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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이 지핀 ‘석탄의 역습’… 中 탄광기업, 에너지 안보 파수꾼으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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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이 지핀 ‘석탄의 역습’… 中 탄광기업, 에너지 안보 파수꾼으로 부활

고유가·천연가스 수급 불안에 석탄 화력 발전 수요 일시적 급증… 주가 50% 폭등
재생에너지 전환 압박 견뎌낸 국영 기업들, ‘석탄-화학’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승부수
중국 산시성 태양광 패널 근처 굴뚝. 전 세계 석유 공급 충격은 중국 석탄 산업에 긍정적인 신호가 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산시성 태양광 패널 근처 굴뚝. 전 세계 석유 공급 충격은 중국 석탄 산업에 긍정적인 신호가 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란 전쟁발 글로벌 에너지 공급 충격이 역설적으로 사양 산업으로 취급받던 중국 석탄 산업에 강력한 부활의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로의 급속한 전환과 공급 과잉 압박에 시달리던 중국 석탄 기업들은 전 세계적인 석유·가스 가격 폭등 속에서 국가 에너지 안보를 지탱하는 핵심 보루로 재평가받으며 증시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4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대형 국영 석탄 기업들은 고유가 시대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며 석탄을 메탄올, 요소 등 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석유 없으면 석탄 쓴다"... 화력 발전 및 화학 부문 수요 폭증


중국 최대 석탄 기업인 중국선화에너지(China Shenhua Energy)의 장창옌 CEO는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중동 분쟁이 석탄 수요의 ‘일시적 황금기’를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으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수급이 안정적인 석탄 화력 발전의 비중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석유화학 원료 가격이 동반 상승함에 따라 석탄을 원료로 하는 화학 산업의 마진이 크게 개선되었다. 이는 화학 부문의 석탄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옌콴 에너지(Yankuang Energy)의 리웨이 회장은 "중국은 석유의 70%, 가스의 50%를 수입에 의존한다"며, 국내에서 자급 가능한 석탄이 국가 에너지 안보의 '최후의 보루'임을 강조했다.

◇ ‘미운 오리’에서 ‘황금 알’로… 투자자들 석탄주 매수 행렬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동률 저하와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던 석탄 기업들의 위상은 180도 달라졌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옌콴 에너지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50% 이상 폭등했다. 이는 같은 기간 항셍 지수가 2% 하락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어닝 서프라이즈'급 성적이다.

중국선화는 지배주주로부터 194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인수하기로 하는 등 규모의 경제를 통한 시장 지배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9년까지 석유화학 및 석탄-메탄올 산업의 노후 시설을 업그레이드하는 실행 계획을 발표하며, 석탄 산업의 고도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 재생에너지 시대의 ‘전략적 보험’… 석탄-액화 기술 연구 가속


중국은 탄소 중립을 향한 재생에너지 확대를 멈추지 않으면서도, 전쟁과 같은 비상 상황을 대비한 ‘전략적 보험’으로서 석탄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중국석탄에너지(China Coal Energy) 등 주요 기업들은 석탄을 석유나 액화천연가스(LNG)로 전환하는 기술 연구를 심화하고 있다. 현재는 낮은 마진과 기술적 한계가 있으나,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는 현 시점에서는 전략적 가치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겨울 난방 수요 감소와 맞물려 중국 내 석탄 가격은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어, 글로벌 에너지 인플레이션의 파고를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2025년 한 해에만 78GW의 신규 석탄 발전 용량이 가동되었으며, 291GW 규모의 설비가 추가로 건설 중이거나 허가 대기 상태에 있다.

◇ 한국 에너지 업계에 주는 시사점


지정학적 위기 시 화석 연료의 가치가 재발견되고 있지만, 장기적인 탄소 중립 흐름과의 충돌은 여전하다. 국내 정유 및 화학 기업들은 유가 등락에 따른 단기 수익 구조와 장기적 에너지 전환 사이의 균형점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석탄 기반의 메탄올, 요소 생산을 늘릴 경우 국내 화학 업계의 글로벌 가격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수급 동향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 중국이 국내 자원인 석탄을 활용해 위기를 돌파하는 사례는 자원 비축 확대와 대체 에너지원 조기 확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