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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가 당긴 ‘공급망 도미노’… 비료·반도체·의료기기까지 ‘올스톱’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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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가 당긴 ‘공급망 도미노’… 비료·반도체·의료기기까지 ‘올스톱’ 위기

나프타·헬륨·암모니아 중동에 묶여…아시아 석유화학사 ‘불가항력’ 선언 속출
美 농민 파종 포기, 英 의료 물품 고갈 직전…“전 세계 석유 의존도 민낯 드러나”
이란 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단순한 에너지 위기를 넘어 전 세계 산업 생태계를 마비시키는 ‘공급망 대재앙’으로 번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이란 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단순한 에너지 위기를 넘어 전 세계 산업 생태계를 마비시키는 ‘공급망 대재앙’으로 번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란 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단순한 에너지 위기를 넘어 전 세계 산업 생태계를 마비시키는 ‘공급망 대재앙’으로 번지고 있다.

원유뿐만 아니라 나프타·헬륨·암모니아 등 현대 산업의 기초 원료 공급이 차단되면서 비료·플라스틱·반도체·의료용품 등 일상 전반에 걸친 품목들이 심각한 부족 현상과 가격 폭등에 직면했다.

7일(현지 시각) 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이번 사태가 "석유 유도체에 의존해온 인류 일상생활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 아시아 석유화학의 ‘심장’ 멈췄다…나프타 70% 증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곳은 세계 석유화학제품의 핵심 생산 기지인 아시아다.

아시아 나프타 물량의 60~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현재 이 경로가 막히면서 플라스틱·접착제·윤활유 등을 만드는 석유화학 기업들이 생산 제한을 넘어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하고 운영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JP모건은 이번 위기가 코로나 팬데믹 때와 마찬가지로 아시아에서 시작해 서구권으로 이동하는 ‘순환적 공급 혼란’의 양상을 띠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시아발 가공 파생제품의 수출이 끊기자 서방 국가들도 즉각적인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무역 보험 단체 코파스(Coface)는 "장기적인 혼란이 발생할 경우 세계 석유화학산업의 지리적 구조 자체가 재정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식량·기술·의료 안보 전방위 확산


에너지와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는 분야들도 중동발 원료 공급 중단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천연가스에서 추출되는 암모니아와 요소 공급이 끊기자 비료 가격이 폭등했다. 미국 농민들은 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옥수수·밀 재배 면적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북반구 파종기에 발생한 이번 사태가 전 세계 수확량 감소와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 세계 헬륨 공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카타르의 생산시설이 미사일 공격을 받고 해로가 차단되면서 기술 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헬륨은 반도체 미세 공정과 의료용 자기공명촬영장치(MRI) 냉각에 꼭 필요하다.

플라스틱 기반의 의료 소모품 공급이 끊기면서 영국 NHS는 수일 내에 일부 의료 물자가 고갈될 수 있다는 긴급 경고를 내놓았다.

◇ “모든 혼란의 어머니”…드러난 ‘페트로 경제’의 한계


전쟁 6주차에 접어든 현재, 호르무즈 해협 폐쇄는 전 세계가 일상에서 얼마나 깊이 석유 파생물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증명하고 있다.

IMF는 "전쟁이 비에너지·필수 투입물의 공급망까지 강제로 재편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의 효율 중심 글로벌 분업 체계가 지정학적 위험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가 확인된 셈이다.

원자재 부족은 곧 소비재 가격 상승과 품절 사태로 이어진다. 플라스틱 캡 하나, 포장재 하나가 없어 제품 출하가 중단되는 ‘도미노 효과’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 한국 산업계 대응 과제


나프타 기반의 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가스전 직접 활용(ECC)이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등 원료 다변화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반도체용 헬륨이나 비료용 암모니아 등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비축 물량을 대폭 확대하고, 대체 수입처(미국·호주 등)를 상시 가동해야 할 것이다.

원자재 수급 불균형이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지지 않도록 수입관세 한시적 철폐와 물류 비용 보조 등 전방위 지원책이 즉각 실행되어야 한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