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수율 2배 이상 급성장했으나 빅테크는 '공급 안정성'에 무게
TSMC 'N2P' 공정 70% 안착… 삼성, 연말 70% 달성해 '듀얼소싱' 승부수
TSMC 'N2P' 공정 70% 안착… 삼성, 연말 70% 달성해 '듀얼소싱' 승부수
이미지 확대보기샘모바일(SamMobile)과 HW업그레이드(HWupgrade)는 12일과 13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삼성전자 2나노(SF2) 공정 수율이 55% 수준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하반기 20%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2배 이상의 비약적인 성장을 거둔 셈이다. 하지만 시장의 냉정한 평가는 '기술적 도약은 놀랍지만, 상업적 양산은 별개'라는 쪽으로 모인다.
수율의 역설… '양산 마지노선' 60% 벽
반도체 업계에서 상업적 성공을 담보하는 이른바 '골든 수율'의 기준점은 60%다. 샘모바일 보도를 보면, 삼성전자가 기록한 55%는 양산 궤도 진입을 눈앞에 둔 수치지만, 대형 고객사를 안심시키기엔 2% 부족한 '문턱'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후공정(패키징) 단계까지 감안한 '최종 유효 수율'에 주목한다. 웨이퍼 한 장에서 나오는 정상 칩 비율이 낮으면 제조 원가가 상승할 뿐만 아니라, 고객사가 요청한 기일에 정해진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는 리스크가 발생한다. 샘모바일은 "후공정 변수를 적용할 경우 실제 유효 수율은 4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조 단위 주문을 넣는 빅테크 입장에서 수율 60% 이상의 증명 없이는 선뜻 계약서에 사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은 공식적으로 수율을 공개하지 않으며, 기술적으로 비약적인 추격을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양산 신뢰성'이라는 높은 벽 앞에 서 있다는 지적에 동의하면서도, 현재 삼성이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연말까지 양산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에 신중하지만 무게를 둔다.
퀄컴의 실리적 선택… TSMC 'N2P' 독점 체제 강화
이러한 공급 불안정 우려는 실제 수주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HW업그레이드 보도를 보면, 세계 최대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설계사 퀄컴은 차기 플래그십 칩셋인 '스냅드래곤 8 엘리트 6세대' 생산을 TSMC의 2나노 공정(N2P)에 전량 위탁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TSMC는 현재 2나노 수율이 60~70%에 도달해 삼성보다 한발 앞서 안정권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퀄컴 입장에서는 개당 단가가 높더라도 물량 확보가 확실한 TSMC를 선택하는 것이 기회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삼성이 개발 중인 엑시노스 2500·2600 시리즈에서 나타난 전력 대비 성능(전성비) 과제 역시 퀄컴의 신중론에 무게를 더했다.
다만 이것이 삼성과의 완전한 결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퀄컴은 TSMC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가격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과의 협력 채널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삼성은 퀄컴에 2나노 기반 스냅드래곤 시제품을 공급해 성능 검증을 진행 중이며, 주력 모델이 아닌 파생 제품이나 중저가 라인업에서 삼성 파운드리를 활용하는 이원화(듀얼소싱) 시나리오도 여전히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퀄컴이 차기 주력 칩 생산에서 TSMC를 우선하는 흐름은 유력하지만, 삼성 파운드리가 연말까지 수율을 목표 수준(60~70%)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다면, 후속 물량 일부를 배정받는 이원화 전략이 재가동될 여지는 남아 있다.
'추격의 틈새'는 남아 있다… 연말까지 70% 달성이 분수령
삼성전자는 현재 3나노 GAA(Gate-All-Around) 공정에서 쌓은 노하우를 2나노에 전격 투입해 연말까지 수율을 60~70%대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TSMC의 2026년 물량이 사실상 '완판'된 상황에서, 삼성이 공급 안정성을 입증한다면 TSMC의 병목 현상에 지친 고객사들이 삼성으로 선회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차세대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넘어야 할 가장 가파른 고개는 역설적으로 '기술'이 아닌 '신뢰'다. 보도대로 2나노 공정 수율을 1년 만에 20%대에서 55%까지 끌어올린 저력은 놀랍지만,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5%의 미달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애플, 엔비디아, 퀄컴과 같은 글로벌 설계 기업들에 파운드리 선정의 제1원칙은 초정밀 공정 그 자체보다 '약속한 시간에 약속한 물량을 차질 없이 공급할 수 있느냐'는 생산 안정성에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를 삼성 파운드리의 명운을 가를 분수령으로 꼽는다. 현재 TSMC의 2나노 공정은 이미 주요 고객사들의 예약이 꽉 들어찬 상태다. 만약 삼성전자가 연내에 수율 60%라는 '양산 마지노선'을 돌파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증명한다면, TSMC 비싼 단가와 공급 병목 현상에 지친 빅테크들이 삼성이라는 대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특히 성능과 전력 효율 논란에 휩싸였던 자체 칩 '엑시노스 2600'이 2나노 공정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한다면, 이는 삼성 파운드리의 기술력을 입증하는 가장 강력한 홍보 수단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생존 전략은 '추격자'의 입장에서 TSMC가 다 수용하지 못하는 시장의 틈새를 안정적인 공급 능력으로 파고드는 데 있다. 칩 한 개당 제작 비용이 수천억 원을 상회하는 초미세 공정 특성상, 수율 불안으로 인한 납기 지연은 고객사에 천문학적인 기회비용 손실을 안긴다. 삼성이 올 하반기 60%의 수율 벽을 깨고 대량 생산의 문턱을 넘어선다면, 이는 단순한 실적 개선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지형도를 다시 그리는 거대한 전환국면이 될 것이다.
지금 시장 참여자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① 수율 60% 돌파 시점이다.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내에 안정적인 양산 수율에 도달하는지 여부를 좌우한다. ② 엑시노스 2600 성능이다. 삼성의 자체 칩이 2나노 공정에서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 문제를 해결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③ TSMC 단가 인상 여부다. 퀄컴 등 고객사들이 TSMC의 높은 공급가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삼성으로 선회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2026년 하반기, 삼성전자가 '기술 삼성'을 넘어 '신뢰의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