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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현물 144달러 vs 선물 95달러…30달러 '이중가격'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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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현물 144달러 vs 선물 95달러…30달러 '이중가격' 쇼크

호르무즈 봉쇄 40일, 데이티드 브렌트 사상 최고치…2008년 오일쇼크 넘어섰다
한국 원유 수입 70% 중동 의존…휴전 합의에도 '4월 위기' 경계경보 유지
국제 원유시장이 현물 가격과 선물 시장 가격 차이가 30달러가 넘어선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국제 원유시장이 현물 가격과 선물 시장 가격 차이가 30달러가 넘어선다. 사진=연합뉴스
국제 원유시장이 사실상 두 쪽으로 쪼개졌다. 당장 실어 나를 수 있는 현물 가격은 배럴당 126달러(약 18만 7100원)인데, 선물 시장에선 같은 원유가 95달러(약 14만1100원)에 거래된다.

30달러를 넘는 이 괴리는 단순한 가격 차이가 아니다.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지 40일, 해협을 마지막으로 빠져나온 유조선의 화물이 이제 막 각국 항구에 닿기 시작하면서 '종이 위의 유가'와 '실물 유가' 사이에 벌어진 심연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블룸버그는 12일(현지시각) 이 현상을 집중 보도하며 "글로벌 에너지 흐름의 40일 공백이 완전히 노출됐다"고 진단했다.

데이티드 브렌트 144달러…현물·선물 괴리 현대 원유시장 사상 최대


원유 현물 가격의 국제 기준인 '데이티드 브렌트(Dated Brent)'는 지난 6일 배럴당 144달러(약 21만 3900원)까지 치솟아 2008년 금융위기 직전 고점을 뛰어넘었다.

반면 6월 인도분 브렌트 선물은 이란 휴전 기대감에 같은 주 13% 하락하며 95달러 선에 머물렀다.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이가 30달러를 웃도는 것은 현대 원유 시장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수치다.

원자재 리서치 업체 스파르타 코모디티스의 닐 크로스비 리서치 대표는 블룸버그에 "현물 원유가 단순히 부족한 수준이 아니라 시장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며 "이 흐름이 이어지면 유럽 정유사들도 이르면 다음 달 가동률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물이 선물보다 훨씬 비싸게 형성되는 '극단적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 이 현상은 역사적으로 실물 공급이 바닥났을 때만 나타났다.

1973년 1차 오일쇼크, 1979년 이란혁명, 2008년 금융위기 직전이 대표적 사례인데, 이번 강도는 그 세 차례를 모두 웃돌고 있다.

세계 최대 원유 현물 거래 시장인 북해에서 이번 주 트레이더들이 40건의 매수 의뢰를 냈지만, 팔겠다고 나선 곳은 단 4곳에 그쳤다. 트라피구라(Trafigura), 군버(Gunvor) 등 대형 원유 거래 업체들은 4~5월 인도분 북해 현물 원유를 기준가보다 배럴당 22달러 이상 웃돈을 얹어 사들이고 있다.

나이지리아산 원유 내달 선적분엔 기준가 대비 25달러의 프리미엄이 붙었는데, 이란 전쟁 전의 8배를 넘는 수준이다.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ADNOC)의 술탄 알 자베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일 링크드인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온 마지막 화물들이 지금 막 목적지에 닿고 있다"며 "40일간의 에너지 흐름 공백이 종이 시장과 실물 시장이 정면충돌하는 이 순간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밝혔다.

日·中·印 원유 쟁탈전…한국도 '4월 위기' 아직 안 끝났다


호르무즈 의존도가 가장 높은 아시아 정유사들이 원유 확보를 위해 전방위 총력전에 나섰다. 원유 수입의 95.9%를 중동에 의존해 온 일본은 미국산으로 급선회했다.

파나마 운하를 통한 빠른 수송을 위해 통상보다 작은 탱커를 투입하고 있다. 중국 정유사들의 구매 급증으로 캐나다 밴쿠버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원유 선적량은 이달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인도 정유사들은 베네수엘라산 원유 확보에 사활을 걸어, 4월 첫째 주 선적량이 3월 같은 기간의 두 배인 600만 배럴에 달했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에너지 애스펙츠의 공동 창업자 아미타 센은 블룸버그에 "현물 시장은 소셜미디어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며 "공급 차질이 아시아에서 대서양 연안까지 번지면서 가격을 쉬지 않고 끌어올리고 있다.

선물 가격이 현물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면 미국 원유 수출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정작 미국 내 정유사들이 필요한 원유가 부족해지는 상황도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상황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69~70%가 중동산이고, 그 가운데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조건으로 2주 휴전에 합의하면서, 해협 안에 묶여 있던 국내 정유사 관련 유조선 7척에 실린 약 1400만 배럴 물량이 이달 안에 국내로 반입될 전망이다.

해협에서 국내 항만까지 유조선 항행 시간은 20일 안팎으로, 이른바 '4월 에너지 위기설'은 일단 고비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안도하기는 이르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의 중동 의존도는 2024년 기준 77.6%로, 2021년(44.7%)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해협 통행 제한이 한 달간 이어지면 국내 원유는 약 40항차, 액화천연가스(LNG)는 약 8항차 도입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분석했다.

정제마진 '착시'…소규모 정유사 감산 시작, 항공유·경유 200달러 돌파


현물 가격 폭등은 정유사 경영 현장에서 '수익성의 역설'로 나타나고 있다.

원유 컨설팅 업체 미드허스트 다운스트림의 로베르토 울리비에리 컨설턴트는 블룸버그에 "장부상 정제마진은 어마어마해 보이지만, 실제로 화물을 사들여 정제하기까지 오가는 현금 흐름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말했다.

현물 원유는 치솟는데, 이와 연계된 파생상품 가격은 30달러 가까이 낮아 위험 분산(헤지)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소규모 정유사를 중심으로 원유 구매를 줄이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으며, 이는 항공유·경유 등 정제 제품의 공급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항공유와 경유 가격은 이미 배럴당 200달러(약 29만 7100원)를 넘어 사상 최고 또는 그에 근접한 수준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집계 기준 미국 내 휘발유 재고는 약 1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이번 주말 호르무즈 해협에서 중국과 그리스 소속 초대형 유조선 세 척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통항량은 여전히 전쟁 전을 크게 밑돈다.

설령 협상이 최종 타결되더라도 걸프 지역 원유가 아시아·유럽 정유사에 실제 도달하려면 수 주가 더 걸린다. 휴전 소식에 선물 시장이 안도 랠리를 펼치는 동안, 실물 시장은 이미 도착한 위기를 조용히 소화하고 있다.

두 시장의 간극이 좁혀지는 속도가 이번 에너지 위기의 깊이를 가늠하는 핵심 잣대가 될 것이라고 시장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