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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스라엘, 부셰르 원전 공격 시 걸프만 6개국 방사능 오염…식수 3일 만에 고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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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스라엘, 부셰르 원전 공격 시 걸프만 6개국 방사능 오염…식수 3일 만에 고갈

이란 핵연료 280t 폭발 위험…체르노빌보다 큰 재앙 경고
IAEA "원전 공격 절대 불가"…두바이·리야드도 오염 범위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이란 부셰르 원자력발전소 부지.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이란 부셰르 원자력발전소 부지. 사진=연합뉴스


페르시아만 한복판에 핵재앙의 도화선이 살아 숨 쉬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군의 이란 부셰르 원자력발전소 인근 반복 폭격으로 걸프 전역이 방사능 낙진 공포에 떨고 있다.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다. 부셰르 원전 굴뚝 하나가 무너지는 순간, 쿠웨이트·카타르·바레인·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 등 6개국 1억 명이 마시는 담수화 식수가 방사성 오염수로 둔갑할 수 있다는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블룸버그가 8일(현지시각) 핵 전문가 분석을 종합해 보도했다.

"풍향이 두바이를 정조준한다"…담수화 식수까지 오염 위기


부셰르 원전은 이란 남부 페르시아만 연안에 자리 잡은 1기가와트(GW)급 발전소로, 카르그 섬에서 남동쪽으로 약 70㎞ 떨어진 해안에 붙어 있다. 지난 수 주 사이에만 인근 구조물이 이미 네 차례 폭격을 받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원자로에서 불과 350m 떨어진 구조물이 타격을 받아 파괴됐다고 확인하면서, 부셰르가 이란 핵시설 가운데 방사능 사고 위험이 가장 높은 시설이라고 못 박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IAEA 전 핵사찰·안보정책국장 타리크 라우프는 "탁월풍이 북서에서 남동 방향으로 흐르는 구조여서 걸프만 건너편 국가들이 방사능 피해권에 정확히 걸려든다"며 "두바이는 사실상 직격 범위 안에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지형 때문이다. 페르시아만은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좁은 입구 하나로만 열려 있는 반폐쇄형 바다다. 방사성 물질이 한번 유입되면 외해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만 안에서 장기간 체류할 가능성이 크다.

CNN에 따르면 이 지역에 사는 약 6000만 명 이상이 식수와 생활용수로 담수화한 페르시아만 바닷물에 의존하고 있다.

부셰르 원전을 마주하고 있는 카타르의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 타니 총리는 원전 폭발 시 카타르 국민의 식수가 3일 안에 바닥날 것이라는 자체 분석 결과를 공개하며 "카타르뿐 아니라 쿠웨이트, UAE 모두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담수화 의존도를 수치로 보면 위기의 실체가 선명해진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 보고서에 따르면 UAE 식수의 42%, 사우디아라비아 70%, 오만 86%, 쿠웨이트 90%가 담수화에 의존한다.

걸프 지역에서 생산되는 담수화 식수의 90% 이상이 해안선에 밀집된 56개의 핵심 대형 플랜트에서 나오는데, 이들 시설은 방사성 오염을 포함한 단 한 번의 외부 충격에도 가동이 전면 중단될 수 있는 구조다.

사용후핵연료 210t의 공포…체르노빌과 무엇이 다른가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 로사톰의 알렉세이 리하체프 사장은 부셰르 원전 내 70t의 핵연료와 210t의 사용후핵연료가 보관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서 비상대응을 총괄한 핵공학자 로버트 켈리는 "원자로 자체를 직격하지 않더라도 부지 안에 쌓인 사용후핵연료가 타격을 받으면 막대한 방사성 물질이 분출된다"면서 "이는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이 수십 년간 쌓아올린 경제적 자산에 치명적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40년 전 체르노빌의 기억이 겹친다. 1986년 4월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유출된 방사능 총량은 히로시마 원폭의 1000배에 달했으며, 사고 이후 1990년까지 해당 지역에서 갑상선 질환·암·백혈병이 50% 이상 급증하고 유산·기형아 발생도 크게 늘었다.

그러나 부셰르 원전 사고는 체르노빌보다 더 혹독한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체르노빌은 내륙에 위치해 방사성 물질이 주로 바람을 타고 분산됐지만, 부셰르는 바다와 직접 맞닿아 있어 방사성 물질이 해수로 유입될 경우 담수화 시설의 취수원 자체가 돌이킬 수 없는 오염에 빠진다.

크렘린의 IAEA 주재 대사는 텔레그램에 올린 메시지에서 "체르노빌보다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방사능 재앙의 그림자가 페르시아만 위를 덮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의 레자 나자피 빈 주재 대사는 IAEA 외교관 회의에서 "이 불법적인 공격들이 지역 전체를 방사능 오염 위험에 몰아넣고 있다"며 이란 핵시설에 대한 잇따른 타격이 세계 비핵확산(NPT) 체제의 근간을 갉아먹는다고 주장했다.

로사톰은 원전에 파견된 자국 기술자들을 단계적으로 철수시키고 있으며,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중국 국영 방송 인터뷰에서 "원전에 대한 공격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석유가 아닌 '물'이 페르시아만의 진짜 뇌관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위기가 중동 분쟁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변곡점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중동연구소(MEI)는 2025년 보고서에서 "중앙 집중식 담수화 시설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이란의 이웃 국가들에게 명백한 전략적 취약점을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크리스토퍼 로우 미국 유타대 중동센터 교수는 학술매체 '컨버세이션' 기고문에서 "걸프 국가들은 석유를 채굴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400개가 넘는 담수화 시설에 동력을 공급하기 위해 석유를 뽑는다"며 "이 시설들이 없으면 걸프는 인간이 살 수 없는 땅이 된다"고 밝혔다.

이미 전쟁은 '물 전선'을 열었다. 바레인 정부는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해수 담수화 시설 1곳이 손상됐다고 밝혔으며, 이란 역시 미국이 자국 케슘섬 담수화 시설을 공격해 30개 마을의 식수 공급이 차단됐다고 주장했다.

방사능 오염이 불가역적 피해를 낳는다는 점은 역사가 증명한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40년이 지난 지금도 반경 30㎞ 구역은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으로 남아 있다.

부셰르 원전이 직격을 받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두바이의 마천루도 리야드의 초고속 성장도 모두 방사능 지도 위의 잿빛 점으로 전락할 수 있다.

국제사회가 군사 논리 이전에 '핵 안전'이라는 마지노선을 지켜낼 수 있을지, 그 시험대가 지금 페르시아만 위에 놓여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