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인도네시아 ‘비할랄 닭고기’ 의혹… 롯데쇼핑 현지 검증 시스템에 질문 던져

글로벌이코노믹

인도네시아 ‘비할랄 닭고기’ 의혹… 롯데쇼핑 현지 검증 시스템에 질문 던져

폐업 업체 인증서 논란… ‘서류 현지화’에 갇힌 K-유통의 민낯
할랄 의무화 정착기 인도네시아… 롯데 사태가 던진 공급망 경고장
2억 5000만 무슬림 시장, 한 번의 ‘비할랄 쇼크’가 부른 신뢰 붕괴 리스크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 인도네시아에서 K-유통의 대표 주자인 롯데그로서(LOTTE Grosir)가 ‘비할랄 닭고기’ 유통 논란에 휘말렸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 인도네시아에서 K-유통의 대표 주자인 롯데그로서(LOTTE Grosir)가 ‘비할랄 닭고기’ 유통 논란에 휘말렸다. 이미지=제미나이3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 인도네시아에서 K-유통의 대표 주자인 롯데그로서(LOTTE Grosir)비할랄 닭고기유통 논란에 휘말렸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면서, 한국 유통 기업들의 할랄(halal) 리스크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27천만 인구 중 87%가 무슬림인 인도네시아에서 할랄 인증은 종교를 넘어 제품 안전성과 신뢰를 상징하는 핵심 지표로 여겨진다.

폐업 업체 인증서가 매대에… 공급 관계조차 없었다는 주장


7(현지시각) 인도네시아 법률 전문 매체 로앤저스티스(Law-Justice)’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지 축산업체 PT 아르윈다 페르위라 우타마(PT Arwinda Perwira Utama, 이하 PT 아르윈다)는 최근 인도네시아 경찰청 형사국(Bareskrim Polri)에 롯데그로서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PT 아르윈다 측은 고소장에서 우리 회사의 할랄 인증서와 동물위생관리(NKV) 인증서가 롯데그로서 일부 매장 닭고기 매대에 부착·활용됐다며 무단 도용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번 의혹은 인도네시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롯데그로서 판매 닭고기가 할랄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가 확산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논란이 커지자 인도네시아 할랄제품보장청(BPJPH)과 관계 당국은 공급처로 지목된 업체를 상대로 사실 확인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PT 아르윈다 측은 경영난으로 2022년부터 영업을 중단한 상태이며, 롯데그로서와 공식적인 공급 계약 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롤백 냉장 진열대 등에서 자사 명의 할랄·NKV 인증서가 부착된 장면을 촬영한 사진·영상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주장이 사실이라면, 폐업한 업체의 명의를 활용한 서류 사용 자체가 인도네시아 식품·축산 유통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현지에서 제기될 수 있다.

유효기간 논란까지… 서류 중심 관리의 한계지적


현지 보도에 따르면, PT 아르윈다 측 법률 대리인은 문제의 인증서가 2019년에 발급된 것으로, 기존 규정 기준 5년 또는 4년의 유효기간이 이미 경과했을 가능성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 BPJPH가 발급하는 할랄 인증서는 과거 4년 유효기간을 기본으로 운영되어 왔고, 2024년 이후에는 동일한 재료 구성과 할랄 생산 공정(PPH)이 유지되는 경우 사실상 무기한 유효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정되는 등 변화가 진행 중이다.

다만 이 같은 제도 변화와 별개로,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 제도는 서류 정보와 실제 생산·도축·유통 현장의 운영이 일치하는지를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다. 기업이 공정·원재료, 사업자 상태에 변동이 생겼음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거나, 폐업한 업체의 명의를 계속 활용하는 것은 제도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라는 것이 현지 할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번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롯데그로서가 폐업 상태의 업체 명의·서류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매대에 비치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인도네시아 축산·농업 관련 단체들은 일반적으로 할랄·NKV와 같은 인증은 막대한 투자와 현장 관리 수준을 요구하는 법적 자격이며, 타인의 자격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생태계를 위협하는 중대한 위반이라는 입장을 보여 왔다.

인도네시아 할랄 의무화 정착기… K-유통 리스크도 커진다


이번 사건의 파장이 커지는 이유는, 인도네시아가 할랄제품보장법(2014년 제정)에 따라 수입 식품·음료에 대한 할랄 인증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강화해 온 흐름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BPJPH가 인증 업무를 총괄하기 시작한 이후, 인도네시아 정부는 할랄 인증을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사실상 필수 규제·시장 진입 요건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20~30대 젊은 무슬림 소비자 49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90.16%가 할랄 인증 제품만 사용한다고 답했다는 조사 결과는, 인도네시아에서 할랄 로고가 브랜드 이미지·매출과 직결되는 신뢰의 아이콘임을 잘 보여준다. 202610월부터는 가공식품·음료·화장품 등 주요 소비재 전반에 대해 할랄 인증 의무화가 확대 시행될 예정이어서, 한 번의 비할랄 논란이 전체 K-푸드·K-유통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도네시아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아지노모토 스캔들처럼 비할랄 성분이 뒤늦게 드러난 사건 이후, 소비자들의 불신은 수년간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할랄 인증은 규제이면서 동시에 마케팅 자산이기 때문에, 한 번 신뢰가 흔들리면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회복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롯데 사실관계 확인 중SCM·디지털 검증이 관건


이번 의혹과 관련해 롯데그로서 및 롯데쇼핑 본사는 국내외 공식 채널을 통해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책임 범위를 상세히 밝히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 측은 현지 외부 협력업체의 행정 착오 가능성을 포함해 경위를 파악 중이며, 인도네시아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는 취지의 신중한 입장을 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내부 감사 착수나 전 점포 인증 재점검, 디지털 검증 시스템 도입 등 구체적 재발 방지책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개별 매장의 단순 사고가 아니라, 공급망 관리(SCM)와 문서 검증 체계의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난 사례로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BPJPH가 운영하는 사업자·축산업체·할랄 인증 DB와 실시간 연동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폐업·자격 정지·유효기간 경과 여부를 자동으로 체크해 주는 디지털 검증 체계가 없다면, 비슷한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인도네시아 할랄 컨설턴트는 이미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현장 중심 할랄 관리팀을 두고, 서류뿐 아니라 실제 공정·도축·물류를 상시 점검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서류 위주의 형식적 현지화에 머물면, 할랄 의무화가 본격화되는 2026년 이후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단일 사건이냐, 구조적 경고등이냐시험대 오른 K-유통


현재로서는 PT 아르윈다의 고소 내용과 롯데그로서 측 입장, 인도네시아 경찰청 형사국(Bareskrim Polri) BPJPH의 조사 결과가 공식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확인됐는지 국제적으로 공유된 정보는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이 실제 법적 책임·행정 처분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당사자 간 해명과 시정 조치 수준에서 정리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인도네시아가 할랄 인증 의무화의 정착기로 접어든 시점에서, 폐업 업체 명의 서류 도용 의혹이 제기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K-유통과 K-푸드가 마주한 리스크 관리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 할랄 제도와 소비자 정서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서류 중심의 최소 요건 충족에 머무른다면, 향후 동남아 시장 확대의 최대 기회가 오히려 브랜드 신뢰 붕괴의 촉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경고등이다.

이번 논란이 롯데그로서 한 곳의 일회성 사고로 끝날지, 아니면 한국 유통·식품 기업 전체에 현장 검증 없는 할랄 인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구조적 경고로 남을지는 향후 인도네시아 당국의 조사와 롯데의 후속 조치가 가를 것으로 보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