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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전쟁 쇼크'에 부의 지도 개편… 10대 부자 자산 150조 원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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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전쟁 쇼크'에 부의 지도 개편… 10대 부자 자산 150조 원 증발

머스크, '1233조 원' 돌파하며 사상 첫 8000억 달러 시대 개막
'AI 서버 특수' 마이클 델 8위 도약… 아르노·버핏은 'Top 10' 탈락 수모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총자산 8170억 달러(약 1233조 1798억 원)를 기록하며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총자산 8170억 달러(약 1233조 1798억 원)를 기록하며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사진=연합뉴스
이란발 전쟁 위기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정조준하면서 전 세계 초거대 부호들의 자산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기술주 중심의 하방 압력을 가하며 세계 10대 부자의 자산 총액은 한 달 만에 약 1000억 달러(한화 약 150조 9400억 원)가 증발했다.

3일(현지시각) 포브스(Forbes) 및 금융권 분석을 종합하면, 4월 초 기준 세계 10대 부자의 자산 합계는 약 2조 5000억 달러(약 3773조 5000억 원)로 집계됐다.

전쟁이 삼킨 억만장자의 부… 10명 중 9명 '자산 급감’

지난 3월 뉴욕증시는 이란 전쟁 여파로 잔인한 한 달을 보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5.09%, 나스닥(Nasdaq) 지수가 4.75% 하락하며 기술주 비중이 높은 부호들의 자산 가치를 끌어내렸다.
실제로 상위 10명 중 9명의 자산이 감소했으며, 이 중 5명은 한 달 새 각각 200억 달러(약 30조 1840억 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지난 한 달간 자산이 220억 달러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총자산 8170억 달러(약 1233조 1798억 원)를 기록하며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특히 머스크는 지난 2월 스페이스X와 xAI의 합병을 통해 인류 역사상 최초로 '8000억 달러 고지'를 점령하며 2위권과의 격차를 3배 이상 벌리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유럽의 자존심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글로벌 소비 침체와 전쟁 리스크가 맞물리며 한 달 사이 280억 달러(약 42조 2632억 원)를 잃었다. 순위는 7위에서 10위로 추락했으며, '투자의 성인' 워런 버핏 역시 70억 달러(약 10조 5658억 원)의 손실을 입으며 11위로 밀려나 10대 부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AI 서버가 가른 희비… 마이클 델 '나홀로 질주'의 비결


자산 가치 폭락장 속에서도 '실질적인 이익 가시성'을 확보한 기업은 살아남았다. 델 테크놀로지스의 마이클 델 회장은 10대 부자 중 유일하게 자산이 20억 달러(약 3조 188억 원) 증가한 1431억 달러(약 215조 9951억 원)를 기록하며 13위에서 8위로 뛰어올랐다.

델 회장의 약진은 생성형 AI 열풍에 따른 고성능 서버 수요 폭증 덕분이다. 델 테크놀로지스는 2026 회계연도 매출이 전년 대비 19% 성장한 1135억 달러(약 171조 3169억 원)를 기록하는 등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증권가에서는 델의 AI 최적화 서버 매출이 내년에는 올해보다 100% 성장한 500억 달러(약 75조 47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또한 전략적 방어에 성공했다. 자산이 10억 달러(약 1조 5094억 원) 소폭 감소했으나, 180억 달러(약 27조 1692억 원)가 증발한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4위)를 제치고 3위 자리를 탈환했다.

이는 클라우드 서비스(AWS)의 견고한 수익 구조가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 강력한 펀더멘털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1500원대 고환율 시대… 'AI 거품론'과 지정학적 변수


이번 부호 순위 변동은 글로벌 부의 주도권이 더욱 미국으로 쏠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10대 부자 중 9명이 미국인이며, 이들의 자산 하한선은 1425억 달러(약 215조 752억 원)에 달한다.

특히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6위, 약 285조 원)이 미디어 거물 파라마운트 인수를 추진하며 영향력을 확대하는 등 기술 부호들의 '영토 확장'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금융권 안팎에서는 'AI 버블'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높다. 지난달 오라클 주가가 하루 만에 36% 급등했다가 50% 넘게 급락한 사례는 시장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증권가에서는 AI 인프라 투자의 실질적 수익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부호들의 자산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1달러당 1500원을 넘나드는 고환율과 전쟁 리스크가 맞물린 현재 상황은 자산가들에게 2008년 금융위기 이상의 복합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며 "향후 부의 향방은 기술적 혁신 속도보다 국제 정세의 안정화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변수가 장기화할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기술주 밸류에이션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 시장의 가장 큰 우려로 꼽힌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