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터루나 1800만 달러 투자 유치, 올해 달 남극 탐사 착수
카타르 공급 쇼크에 韓반도체 비상…"지구 헬륨 한계가 달을 부른다“
카타르 공급 쇼크에 韓반도체 비상…"지구 헬륨 한계가 달을 부른다“
이미지 확대보기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카타르발 헬륨 공급 위기로 재고를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지금, 지구에서 38만km 떨어진 달에서는 이 자원을 둘러싼 전혀 다른 차원의 패권 경쟁이 불붙고 있다.
지구에서는 극히 희귀해 손바닥 크기 용기 하나에 수백만 달러(수십억 원)를 웃도는 헬륨-3(Helium-3)를 달 표면에서 직접 캐내려는 민간 기업들이 자금을 모으고 탐사선 발사를 준비하면서, 과학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의 사업 계획서로 옮겨오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은 1일(현지시각) 이같은 동향을 심층 보도했다.
지구 헬륨의 한계, 달을 향한 손길로 이어지다
현재는 자기공명영상(MRI) 장비의 냉각재로 쓰이고, 양자컴퓨터 핵심 소재로 주목받으며, 이론적으로는 핵융합 발전의 청정 연료로도 꼽힌다. 헬륨-3와 중수소를 핵융합시키면 방사성 중성자가 거의 나오지 않아 기존 핵융합보다 훨씬 다루기 쉽다는 것이 과학계의 공통된 평가다.
이 자원의 지구 내 공급 구조는 이미 위태롭다. 현재 세계 헬륨 생산의 70% 이상을 미국과 카타르 두 나라가 책임지는 구조다.
최근 중동 분쟁으로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이 타격을 받자 헬륨 현물가는 단숨에 50% 가까이 치솟았고,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경우 가격이 최대 2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헬륨 수입량의 약 65%를 카타르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구매 담당자들이 재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는 상황이 됐다. 국내 헬륨 소비량은 연간 약 2200~2300톤 수준으로, 수입 규모는 2019년 1600억 원에서 최근 2500억 원대로 불어났다.
1800만 달러 베팅…우주판 골드러시의 주역들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인터루나(Interlune)는 이 레이스의 선두 주자다. 창업자 롭 메이어슨(Rob Meyerson)은 NASA 우주왕복선 프로그램 출신으로, 이후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의 우주 기업 블루 오리진(Blue Origin)을 키우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는 투자자들로부터 1800만 달러(약 273억 원)를 끌어모았다.
인터루나는 올해 달 남극 노빌레(Nobile) 지역에 다중분광 카메라를 실은 탐사선을 보내 헬륨-3의 농도와 분포를 조사할 계획이다. 오는 2027년에는 '프로스펙트 문(Prospect Moon)'이라는 샘플 수집 임무도 예정돼 있다.
메이어슨은 가디언에 "달 자원 채취가 가능할지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가능하게 될지의 문제"라며 "우주까지 가서 가져올 만큼 가격이 충분히 높은 자원"이라고 말했다.
이사회 의장으로는 1972년 아폴로 17호에서 달을 직접 걸었던 유일한 지질학자 출신 우주인 해리슨 슈미트(Harrison Schmitt·90)가 이름을 올렸다. 그는 1980년대부터 달 헬륨 채취를 주창해온 인물이다.
일본 본사의 우주 로봇 기업 아이스페이스(ispace)는 미국 스타트업 마그나 페트라(Magna Petra)와 손잡고, 인공지능(AI) 기반의 비파괴·에너지 효율 방식으로 달 토양에서 헬륨-3를 뽑아내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스페이스X가 민간 발사 비용을 1kg당 1500달러(약 227만 원) 수준까지 끌어내리면서, 과거라면 엄두도 못 냈을 달 왕복 물류의 경제성이 비로소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바다의 금' 딜레마…법·윤리·지정학의 삼중 장벽
낙관론 뒤에는 만만찮은 현실이 버티고 있다. 콜로라도 광산대학교(Colorado School of Mines) 우주자원센터 소장 앙헬 아부드-마드리드(Angel Abbud-Madrid)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바다에 수백만 톤의 금 입자가 떠다니지만 어떤 기업도 채취에 나서지 않는다.
농도가 너무 낮아 추출 비용이 금값을 웃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헬륨-3 1톤을 달에서 얻으려면 달 표토 1억 5000만 톤을 처리해야 한다는 계산도 나와 있다. 인터루나가 올해 탐사선을 띄우는 것도 바로 이 농도 문제를 사전에 검증하기 위해서다.
법적 근거도 흔들린다. 1967년 체결된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은 어떤 국가도 달 같은 천체를 영유할 수 없다고 못 박았지만, 민간 기업의 자원 채취 활동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다.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Harvard and Smithsonian Center for Astrophysics)의 마틴 엘비스(Martin Elvis) 천문학자는 지난해 한 국제우주항공학 회의에서 "희귀하고 값비싼 부동산은 역사적으로 언제나 분쟁의 씨앗이었다"며 달 극지와 전파 간섭이 없는 뒷면 일부를 '과학적으로 특별한 장소'로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정학 구도는 더 복잡하다. 중국은 지난해 창어 6호(Chang'e-6) 임무로 달 뒷면에서 헬륨-3을 포함한 샘플을 세계 최초로 확보했다. 관영 매체는 이 데이터를 토대로 달 전체 헬륨-3 총량을 추산할 계획이며, "미래의 에너지원"이라고 규정했다.
메이어슨은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는 중국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미국과 서방이 달에서 존재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우주항공 업계는 달 헬륨-3 자원 경쟁을 기술 패권 경쟁의 연장선으로 주목하면서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등 국내 주체들의 구체적인 참여 계획은 아직 공식화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달 탐사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지구 헬륨 공급망 위기에 이어 우주 자원 경쟁에서도 수동적 위치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카타르 헬륨 가격이 200% 폭등 가능성을 향해 치닫는 지금, 지구 공급망의 균열은 달을 향한 경쟁에 더욱 강한 동력을 불어넣고 있다. 달 헬륨-3 채취의 상업적 현실화는 발사 비용·추출 농도·핵융합 원자로 기술이라는 세 축이 맞물리는 지점에서 결판날 것이다.
그 교차점이 언제 오느냐를 두고, 미국과 중국은 이미 38만km 너머에서 전력을 쏟아붓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