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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호르무즈 봉쇄' 벼랑끝 협상…유가 89달러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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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호르무즈 봉쇄' 벼랑끝 협상…유가 89달러 '쇼크'

트럼프 "휴전 연장 가능성 희박"…22일 밤 시한 앞두고 2차 담판 안갯속
WTI 89달러로 반등…3월 한때 두바이유 103달러 찍어 韓 제조업 원가 압박
성조기와 파키스탄 이란 국기.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성조기와 파키스탄 이란 국기. 사진=연합뉴스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 완화를 기대했던 글로벌 금융시장에 다시 찬물이 끼얹어졌다.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본토 타격으로 촉발된 전쟁이 50일을 넘기면서도 출구를 찾지 못한 채, 2주간의 휴전 시한이 오는 22일 밤(미 동부시간) 만료를 앞두고 극심한 혼선을 빚고 있다.

알자지라, 로이터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블룸버그통신, CNN 등이 20일(현지시각) 일제히 보도한 바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휴전 연장 여부를 묻는 말에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워싱턴과 테헤란이 합의에 이르기 전까지 호르무즈해협 봉쇄는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휴전 시한은 화요일(21일) 저녁으로 알려졌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수요일(22일) 밤 워싱턴 시간에 종료된다고 못 박았다.
CNN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제이디(JD) 밴스 부통령이 21일 워싱턴을 출발해 파키스탄으로 향할 것"이라며 이슬라마바드 2차 담판이 22일 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이란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엑스(X)에 "미국 관료들의 비건설적이고 모순된 신호에는 이란의 항복을 원하는 씁쓸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란인은 힘에 굴복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트루스소셜에 "이란과의 협상은 오바마 시절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보다 훨씬 나은 딜이 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빠르게 성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美 해군 봉쇄가 협상 최대 걸림돌…이란 화물선 나포로 긴장 격화


양측 간 긴장은 지난 19일 미 해군이 호르무즈 봉쇄 작전 중 이란 국적 화물선 'M/V 투스카(Touska)'호를 오만만에서 나포하면서 한층 격화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알리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USS 스프루언스'가 이란 반다르아바스항으로 향하던 이 선박을 정지시켰고, 해병대가 헬기에서 로프를 타고 승선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란군은 "중국에서 출항한 상선에 대한 무장 해적 행위"라고 규정했으며, 중국 외교부는 "강제 나포에 우려를 표한다"며 시진핑 국가주석 명의로 호르무즈해협 정상 통항 재개를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봉쇄가 이란을 철저히 파괴하고 있다. 그들은 하루 5억 달러(약 7359억원)를 잃고 있다"며 "딜이 성사되기 전까지는 봉쇄를 풀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파키스탄 군부 실력자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봉쇄가 협상의 장애물"이라며 해제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이는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현재로서 차기 협상에 참여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뉴욕타임스(NYT)와 WSJ는 이란 고위 관리들을 인용, 테헤란이 이슬라마바드에 협상단 파견을 긍정 검토 중이라고 보도해 막판 타결 가능성을 열어뒀다.

밴스 부통령과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이끄는 300명 규모 미 대표단은 21일 출국할 예정이다.

이란 'SNSC 승인 인터넷 프로' 도입…산업 숨통 트기 안간힘

이란은 장기 경제 고립에 대비한 자구책 마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레자 알리자데 이란 의회 산업광산위원회 위원장은 20일(현지시각)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가 특정 기업 부문에 한해 글로벌 인터넷 접속을 허용하는 '인터넷 프로(Internet Pro)' 계획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현재 조건에서 산업·생산·무역·수출 부문이 원활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단계적 도입 방침을 밝혔다.

1단계로 상공회의소를 통해 사업자카드 보유자에게 접속 권한을 부여했고, 2단계에서는 생산·산업·무역 관련 기관에 보안을 전제로 국제 인터넷을 제공하고 있다. 전면 개방 여부는 안보기관과 SNSC의 권한으로 남겨뒀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 겸 협상 수석대표는 소셜미디어에 "트럼프가 봉쇄를 강행하고 휴전을 위반하면서 협상 테이블을 항복 테이블로 바꾸려 한다"며 "위협의 그림자 아래에서 협상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지난 2주간 전장에서 꺼낼 새로운 카드를 준비해 왔다"고 경고했다.

