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제조의 필수 원료 ‘나프타’ 공급망 마비… TSMC·삼성·SK하이닉스 공통 노출
4주 넘긴 봉쇄에 화학 압력 임계점… 10주 지속 시 5,000억 달러 시가총액 증발 위기
4주 넘긴 봉쇄에 화학 압력 임계점… 10주 지속 시 5,000억 달러 시가총액 증발 위기
이미지 확대보기그동안 반도체 안보 논의에서 희토류나 웨이퍼 등에 비해 간과되어 왔던 나프타는 실제 공정이 중단될 수 있는 치명적인 병목 지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1일(현지시각) 앨빈 캄바(Alvin Camba) 대서양 위원회 펠로우의 분석에 따르면, 호르무즈 폐쇄는 대만을 넘어 동북아시아 전체 기술 생태계를 위협하는 전례 없는 실존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 반도체의 ‘보이지 않는 뿌리’ 나프타… 대만 수입선의 비극
대만은 전 세계 AI 시스템, 전기차, 방산 장비에 들어가는 최첨단 칩을 생산하지만, 그 제조 공정은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나프타는 칩 제조에 필수적인 감광액(포토레지스트), 세정용제, 공정 가스, 전구체 화합물 등 특수 화학물질을 만드는 근간이다. 나프타 공급이 끊기면 TSMC를 비롯한 제조 생태계 전체가 멈추게 된다.
대만 포모사 석유화학 등은 지난 10월 서방 동맹국들의 압박으로 러시아산 나프타 구매를 중단하고 중동 노선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불과 4개월 만에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면서 대만은 세계 최대 나프타 수입국으로서 직격탄을 맞게 됐다.
◇ 4주 지난 봉쇄, 하류 팹(Fab)까지 전달되는 ‘시차 공격’
호르무즈 폐쇄가 지난 3월 28일부로 4주를 넘기면서 상류 공급망의 압력은 임계치에 도달했다.
원시 나프타가 특수 화학물질로 가공되어 팹에 도달하기까지는 수주의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현재 상류에서는 위기가 고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류의 제조 현장에서는 아직 체감되지 않는 ‘폭풍 전야’의 상황이다.
단 4주의 혼란만으로도 글로벌 상위 10개 반도체 기업의 시가총액 중 최대 **5,000억 달러(약 675조 원)**가 증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 한국·일본도 같은 배… “동북아 기술 전체의 문제”
나프타 의존도는 한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나프타의 60%를 해외에서 조달하며 그중 70% 이상이 중동산이다. 한국의 노출도 역시 이와 비슷하다.
일본의 경우 원유 비축량은 250일치에 달하지만, 나프타 매장량은 약 20일분에 불과해 완충 공간이 거의 없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키옥시아 등 세계 메모리 및 로직 반도체 생산의 핵심 국가들이 동시에 동일한 원료 풀(Pool)에서 차단되는 상황은 냉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 대안은 있지만 막대한 비용과 시간 소요
즉각적인 해결책은 존재하지만, 경제적·기술적 대가가 뒤따른다.
미국 걸프 연안이나 북해산 나프타를 희망봉으로 실어 올 수 있지만, 운송 시간이 최대 16일 늘어나고 연료비와 보험료가 30% 이상 폭등한다.
액화석유가스(LPG)를 일부 대체 원료로 쓸 수 있으나, 장비 조정이 필요하고 하류 공정에 필요한 특수 화학물질의 사양을 완벽히 충족하기 어렵다.
일본과 한국, 대만이 에너지 안보 체계 하에서 긴급 원료 공유 협조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한국 반도체 업계에 주는 시사점
원유와 달리 전용 비축 시설이 부족한 나프타를 국가 전략 비축 대상으로 지정하고, 비상시 민관 공유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 호주 등 대서양 및 태평양 노선의 장기 공급 계약을 선제적으로 늘려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해야 할 것이다..
석유 기반 나프타를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 나프타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활용 기술을 고도화하여 원료 독립성을 점진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