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식 초고층 빌딩 양돈장 건설 등 대기업 주도의 설비 투자로 중국 내 돼지고기 공급 과잉 심화
건강 중시 트렌드 및 먹거리 다변화 여파로 소비 침체 국면 속 가격 13개월 연속 하락세 지속
세계 최대 양돈 대기업들의 동남아 등 해외 시장 공략 가속화에 따른 수입국과의 무역 마찰 경계령
건강 중시 트렌드 및 먹거리 다변화 여파로 소비 침체 국면 속 가격 13개월 연속 하락세 지속
세계 최대 양돈 대기업들의 동남아 등 해외 시장 공략 가속화에 따른 수입국과의 무역 마찰 경계령
이미지 확대보기전 세계 돼지고기 소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 최첨단 빌딩형 양돈 시스템이 촉발한 공급 과잉으로 가격 폭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극복을 위해 도입된 대기업 주도의 하이테크 대량 생산 체제가 만성적인 내수 부진 및 소비 트렌드 변화와 맞물려 오히려 산업 전체를 위협하는 거대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분석이다.
20일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중국 후베이성 어저우시 외곽에는 아파트처럼 솟아오른 세계 최대 규모의 26층짜리 초고층 빌딩 양돈장이 가동 중이다.
7500억 원 투입한 빌딩형 테크 양돈장의 그늘
현지 축산 대기업 후베이중신카이웨이현대목업이 총 40억 위안(약 7,500억 원)의 거액을 투입해 건립한 이 빌딩형 양돈장은 지난 2022년 가을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각 층은 분만, 자돈 사육, 비육 등 성장 단계별 전용 구역으로 나뉘며 돼지들은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한다. 사료 공급과 환기, 소독 등 핵심 공정이 완벽하게 자동화되어 있으며 연간 최대 120만 마리의 돼지를 출하할 수 있는 압도적인 생산 능력을 갖췄다.
과거 "돼지고기와 곡물이 있으면 천하가 평안하다(猪糧安天下)"는 격언이 있을 정도로 돼지고기는 중국 내 정치·경제적 안정을 가늠하는 척도였다. 실제로 1989년 천안문 사태의 주요 도화선 중 하나로 돼지고기 가격 폭등이 지목되기도 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몰아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사육 두수가 급감하자, 소규모 농가를 구조조정하고 대기업 중심의 기계화 설비 투자를 강력하게 독려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급격한 대형화가 되려 만성적인 공급 과잉을 낳는 불씨가 됐다.
야채보다 싸다 13개월 연속 가격 폭락과 젊은 층의 이탈
대기업들의 공격적인 설비 증설은 기형적인 공급 과잉으로 이어져 돼지고기 가격의 장기 하락세를 부추겼다.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중 돼지고기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6% 하락하며 1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전체 CPI 상승률을 크게 밑돌며 내수 디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소셜미디어(SNS)상에서는 "야채를 사 먹는 것보다 돼지고기를 사는 게 더 싸다"는 소비자의 탄식이 쏟아질 정도다.
여기에 식습관의 구조적인 변화도 수요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 소득 수준 향상과 함께 건강을 중시하는 웰빙 바람이 불면서, 지방 함량이 높은 돼지고기 기피 현상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 30대 여성은 "돼지고기는 기름기가 많아 가급적 섭취를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이 소고기나 닭고기, 생선 등 대체 단백질로 눈을 돌리면서 전통적인 돼지고기 독점 소비 구조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적자 한계 직면한 기업들 동남아 우회 수출로 활로 모색
판로가 막힌 양돈 기업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동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사료 가격 고공행진으로 고사 위기에 처했다. 가두리 양식장처럼 갇힌 내수 시장에서 생존이 불투명해지자 대기업들은 자금력을 무기로 해외 영토 확장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세계 최대 양돈업체인 목원식품(Muyuan Foods)은 지난 2월 홍콩 증시에 상장해 약 106억 홍콩달러(약 1조 8,000억 원)의 대규모 실탄을 확보했다. 회사는 조달 자금의 60%를 해외 사업에 집중 투입해 동남아시아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로드맵을 수립했다. 또 다른 축산 대기업인 온씨식품집단 역시 동남아 지역으로의 대대적인 인프라 확장을 공식화했다.
다만 중국 대기업들이 쏟아내는 덤핑 수준의 저가 돼지고기가 인근 국가의 현지 시장을 잠식할 경우, 식량 주권을 지키려는 수입국들과의 심각한 무역 마찰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목원식품 관계자는 중국 매체와의 인터웃를 통해 "글로벌 사료 가격 변동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배합 비율 최적화 등 원가 절감에 총력을 기울이지만, 공급 과잉 압박을 해소하고 해외 규제 장벽을 넘기 위한 장기적인 체질 개선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