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뒷면 첫 유인 비행 성공… 아폴로 13호 기록 6천626㎞ 초과
'K-라드큐브' 탑재 삼성·SK 반도체, 심우주 성능 첫 검증
2028년 달 착륙 vs 중국 2030년… 달 자원 선점 경쟁 본격화
'K-라드큐브' 탑재 삼성·SK 반도체, 심우주 성능 첫 검증
2028년 달 착륙 vs 중국 2030년… 달 자원 선점 경쟁 본격화
이미지 확대보기6일(현지시각), 아르테미스(Artemis) 2호 승무원들은 지구와의 거리 40만 6880㎞(25만 2760마일) 지점을 통과하며 1970년 아폴로 13호가 세운 인류 최장 우주비행 기록을 56년 만에 깼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 우주선 안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를 품은 한국산 초소형 위성도 함께 실렸다.
56년 침묵을 깬 40만㎞… 달 뒷면이 처음으로 사람 눈앞에
아폴로 13호는 1970년 기체 결함으로 달 착륙을 포기한 채 달 중력을 이용해 간신히 지구로 귀환하면서 지구에서 최대 39만 9000㎞ 지점까지 날아가는 불명예의 기록을 남겼다.
아르테미스 2호의 미국인 우주비행사 리드 와이즈먼(Reid Wiseman) 사령관, 빅터 글로버(Victor Glover), 크리스티나 코크(Christina Koch)와 캐나다 우주비행사 제러미 핸슨(Jeremy Hansen)은 이날 그 기록보다 6626㎞를 더 나아가 새 이정표를 세웠다.
빅터 글로버는 유인 달 탐사에 나서는 최초의 흑인 우주비행사이며, 크리스티나 코크는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달 궤도에 진입하는 기록을 세웠고, 제러미 핸슨은 달로 향하는 최초의 비미국인 우주비행사다.
아폴로 시대가 미국 남성 군인들만의 무대였다면, 아르테미스 2호는 인류가 우주를 공유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실험이기도 하다.
이날 오전 10시 50분(미 동부시간) 잠에서 깬 승무원들에게 흘러나온 목소리는 아폴로 8호와 13호의 주인공 짐 러벨(Jim Lovell) 전 우주비행사가 생전에 녹음해 둔 메시지였다.
지난해 97세로 별세한 그는 "나의 옛 이웃에 온 것을 환영한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니 바쁘더라도 창밖 경치를 즐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56년 전 사고로 달에 닿지 못했던 우주비행사의 목소리가 자신의 기록을 깬 후배들을 먼 우주에서 맞이한 셈이다.
아르테미스 2호는 달 뒷면 기준 약 6400㎞~9656㎞ 상공을 한 바퀴 비행하는 플라이바이(근접 통과)를 수행했다. 달은 지구를 도는 공전 주기와 자전 주기가 동일해 언제나 같은 면만 지구를 향하고 있다.
달의 반대편을 살아 있는 인간이 육안으로 직접 바라보는 것은 이번이 역사상 처음이다. 승무원들은 이 6시간 동안 달 표면을 전문 카메라로 촬영하고, 달 지평선을 배경으로 지구가 뜨고 지는 장면을 기록했다. 40만㎞ 거리에서 바라본 지구는 농구공 크기로 보였다고 NASA 측은 전했다.
비행 중 핸슨은 이름 없던 분화구에 임시 명칭을 붙이는 작업도 했다. 와이즈먼 사령관의 고인이 된 부인 이름을 따 한 분화구를 '캐롤(Carrol)'로, 오리온 캡슐의 별칭에서 따 다른 분화구를 '인테그리티(Integrity)'로 각각 제안했다.
NASA 존슨우주센터 과학평가실에 모인 달 과학자 수십 명은 실시간 교신으로 전달되는 승무원들의 육안 관측 내용을 일일이 기록했다.
삼성·SK 반도체, 심우주서 첫 성능 검증… 한국의 조용한 참전
이번 아르테미스 2호에는 한국이 개발한 초소형 인공위성 'K-라드큐브(K-RadCube)'가 탑재됐다. 국내 개발 탑재체가 NASA 유인 우주 임무에 동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라드큐브는 발사 5시간 뒤 오리온에서 사출돼 지구 고궤도에 안착, 지구 주변 방사선 벨트인 밴앨런 복사대의 방사선을 약 2주간 관측한다. 이 위성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만든 반도체가 실렸으며, KT의 위성통신 자회사 KT SAT이 지상국을 운영해 데이터 수신을 담당한다.
학계에서는 이번 임무로 확보될 데이터가 향후 인류의 달 상주 및 화성 탐사 때 우주인을 보호하기 위한 방사선 안전 기준을 수립하는 데 결정적인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K하이닉스 반도체가 우주 방사선 환경에서 정상 작동하는지 검증되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민간 우주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교두보가 마련되는 셈이다.
한국의 참여 경로는 순탄하지 않았다.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아르테미스 2호 큐브위성 탑재 제안을 한 차례 거절한 바 있다. 그로부터 우주항공청(KASA)이 새로 출범한 뒤에야 K-라드큐브가 탑재 대상에 포함됐다.
한국은 2032년 달 착륙선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우주항공청은 달 착륙·표면 탐사·자원 활용·기지 구축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달 탐사 전략을 마련해 두고 있다.
2028년 달 착륙 vs 중국 2030년… 달 자원 선점이 진짜 목표
아르테미스 2호의 진짜 의미는 이번 비행 자체보다 다음에 있다. 실제로 달 표면에 사람이 착륙하는 임무는 2028년 아르테미스 4호를 통해 실행된다.
중국은 2004년부터 '창어(嫦娥)' 프로젝트로 달 탐사를 시작했고 2030년 전에 달에 사람을 보낼 계획을 추진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르테미스 2호 발사 당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TruthSocial)에 "미국은 단순히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압도하고 있다"고 적었다.
달 남극은 물 분자가 얼음 형태로 존재한다는 증거가 잇달아 나오고 있어 미래 달 기지의 식수원이자 로켓 연료 원료로 주목받고 있다. 달 자원을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가 21세기 우주 경제의 판도를 가를 수 있다는 점에서 미·중 달 착륙 경쟁은 과학 탐사를 넘어선 전략 자산 선점전 성격을 띤다.
이번 2호 임무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NASA는 아르테미스 3호 임무에 착수한다. 3호는 달 남극 표면에 우주비행사를 실제로 착륙시키는 임무다.
아르테미스 2호는 당초 올해 2월 발사를 목표로 했으나 수소 누출과 헬륨 흐름 문제가 잇달아 발생해 두 차례 연기된 끝에 세 번째 도전 만에 발사에 성공했다. 오리온은 오는 10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 태평양에 착수할 예정이다.
40만㎞ 거리에서 농구공만 하게 보이는 지구를 우주비행사 4명이 창밖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 풍경이 다음 세대에는 달 기지 창문 너머 일상이 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의 무게가 이번 비행의 거리만큼이나 무겁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