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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곡사포’ 아처, 기동성으로 전장 지배력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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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곡사포’ 아처, 기동성으로 전장 지배력 흔든다

30초 만에 쏘고 튀는 ‘치고 빠지기’의 정수… 승조원 안전까지 잡았다
K9 자주포와 다른 길… 기동형 자주포가 여는 미래전의 패러다임
“적의 포탄이 떨어지기도 전에 전장에서 사라진다.” 스웨덴 방산업체 BAE 시스템즈가 개발한 차륜형 자주포 ‘아처(Archer)’가 현대 지상전의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적의 포탄이 떨어지기도 전에 전장에서 사라진다.” 스웨덴 방산업체 BAE 시스템즈가 개발한 차륜형 자주포 ‘아처(Archer)’가 현대 지상전의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이미지=제미나이3
적의 포탄이 떨어지기도 전에 전장에서 사라진다.”

스웨덴 방산업체 BAE 시스템즈가 개발한 차륜형 자주포 아처(Archer)’가 현대 지상전의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에콰도르 일간지 엘 유니버소(El Universo)는 지난 16(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아처를 현대 지상전의 속도전을 상징하는 유령 곡사포’”라고 정의했다. 이 무기는 단순히 강력한 화력을 뿜어내는 수단을 넘어, 적의 대포병 사격을 원천 봉쇄하는 생존형 타격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포병 전술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30초의 마법, 생존과 화력의 결합


아처의 핵심 가치는 신속성생존성이다. 현대전은 드론과 위성 기반의 대포병 레이더가 실시간으로 전장을 감시한다. 사격 후 위치가 노출되면 즉각적인 반격을 피할 수 없다. 아처는 사격 진지 진입 후 30초 안에 방열(사격 준비)을 마치고 포탄을 발사한다. 놀라운 점은 발사 직후 30초 안에 진지를 이탈해 재기동한다는 사실이다. 적의 대포병 사격이 아처가 있던 자리에 도달할 때쯤, 아처는 이미 수 킬로미터 밖에서 다음 타격을 준비한다.

차륜형 플랫폼을 채택한 것 역시 전략적 선택이다. 궤도형보다 도로 주행 속도가 빠르고 유지보수가 용이해, 급변하는 전장에서 아군 부대의 기동 속도를 지원하는 데 최적화했다. 또한, 완전 자동화 시스템을 갖춰 승조원은 장갑화된 캐빈 안에서 원격으로 모든 사격 절차를 수행한다. 분당 9발이라는 압도적 화력을 쏟아내면서도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효율성은 미래 무기 체계가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제시한다.

K9 자주포와 아처의 전술적 차이


글로벌 자주포 시장에서 아처의 등장은 한국의 K9 자주포와는 또 다른 전술적 의미를 지닌다. 궤도형 플랫폼인 K9은 험지 돌파력과 대량의 탄약을 지속적으로 투사하는 화력 유지 능력이 탁월하다. 이는 대규모 정규전에서 아군 포병 전력을 든든히 지탱하는 전술적 표준이다. 반면 아처는 고속 기동성을 앞세워 사격 후 즉각 이탈하는 데 집중한다. 도로망이 잘 갖춰진 유럽 지역이나 복잡한 시가지 전투에서 아처의 기동성은 대포병 사격으로부터의 생존력을 극대화한다.

압도적 화력을 지속 투사해야 하는 고강도 정규전이라면 K9의 뚝심이, 적의 탐지를 피해 치고 빠지는 비대칭 전장이라면 아처의 민첩함이 우위를 점한다. 각기 다른 전장 환경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선택하는 것이 현대 포병 전력 강화의 핵심 과제인 셈이다.

글로벌 방산 시장, ‘자동화가 성패 가른다


아처의 성공은 글로벌 방산 업계에 큰 도전이다. 이제 무기 경쟁은 얼마나 더 멀리, 세게때리느냐를 넘어 얼마나 더 빨리, 안전하게빠져나가느냐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와 방산 관계자가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자동화율이다. 인구 감소로 인한 병력 부족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최소 인원으로 운용 가능한 무기 체계의 가치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둘째, ‘차륜형 전환 추세. 전략적 기동성을 극대화한 플랫폼으로의 전환 속도가 수출 계약의 성패를 가른다. 셋째, ‘소프트웨어 통합 능력이다. 전장 데이터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실시간 타격 목표를 설정하는 통합 운영 시스템의 완성도가 핵심 경쟁력이다.

아처는 단순한 무기 체계가 아니다. 생존과 타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현대전의 정수. 이번 아처의 사례는 향후 미래 전장 환경에서 어떤 플랫폼이 살아남아 승리를 견인할지 보여주는 명확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독자는 앞으로 각국 군이 얼마나 더 스마트한 이동을 구현하는지에 따라 방산 기업의 희비가 엇갈릴 것임을 인지하고 투자의 잣대로 삼아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