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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하량 세계 1~6위 싹쓸이한 중국… 기업가치는 미국이 10배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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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하량 세계 1~6위 싹쓸이한 중국… 기업가치는 미국이 10배 앞서

중국 스타트업, 공장·공항·병원 이미 납품… 미국은 개발 단계서 수십조 몸값
미·중 지정학 갈등 속 중동 자본이 '양쪽 베팅' 새 투자 축으로 부상
휴머노이드 로봇의 시장 데이터는 중국이 압도적이지만 투자자들의 돈은 미국 기업으로 몰리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휴머노이드 로봇의 시장 데이터는 중국이 압도적이지만 투자자들의 돈은 미국 기업으로 몰리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도대체 누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시대를 이끌고 있는가. 시장 데이터는 중국을 가리키지만 투자자들의 돈은 미국으로 흐른다. 이 역설적 구도가 글로벌 로봇산업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 방송 CNBC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차이나 커넥션' 뉴스레터를 통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들이 이미 공장과 쇼핑몰에 로봇을 납품하는 반면에 미국 기업들은 여전히 개발 단계에 머물면서도 기업가치는 10배 이상 높게 평가받는 역설적 상황을 심층 보도했다.

출하량은 중국, 몸값은 미국…벌어지는 평가 간극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 상위 6개 기업은 모두 중국 기업이었다. 미국에서는 피겨 AI와 테슬라만이 10위권에 들었다.

지난해 휴머노이드 로봇 판매는 전년보다 약 500% 급증했으며, 서구권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기록한 기업도 테슬라였지만 글로벌 점유율은 5%에도 못 미치며 전체 판매 순위 5위에 그쳤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눈은 다른 방향을 향해 있다. 피겨 AI는 지난해 9월 시리즈C 펀딩에서 10억 달러(약 1조4700억 원)가 넘는 자금을 조달하며 기업가치 390억 달러(약 57조3530억 원)를 기록했다.

텍사스에 본사를 둔 앱트로닉(Apptronik)도 올해 2월 11일 5억2000만 달러(약 7640억 원)의 추가 투자를 받아 기업가치가 55억 달러(약 8조910억 원)로 치솟았다. 이는 지난해 초 시리즈A 최초 클로징 당시 기업가치 약 15억 달러(약 2조2040억 원)의 세 배에 이른다.

반면 중국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비상장 스타트업 갤봇의 기업가치는 30억 달러(약 4조4130억 원) 수준에 그친다. 지난해 12월 3억 달러(약 4413억6000만 원)가 넘는 투자를 유치하며 누적 조달액이 8억 달러(약 1조1760억 원)에 이르렀지만, 미국 경쟁사들과의 기업가치 격차는 여전히 크다.

이 격차의 배경을 테크버즈차이나 창립자 루이 마는 "미국 휴머노이드 스타트업들은 광범위한 인공지능(AI) 플랫폼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은 산업용 하드웨어 업체로 인식된다"고 CNBC에 설명했다.

중국 스타트업 AI2 로보틱스 창업자 에릭 궈 대표는 "상업화와 기술 역량은 모순되지 않는다"면서 이미 대형 외국계 고급 제조업체가 공장 현장에서 피겨 대신 AI2의 로봇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AI2는 중국 내 공항과 반도체·의료 분야 공장에도 로봇을 공급하고 있다. AI2 로보틱스의 기업가치는 200억 위안(약 4조3140억 원)이다.

2025년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은 전년보다 650% 이상 급증한 1만8000대 규모로 집계됐으며, 업계에서는 2026년에 10만 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매출은 5억 달러(약 7350억 원)를 돌파했으며, 2026년에는 44억 달러(약 6조4690억 원) 규모로 약 9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갈등이 열어준 중동 자본의 틈새


지정학 변수도 이 방정식을 복잡하게 만든다. 미·중 긴장 고조와 미국 내 국가안보 규제 강화로 중국 스타트업에 자금을 공급하던 미국 대형 연기금들이 투자를 줄이기 시작했다. 그 빈자리를 중동 자본이 채우고 있다.

중국 스타트업 림스다이내믹스는 올해 두바이 소재 스톤벤처를 첫 해외 투자자로 유치했다. 루이 마는 "중동 자금은 미국 쪽에도 투자하면서 중국 쪽도 함께 볼 수 있어 두 시장 모두에 가장 균형 잡힌 노출을 갖게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뉴욕대학교 로스쿨의 윈스턴 마 겸임교수는 "미국 벤처자본의 약 90%가 소프트웨어에 집중된 탓에 하드테크 분야에 심각한 자금 공백이 생겼고, 이 자리를 국부펀드들이 메우기에 적합한 구조"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이 전기차·드론 제조에서 쌓은 경험이 지금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으로 그대로 연결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공급망 컨설팅 회사 타이들웨이브설루션즈 상하이 상임파트너 캐머런 존슨은 "미국인들이 선전(深圳)에 와서 휴머노이드 로봇 부품을 사다가 미국산 소프트웨어와 결합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산업이 단순한 '후발 추격자'가 아니라 이미 글로벌 공급 구조를 이끄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루이 마는 "중국이 제조 규모와 현장 배치에서 패권을 쥐게 된다면 미국 벤처캐피털이 이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릭 궈 대표는 "앞으로 몇 달 안에 미국 투자자들도 이 흐름을 직접 느끼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