WTI 89달러 반등…3월 피크 대비 진정됐지만 재급등 뇌관 여전


협상 공전이 장기화하면서 에너지 시장은 다시 요동쳤다. WSJ에 따르면 20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5달러 76센트(6.9%) 뛴 배럴당 89달러 61센트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7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통항 재개를 언급한 뒤 11.5% 급락했던 유가가 하루 만에 다시 치솟았다. 20일 종가는 4월 고점 대비 21% 낮은 수준이지만, 미·이스라엘 개전 직전 가격보다는 34% 높다.

국제유가는 개전 이후 극심한 변동성을 보여왔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3월 16일 발표한 '미국-이란 전쟁의 리스크 확산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한국이 주로 들여오는 두바이유는 전쟁 발발 전 배럴당 약 72달러에서 3월 중순 한때 약 103달러까지 40% 이상 급등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아랍에미리트(UAE) 무르반유를 기준으로 개전 직전인 2월 24일 배럴당 71달러 21센트에서 한 달 만인 3월 23일 135달러 17센트까지 치솟았다고 별도 분석했다.

이후 4월 들어 휴전 기대감이 커지면서 유가는 한때 WTI 기준 84달러 선까지 하락했지만, 봉쇄 강화와 이란 화물선 나포 사태로 다시 89달러대로 반등한 상태다. 협상이 22일 시한까지 타결되지 못하면 유가가 3월 피크 수준으로 재급등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시장에서 흘러나온다.

한국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중동발 공급 차질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의 70.7%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대부분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국내 제조업 평균 생산비용은 0.71%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투입 비중이 높은 석유제품(6.30%), 화학제품(1.59%), 고무·플라스틱(0.46%) 등 업종에 부담이 집중된다는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도 1471.8원(21일)에서 중동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해운 시장에서도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영국 해양분석업체 Kpler 자료에 따르면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71척이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 하루 평균 27척과 견줘 2.6배 많은 수준이다. 중동산 원유 접근이 차단되자 유럽·아시아 수입업체들이 미국 멕시코만과 대서양 일대로 공급선을 돌린 탓이다.

이란 3375명·레바논 2387명 사망…유엔 "주 20억달러 군사비로 8700만명 살릴 수 있었다"

이번 전쟁의 인도적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란 법의학기구 수장 아바스 마스제디는 20일(현지시각) 미잔통신에 "지난 2월 28일 개전 이후 4월 10일까지 이란에서 3375명이 숨졌다"고 공식 집계를 발표했다.

사망자 중 남성 2875명, 여성 496명이며 4명은 시신 훼손으로 신원 확인이 불가능하다. 전체 사망자 가운데 383명이 18세 미만 어린이다.

레바논 재난위기관리청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지난 3월 초 이래 레바논에서 2387명이 숨지고 7602명이 다쳤다고 20일 밝혔다.

지난 17일 이스라엘·헤즈볼라 간 10일간 휴전이 발효됐음에도 공습이 계속되고 있다. 레바논 국영 NNA통신은 이날 이스라엘군이 남부 카크아이트 알지스르를 공습해 6명이 다쳤고, 키암 지역에서 가옥 파괴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23일(현지시각) 워싱턴 국무부에서는 양국 주미대사 간 2차 협상이 예정돼 있다.

톰 플레처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사무차장 겸 비상구호조정관은 20일 영국 런던 채텀하우스 연설에서 "이 무모한 전쟁에 하루 20억 달러(약 2조 9436억원)가 쓰이고 있다.

2주 치면 8700만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230억 달러(약 33조 8514억원)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외교가에서는 막판 절충 여지를 주시하고 있다. 글로벌전략프로젝트의 마르코 비첸지노 사무국장은 알자지라에 "양측 모두 전쟁 재개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신뢰가 없기에 중재자 역할이 중요하다. 전면전은 없더라도 '관리된 불안정'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향후 협상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갈래로 모아진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료들은 ▲우라늄 농축 20년 이상 중단 ▲고농축 우라늄 영외 반출 ▲호르무즈해협 완전 개방을 '레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란은 5년 농축 중단을 역제안하면서 ▲미·이스라엘 공격 중단 ▲향후 침공 방지 안전보장 ▲전쟁 배상 ▲호르무즈해협 주권 국제 인정을 담은 '5개항 역제안'을 고수하고 있다.

두 입장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 22일 밤(현지시각) 휴전 시한 만료와 동시에 전투 재개라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권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