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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원유 제재 유예 19일 만료…미 재무부 "갱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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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원유 제재 유예 19일 만료…미 재무부 "갱신 없다“

협상 결렬 25일 만에 완화→봉쇄 전략 선회, 2차 제재 경고까지
브렌트유 95~104달러 극단적 등락·21일 휴전 만료 임박…한국 에너지 수급 비상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유가 안정을 명분으로 전쟁 상대국의 원유 거래를 허용했던 미국이 불과 25일 만에 방향을 180도 틀었다.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 완화를 기대하던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다시 찬물이 끼얹어진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15일(현지 시각) 미국 재무부가 공식 소셜미디어에서 "해상에 고립된 이란산 원유의 판매를 허용하는 단기 유예 조치가 수일 내 만료되며 갱신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미국 재무부의 발표는 단순한 정책 종료를 넘어 미국의 대이란 전략이 '경제적 분노(Economic Fury)' 모드로 전환했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유가 진화' 위해 풀었다가, '최대 압박' 위해 25일 만에 다시 잠갔다


유예 조치의 탄생 배경은 아이러니하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지난달 19일(현지 시각) 방송에서 "며칠 내로 해상에 있는 이란산 원유 약 1억4000만 배럴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쟁 발발 후 당시에는 배럴당 120달러를 웃돌던 유가를 끌어내리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는 "전쟁 상대국의 전쟁 자금을 대주는 꼴"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재무부는 이틀 뒤인 3월 20일 선적된 이란산 원유·석유제품의 판매·인도·하역에 관한 모든 거래를 오는 4월 19일까지 허용하는 일반 면허를 공표했다.

그리고 만료 나흘 전인 15일 같은 재무부가 갱신 불가를 선언했다.

재무부는 이번 발표문에서 "이란의 활동을 계속 지원하는 외국 금융기관에는 2차 제재를 포함한 가용한 모든 수단을 쓸 준비가 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산 원유를 계속 사들이는 중국·인도 등의 금융기관 달러 결제망 차단, 미국 금융기관 거래 금지, 미국 내 자산 동결 등으로 제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란산과 함께 러시아산 원유에 적용했던 유사 조치도 이미 종료됐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만이 분쟁을 끝낼 수단은 아니며, 다른 경제적 압박 수단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재 유예 종료 외에 추가 조치가 뒤따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21시간 담판 결렬·역봉쇄 가동…핵·해협 놓고 '누가 더 버티나'


미국 측 수석대표인 J.D. 밴스 부통령은 협상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21시간 동안 협상을 진행했고 이란 측과 여러 차례 실질적인 논의를 했다"면서도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고, 이는 미국보다 이란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협상 결렬 후 이란의 준관영 매체 타스님 통신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합리적인 합의안에 동의하지 않는 한 호르무즈 해협 상황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1차 협상에서 미국은 이란에 '20년간 우라늄 농축 중단'과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 해외 반출',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포기'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란은 농축 중단 기간을 '몇 년간'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역제안하고 고농축 우라늄의 해외 반출 요구도 거절했다. 이란 외무부는 미국의 15개항 제안을 "극도로 야심적이고 비논리적"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15일 현재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전장 95.20달러(약 14만270원)에서 102달러대(약 15만290원)로 반등하는 등 하루 10달러 안팎의 극단적 등락을 반복하고 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개장가 102달러에 거래 범위 92~96달러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이란혁명수비대는 미국 군함의 해협 접근을 휴전 협정 위반으로 간주해 공격하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오는 21일 휴전 만료를 앞두고 이르면 16일 2차 협상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이란 측 대표단은 17~19일 일정을 비워두고 있으며, CNN은 "협상 진척 상황에 따라 현행 휴전 기한이 연장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정보당국 내부에서도 "통제권 맛을 본 이란이 당분간 해협을 개방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흐름의 약 31%인 하루 약 1300만 배럴이 통과하는 핵심 수로다.

한국, 대체원유 4월 5000만 배럴 확보했지만…19일 창구 완전 봉쇄


제재 유예 종료의 충격파는 한국과도 직결된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7%, 액화천연가스(LNG)의 20.4%가 중동에서 오는 데다 중동산 수입 원유 중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산업통상부는 지난달 25일 미국이 러시아·이란산 원유 제재를 한시적으로 완화한 조치와 관련해 "달러화 외에도 결제가 가능하며 2차 제재가 없다는 점을 미국 정부와 별도 협의해 확인했다"고 밝히며 국내 정유사의 거래 불확실성을 일부 해소한 바 있다.

가능한 결제 화폐로 중국 위안화, 러시아 루블화, 아랍에미리트(UAE) 디르함화가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유예 종료로 이 창구마저 닫혔다.

산업부에 따르면 4월에는 5000만 배럴, 5월에는 6000만 배럴 규모의 대체 원유가 확보돼 평시 월평균 수입 물량의 60~70% 수준이 뒷받침되고 있으며, 정유공장 가동률도 평시의 9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나프타분해장치(NCC) 가동률을 크게 낮추거나 일부 설비 생산을 중단하는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미국이 유가 안정과 대이란 압박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모순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미국의 역봉쇄와 이란의 호르무즈 통제가 동시에 지속되는 '이중 봉쇄' 교착상태가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힌다.

오는 21일 휴전 만료 이후 2차 협상이 성과 없이 종료되면 수입 원유의 95%를 호르무즈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에너지 공급망 재편 압박은 한층 거세질 수밖에 없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