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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프 차세대 전투기 FCAS, 마지막 중재도 결렬…사실상 붕괴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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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프 차세대 전투기 FCAS, 마지막 중재도 결렬…사실상 붕괴 초읽기

합의 없이 두 개의 보고서…메르츠 화요일까지 존속 여부 결정
'두 개의 전투기' 솔루션 부상…독일, GCAP 합류·사브 파트너십도 검토
지난 17일 파리에서 이란 전쟁 및 호르무즈 해협 안보 논의를 위해 회동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왼쪽)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다음 주 키프로스 EU 정상회의에서 재회하는 두 정상의 담판이 FCAS의 생사를 결정짓게 된다. 사진=아나돌루 통신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7일 파리에서 이란 전쟁 및 호르무즈 해협 안보 논의를 위해 회동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왼쪽)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다음 주 키프로스 EU 정상회의에서 재회하는 두 정상의 담판이 FCAS의 생사를 결정짓게 된다. 사진=아나돌루 통신

수십 년에 걸쳐 유럽 항공 방위 협력의 상징으로 꼽혀 온 독·프 차세대 전투기 프로젝트가 마지막 갈림길에 섰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는 18일(현지 시각) 협상 관계자들을 인용해 독일과 프랑스가 미래전투항공체계(FCAS) 프로젝트 정상화를 위해 투입한 최후의 중재팀이 아무런 합의 없이 협상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중재 결과물은 단일 보고서가 아닌 두 개의 서로 다른 결과 보고서로 제출됐다. 이견이 중재로도 좁혀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중재 실패의 뿌리…다쏘의 주도권 요구가 불씨


FCAS는 차세대 전투기와 무인 편대 드론, 이를 통합 관리하는 '컴뱃 클라우드' 네트워크로 구성된 대규모 복합 시스템이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이 함께 참여하는 이 사업이 수개월째 교착 상태에 빠진 핵심 원인은 프랑스 항공기 제조사 다쏘(Dassault)의 에릭 트라피에(Eric Trappier) 최고경영자가 당초 협약을 넘어서는 독점적 주도권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르츠 독일 총리가 지난 3월 말 KMW 전 대표 프랑크 하운(Frank Haun)과 전직 프랑스 방산 관료 로랑 콜레-비용(Laurent Collet-Billon)을 중재자로 임명한 것은 프로젝트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시도였다. 그러나 이 시도 역시 단일 합의안을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협상 관계자들은 전했다.

메르츠, 다음 주 마크롱과 담판


메르츠 총리는 오는 화요일까지 FCAS에 미래를 줄 것인지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이후 다음 주 목·금요일 키프로스에서 열리는 비공식 EU 정상회의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만난다. 지난 17일 파리에서도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안보 문제로 두 정상이 만난 바 있어, 이번 키프로스 회의는 FCAS의 운명을 가를 최종 담판이 될 수 있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메르츠 총리가 마크롱의 정치적 설득에 또다시 끌려가 프로젝트 지속을 택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토마스 프레츨(Thomas Pretzl) 에어버스 노사협의회 위원장은 "이번 중재가 마지막 단계여야 한다"고 못 박았다. 독일 연방의회 항공 분야 예산 보고관인 폴커 마이어-라이(Volker Mayer-Lay·기민당) 의원은 한델스블라트에 "이제 지루한 줄다리기를 끝내야 한다. 모든 것을 시도했고, 예상대로 긍정적 결과가 없다면 FCAS는 이 형태로는 끝난 것"이라며 "신속히 두 개의 전투기 솔루션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메르츠 총리도 독일의 방위력과 산업 경쟁력을 위해 추가적인 압박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연립 내부에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델스블라트는 전했다.

'두 개의 전투기'와 새로운 파트너십…독일의 선택지


FCAS가 현재 형태로 종료될 경우 독일은 여러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것은 '투 파이터 솔루션'으로, 전투기 자체는 독일(에어버스)과 프랑스(다쏘)가 각각 개발하되 드론과 컴뱃 클라우드 등 시스템 요소에서는 협력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이와 별도로 독일이 에어버스를 중심으로 스웨덴 사브(Saab)를 새 파트너로 끌어들이거나, 영국·이탈리아·일본이 추진 중인 차세대 전투기 프로그램 GCAP에 뒤늦게 합류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프랑스 측은 중재 과정에서도 정치적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린 르펜(Marine Le Pen)이 이끄는 극우 국민연합(RN)이 집권할 경우 협력형 방산 프로그램을 중단하겠다고 예고한 점을 들어 FCAS 지속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폈으며, 독·프 공동 차세대 전차 프로젝트 MGCS의 종료 카드까지 꺼내든 것으로 전해졌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