공지능(AI) 기업 G42 단 한 곳이다.
혁명수비대는 이들을 "미국 정보기관의 첩보 활동을 지원하고, 이란 고위 지도부 암살 작전의 목표물 선정과 추적을 설계한 핵심 주체"로 정조준했다.
성명은 "테러 목표물 설계와 추적의 핵심 주체가 미국 정보통신·AI 기업들인 만큼 이제부터 테러 작전에 관여한 주요 기관이 우리의 합법적 타격 대상"이라고 못 박았다.
아울러 해당 기업 직원들에게 즉시 업무 현장을 비울 것을 촉구하고, 시설 반경 1㎞ 이내 주민들에게도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도록 경고했다.
이번 위협은 전례가 없지 않다. 지난 3월 초 이미 이란 드론이 UAE의 아마존 데이터센터 2곳을 직격했고, 바레인의 한 시설도 인근 공격으로 피해를 입었다. 혁명수비대가 빈 협박을 날리는 것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혁명수비대는 최근 수 주간 중동 전역의 미국 기술 인프라 시설로 타격 대상을 넓히며 이를 재래식 군사 충돌에서 '인프라 전쟁'으로의 전환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전쟁의 뿌리 그리고 이란의 반격 논리
이번 위협은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합동 군사 작전으로 시작된 전쟁의 연장선이다. 전쟁 첫날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모하마드 팍푸르가 사망했으며, 이후 강력한 안보 수장 알리 라리자니 등 다수의 고위 인사들이 잇달아 희생됐다.
이란 입장에서 빅테크 기업을 표적으로 삼는 논리는 명확하다. AI와 위성 데이터, 통신 인프라가 암살 작전의 '신경망'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분쟁 종식을 위한 외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히는데도 이란은 물러설 기색 없이 중동 주재 미국 기업들에 대한 공격을 예고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같은 날 이란군은 드론을 이스라엘에 보내 텔아비브 인근 국제공항 주변의 지멘스(Siemens) 시설과 북부 항구도시 하이파의 AT&T 거점을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K-반도체·공급망으로 번지는 불꽃…한국도 안전지대 아냐
이번 사태가 한국 산업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은 수치로 확인된다. 카타르는 세계 헬륨 공급량의 3분의 1을 제공하는데, 한국과 대만은 헬륨의 상당 부분을 카타르에서 들여온다.
반도체 웨이퍼 패턴 형성에 쓰이는 브롬의 세계 최대 공급원은 사해(死海)로, 한국은 브롬 공급의 사실상 전량을 이스라엘에서 수입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동발 전쟁 격화로 에너지와 반도체 공급망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으며,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80%와 D램 시장의 70%를 점유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그리고 엔비디아 칩을 독점 생산하는 대만 TSMC가 모두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화석연료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동은 빅테크들이 특히 공을 들여온 AI 데이터센터 핵심 투자처였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AI 컴퓨팅을 차세대 국가 먹거리로 육성해 왔고, 빅테크들도 저렴한 에너지 비용과 풍부한 부지를 활용해 중동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집중 유치해 왔다. 이제 그 인프라가 전쟁의 표적으로 전락한 셈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번 혁명수비대의 위협이 직접 타격보다 공급망 불확실성 심화와 원자재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더 우려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되면 헬륨·브롬 등 반도체 핵심 원자재 수급이 수개월 내 한계에 부닥칠 수 있다"는 경계감이 나온다.
이란이 전장을 군사 시설에서 실리콘밸리 기업의 서버실로 넓히는 한, 이번 전쟁의 진짜 피해 규모는 총성이 멎은 뒤에야 드러날 수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